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시대에는 청해진이 설치된 완도읍의 장도를 바다에서 척후하던 전진기지로 눈이 좋은 수군들이 범바위에 올라 제주도 근해까지를 관측하였으리라. 이 섬의 동촌리와 도청리에는 봉수대가 있다. 고려시대에는 강진현에 속하였으나 왜구들의 노략질과 임진왜란을 계기로 조정이 내린 도서금주령(島嶼禁住令)에 의해 사람이 살지 않았다가 1608년에 주민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숙종 7년(1681년) 수군만호진이 당리마을에 설치되어 서남해안을 방어하는 군사적 요충지로 역할을 담당하였다. 고종 3년(1866년)에 이 섬의 당락리에 청산진 첨사 조재승이 청산진성을 축성했다. 1896년 고금도에서 9년간의 귀양살이를 하다 풀려난 전라도 관찰사 이도재(李道宰)가 영암, 강진, 해남 3군에 속해 있던 완도의 여러 섬을 합해 완도군을 설군하여 완도군에 편입되었고 1981년 12월 23일 소안도, 보길도 등과 함께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청산도는 학문의 섬이다
청산도는 이웃하는 소안도, 거문도와 함께 서남해 도서3학도(島嶼三學島)로 불리는 섬이다. 거문도가 낳은 근세유학자 귤은 김유(橘隱 金劉)와 만회 김양록(晩悔 金陽祿)에게서 수학한 이 섬 출신 제자들의 간청으로 귤은 선생이 직접 청산도에 머무르며 강학하였다고 한다. 귤은은 청나라 수군 제독 정여창이 거문도를 점령한 영국 수군과 협상하려고 거문도에 왔을 때 제자들과 함께 필담을 나누었는데 이들의 학문에 놀라 3도로 불리던 섬이름을 학문이 큰 섬이라는 뜻의 거문도(巨文島)로 칭했다고 한다.
청산도는 유인도 5개와 9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완도군 청산면의 중심 섬으로 완도 남동쪽 19.2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 섬은 남쪽의 매봉산(385m), 보적산(321m)과 북쪽의 대봉산(379m)이 있어 비교적 산지가 발달했고 서쪽 및 중앙의 읍리와 양중리 부근은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 복잡한 해안선을 따라 해식애와 난대림이 넓게 분포하여 경관이 뛰어나다.
구들장논은 세계적인 농경문화
유산이다
돌이 많은 섬이라 집 담장과 밭담을 돌로 쌓아 거센 바닷바람을 막고 부족한 농토를 넓히기 위해 층계식의 다락논과 구들장논을 만들어 지금까지도 경작하고 있다. 특히 구들장논은 전세계 쌀농사문화권에서도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든 조상들의 땀과 지혜가 담긴 소중한 경제적, 문화적 자산이다. 구들장논은 마치 온돌방에 구들장을 놓는 것처럼 넙적한 돌을 깔고 흙으로 돌 사이를 메우고 다시 흙을 올려 다져 만든 논이다.
이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맑은 날이면 제주도의 한라산이 선명하게 조망되는 곳이다. 망망의 남쪽바다에서 밀어 닥치는 파도가 바위절벽에 부닥쳐 피워내는 꽃이 화랑포다. 절벽에 부닥치는 파도를 꽃으로 보아 낸 조상들의 안목이 존경스럽다. 참으로 탁월한 시각이다.
겨울철이면 내륙에서 불어오는 강한 북서풍을 대봉산이 막아내고 여름의 태풍은 매봉산과 보적산이 바람길을 돌리니 그야말로 신선이 살만한 안락한 형국은 일단 갖춘 셈이다.
글쓴이
전청배 자유기고가. 1959년 신안군 하의도 生. 조선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통령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관으로 활동. 현재는 광주에서
집필중.
청산도 환경 훼손에 관한 지난 번 기사를 읽고 그렇잖아도 이후 대책이 궁금했다. 지난 번 기사에 따르면 이미 상당부분 훼손된 자연을 돌이킬 수 없다. 생각해보라. 청산도 바닷가의 바위나 바위틈의 해풍를 맞고 자란 나무 한 그루가 버티고 선 그 오랜 시간을. 이것들을 빌려 의지하고 살고 있는 우리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시간들이다.
인간은 아주 단순하게 당대의 편의과 이윤을 위해서 조물주가 그토록 오랜 시간 공들여 이룩해놓은 대자연의 섭리를 아주 한순간에 거스르고 만다. 해안선의 새들이 보금자리를 잃고 바닷속의 물고기와 어패류들이 갈 곳이 없다면 인간 또한 마땅히 발붙이고 서야할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하면 안된다.
이런 의미에서 풍수적 관점으로 환경을 논한 차분한 어조의 이 글은 청산도 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흔히 목격되는 가공할 환경부재의식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다음 글이 궁금하다.
전통지리학인 풍수는 국토가 우리의 몸과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손톱 밑에 가시 하나만 박혀도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연약한 인간의 몸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지금 자연에 행한 폭력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국토의 파괴하는 행위는 우리의 몸을 파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 훼손의 실태를 면밀히 파악한 후에 원상태로 복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청산도는 우리가 지켜내야 할 우리의 몸이다. 우리 몸이 건강해야 후손이 있고 미래가 있다. 병든 청산도를 살려내라!
전국 섬의 60%를 가진 광주전남에서 이런 섬이야기를 찾아보기 힘드니,
무슨 이윤가?
섬은...
그 섬들에 가고 싶다.
섬개구리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