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이라도 인간의 생명을 대신 할 수 없다
국책사업이라도 인간의 생명을 대신 할 수 없다
  • 김범태 시민/객원기자
  • 승인 2005.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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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율 스님의 죽음을 방조하려는가?
지금 우리는 경각에 달린 생명을 건 지율 스님의 단식을 지켜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국가의 정책들이 한 인간의 생명마저도 도외시 한 채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지 의구심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사람들로서는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앞에 무력감을 느끼면서 부디 스님께서 단식을 끝내시고 당당한 모습으로 생명운동을 펼치시기를 간곡한 마음으로 합장하며 생명권에 우선한 국책사업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정부는 진정 생명권 존중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

우리는 보통사람들이 할 수 없는 생명을 건 단식을 100일이 넘도록 하시면서 생명에의 외경을 외치고 있는 스님 앞에 어찌보면 생명과 롼경파괴의 공범일 수 밖에 없고, 정말 있어서는 안될 지율 스님의 죽음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모든 국민은 죽음의 공범이요 정부는 방조범이 될 수 도 있음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이미 여러차례 정부당국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면서 최소한의 요구조건인 3개월간의 발파작업 중지와 대책위와의 공동으로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이 지금 한 생명이 기로에 서 있는 이 순간 과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인가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을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민과의 약속인 국책사업이고 이미 환경영향평가도 실시한 이후 법원의 판결도 났기 때문에 천성산 대책위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은 눈 감고 아웅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한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 아니고 그 무엇이며 그러한 약속을 굳게 믿고 지지를 보냈던 것에 대한 대가가 한 생명의 죽음으로 귀결된다면 이는 참여정부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아니라고 본다.

이제 시간이 없다. 누구보다 생명의 고귀함을 아시는 스님께서 이미 유언이랄 수 있는 글을 총무원장 스님께 드린 이후 그야말로 경각에 달린 스님의 육신이 그대로 방치된다면 그것은 국민참여을 통한 정책을 펼치겠다던 노무현 참여정부의 정체성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면서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꺼져가는 한 생명을 살려야 한다고 강력하게 얘기하고 싶다.

지율 스님의 외침은 천성산의 도롱뇽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존귀함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지율 스님의 단식을 놓고 오직 자신들의 입장에서 평가하기도 하고 한 근본주의자의 부질없는 행동으로 치부하는가 하면 국책사업은 어떤 경우라도 계속되어야 한다면서 환경운동단체나 시민 사회 단체 일부의 주의 주장에 대하여 이런 저런 잣대를 들이대면서 절대로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고 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천성산 지킴이로 통하는 지율 스님의 외침이 단순히 천성산의 도롱뇽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부 당국이 오로지 천성산 관통 터널과의 싸움으로 몰고 가고 가면서 천성산 대책위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엄청난 국고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며 국책사업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정부의 정책이 경제 논리에 의하여 친환경적이지 못한 개발위주의 정책으로서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흔히 람사협약으로 불리는 습지보전에 관한 국제적인 약속에도 저촉이 되고 있는 천성산 일대의 생태계 파괴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참여정부 들어 시행되고 있는 환경정책은 모든 국민들을 위한 정책이라기 보다는 일부 기득권층을 위한 정책으로밖에 볼 수 없는 각종 환경 규제를 푸는 정책으로 진행되고 있어 환경단체들이 환경비상시국회의를 구성하는 등 정부의 환경정책의 후퇴를 염려하고 있는 현실임을 감안할 때 빠른 시일안에 정부당국의 전향적인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율 스님, 스님은 더 큰 가르침으로 우리에게 다가서야 합니다.

스님, 전에는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부대중들이 남의 일처럼 하찮은 도롱뇽을 가지고 그런가 하고 생각을 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인간은 자연 환경의 일부이며 그 환경속에서 잠시 머물다가 다시 그 환경속으로 돌아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기 시작하였다는 사실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이제 스님께서 그토록 간절하게 우리 국민들에게 외치는 생명존중 사상은 많은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건 단식으로 또 다른 생명을 얻고자 한다면 그 진정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스님과 함께하고자 한 많은 국민들의 공허감을 어떻게 채울 수 있겠습니까?

이 또한 스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아니리라 생각하면서 범접할 수 없는 스님의 행보에 감히 누가 되지나 않을까 여기지만 일단 단식을 푸시고 더 큰 가르침으로 우리곁에 다가 서 주시는 것이 그토록 정부를 향해 외쳤던 그 뜻이 왜곡되지 않고 많은 국민들이 기억할 수 있으리라 간곡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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