남도 남종화의 향기
남도 남종화의 향기
  • 오병희/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승인 2011.07.2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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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화는 문인 사대부들이 먹이나 먹을 바탕으로 엷은 채색으로 그린 그림으로 화려한 색감의 북종화와 구별되며 사물의 형태에 치우치지 않고 정신을 그린 것이다. 남종화는 불교미술과 함께 동양의 중요한 미술 분야로 자연의 표현인 동시에 인간이 자연에 대해 지니고 있는 자연관의 반영이기도 하다.

동양에서는 자연이 무생명의 존재가 아니라 인체처럼 살아서 생동하는 존재로 인식되었던 것으로 이 자연은 표현하는 산수화는 천지 만물의 생생함을 그려야 한다고 전제되고 있다. 남종화는 하늘의 이치를 담은 것으로 순수성을 표현한 그림이다. 산수를 통해서 도(道)를 담고자 하였으며 이성 절제된 마음으로 맑고 고상한 것을 그리는 것이다. 예술에 있어 순수하고 순정한 사유를 기본으로 인간의 윤리성을 강조하여 담박한 것을 담아내며 보편적 아름다움을 이야기 한다.

우리나라의 남종화는 양반사대부들은 물론 궁중전문화가 등 다양한 계층이 남종화의 전통 방식으로 그린 작품을 말한다. 남종화는 중국이나 일본 우리나라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통은 조선시대는 물론이거니와 남도를 중심으로 현대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도 남종화는 조선 중기 안견파 화풍을 따른 학포 양팽손의 산수화부터 18세기 초 남종산수화와 풍속화를 그린 공재 윤두서, 조선말기 사의(내용이나 정신) 지상주의를 표방한 김정희의 제자 소치 허련에 이르게 된다. 남종화의 종조인 소치 허련은 원나라 남종화의 대가인 황공망과 예찬을 비롯한 방대한 중국의 남종화를 바탕으로 먹물을 적게 묻혀 그리고 진한 먹물을 기피하여 정신세계에 보다 진실하고 솔직하게 접근하고자 하였다.

허련의 남종화풍은 이후 아들인 미산 허형을 거쳐 의재 허백련과 남농 허건에 이어졌으며 이 후 운림산방을 중심으로 아산 조방원, 임전 허문, 오당 허진 등으로 계승되어 남도 남종화의 전통으로 내려온다. 또한 일본에서 남종화를 새로운 양식으로 만든 남화도 일본에 유학한 허백련이 유명한 남화가인 고무로 스이운(小室翠雲)에게 배워 남도 남종화에 영향을 주었다.

허백련은 광주에서 1938년에 연진회(鍊眞會)를 발족시켜 가르침을 받은 구당 이범재, 근원 구철우에 이어 옥산 김옥진, 희재 문장호, 금봉 박행보을 비롯한 많은 전통 남종화가가 배출되었다. 이처럼 남도 한국화의 정신적 바탕은 남종화로 정신적 가치와 삶을 담아왔던 소중한 형식이요 그릇이자 예술로 선조의 삶의 지혜와 교훈이 담아 왔다.

남도는 예향이라 불리듯이 한국화, 서양화, 조각, 영상, 설치 등 뚜렷한 색채와 개성을 지닌 수많은 미술인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남종화 전통은 이들 작가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남종화의 수묵 전통은 남도지방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져 수묵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식 변화와 다채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남도 한국화가들은 현대적인 감각의 채색을 사용하여 기존의 남종화를 한층 발전시킨 새로운 양식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한국화 작가 이외에 남종화의 정신과 미는 남도 미의식에 큰 영향을 끼쳐 조각과 회화, 민중미술 등 다른 분야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어 남도의 새로운 예술형식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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