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라는 이름의 친구에게
'진보'라는 이름의 친구에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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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경(미디어 활동가)
친구야 오랜만이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초등학교 친구들을 찾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서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 같구나. 비록 우리는 초등학교 친구는 아니지만 어느덧 내가 너를 안지는 20년이 되는 것 같아. 지금도 너는 뜻있는 사람과 잘 지내지.

너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어. 그게 지금까지 나의 삶을 지탱해오고 있는 동시에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어. 그래서 한편으로는 너에게 감사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에게 하소연할 때도 있어. 그러면서도 내가 이래서는 안되지 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내가 너를 만난 것은 우연이었고 몇 년간은 친해질 기회도 없었고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아. 하지만 몇 년이 지나서 우연한 기회에 너와 가까워질 기회가 많아졌고 한때는 너와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어.

어느 해인가는 목숨을 내걸고 거리와 교정에서 너와 생활했고 술과 인생의 가장 중요한 고민덩어리이기도 했어. 그렇지만 어느 때는 국가에서 너와의 만남을 단절시켜 몇 년간 너와 함께할 시간도 없어지고 너라는 존재가 많은 부담이 되기도 했어. 그래도 여전히 너는 변화하고 발전하면서 나아가고 있었지.

시간이 흘러서 너와 다시 생활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세상에서 너를 대하는 모습은 많이 달라져 있었어. 그게 당연한 것이고 원래 너는 항상 변하고 사람들은 너와 조금씩 멀어지는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해온 것 같아. 나만 잘 몰랐던 것 같아. 너는 원래 세상과 함께 달라지고 세상 사람들은 너를 자신들의 이기적인 잣대로 판단하는 데 말이야.

아무튼 살다보면 꼭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았니. 너와 함께 했던 시간을 모두 부정하고 나쁜 친구인 꼴보수와 수구를 사귀면서도 너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는 사람들 말이야. 그리고 네가 이제는 더 이상 필요없다니 너라는 존재는 이미 세상에서 멀어져간 존재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그렇지만 너는 더욱 더 세상이 어려워지는 데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닌가 싶어.

물론 나도 꼭 너와 친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사람들은 너와의 몇 년의 만남을 가지고 평생을 울겨 먹으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이미 너와의 관계가 끝났는데도 자꾸 너하고 친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 같아.

이게 너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수도 있고 너와 더 친하게 지낼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일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너의 최대 라이벌인 보수와 수구에게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친구가 되려고 하고 있어.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모든 것이 편해지는 것 아니겠니?

흔히 너하고 친하게 지낼려면 목구멍이 포도청이어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누가 봐도 나쁜 친구인 꼴보수나 수구하고 사귀는 것 같은데 욕하지 못하는 것이 지역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사람은 보수하고 친해야하고 수구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그것이 전적으로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너하고 가깝지 않으면서 너하고 가깝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더 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진보인 너하고 가까운 사람들은 정치력이 많이 부족하고 공부도 많이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닌 것이 현실이지. 그래서 싸움도 어렵게 할 때도 많지 않았니. 하지만 네가 항상 역사에서는 순간적으로는 아픔을 많이 겪지만 길게 보면 항상 승리했던 것 같아.

친구인 네가 진심으로 우리 사회의 주된 흐름이 되고 가짜 친구나 나쁜 친구를 가까이 하는 사람들이 반성을 많이 해서 조금씩 줄어들었으면 한다. 친구야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다.
/makemovi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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