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갑 변호사 | ||
1930년대 신경외과 의사들이 뇌수술을 하다가 뇌는 오른쪽과 왼쪽의 기능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후, 1950년대에 이르러서야 시카고
대학의 로저 W. 스페리 교수가 인간에게 꿈을 꾸게 하고 힘을 솟게 하며 창조적인 생각을 하게 하는 기능은 오른쪽 뇌가, 직선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을 하게 하는 기능은 왼쪽 뇌가 담당한다는 놀랍고도 위대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뇌 전체로 생각하는 법을 연구해 온 영국의 철학자 콜린 윌슨은, 오른쪽 뇌를 개발하면 창조적인 생각이나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만일 당신이 섭씨 35도의 무더운 여름날 30킬로그램의 모래 배낭을 메고 도심을 가로질러 걸어간다면 당신의 왼쪽 뇌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당신이 지금 얼마나 한심한 짓을 하고 있는지 아느냐고 호통칠 것이지만, 체중이 30킬로그램인 당신의 딸이 몹시 아파서 딸을 업고 똑같은
거리를 걸어 병원에 갈 때는 딸을 위한 걱정과 애정이라는 에너지가 오른쪽 뇌에서 용솟음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왼쪽 뇌도 힘겨움을 이겨내라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응원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자연과학적인 입장에서는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는 현상들이 의지적 존재인 인간의 인식활동을 매개로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그 결과
전혀 다른 가치를 창출해내는 경우를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새해 첫날의 의미 역시 비슷한 현상의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새해 첫날이란, 태양을 중심으로 한
공전궤도를 따라 매일 전체 궤도의 365.2422분의 1씩을 움직이고 있는 지구의 ‘일상적인’ 운동 중 특정일에 대해서 ‘의식적으로’ 의미를
부여한 것일 뿐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역법인 그레고리력은 기원전 46년부터 시행된 율리우스력에 기초하고
있는데, 율리우스력 이전의 로마력에 따르면 1월은 Martius, 2월은 Aprilis …(중략)… 9월은 November, 10월은
December, 11월은 Januarius, 12월은 Febuarius였습니다. 카이사르가 역법을 고쳐 오늘날과 같이 January가 1월,
February가 2월, March가 3월 …(중략)… December가 12월이 되었습니다.
오늘날의 2월(율리우스력 이전에는
12월)이 다른 달과 달리 30일도, 31일도 아닌 28일이 된 유래 역시 위 개력(改曆) 과정의 반영이고, 원래 홀수달은 31일, 짝수달은
30일이었는데 유리우스 카이사르의 공적을 기념하기 위해 월명(月名)이 고쳐진 July(본래의 명칭은 숫자 5를 의미하는 Quintilis였음)가
31일인 반면 아우구스투스황제를 상징하는 August(본래의 월명은 숫자 6을 의미하는 Sextilis였음)는 30일에 불과하자 이를 시셈한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짝수달인 8월도 31일로 변경하였다(그 결과 2월이 29일에서 28일로 줄었음)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상식입니다.
어쨌든, 오늘날 우리가 새해의 첫날로 기념하고 있는 1월 1일이 율리우스력으로의 개력 전에는 3월 1일에 해당하는 셈이므로, 새해
첫날이라는 상징적 의미 역시 상대적인 것에 불과함을 알 수 있습니다.
새해 시작의 의미를 깍아내리고자 함이
아닙니다. 반대로, 자연과학적 입장에서는 새해 첫날이 다른 날들과 다를 바 없지만, 우리가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특히 오른쪽 뇌의
활동을 자극할 수 있는 의미를 부여하는냐에 따라 다른 날과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질 수도 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살기 힘든 나날의 연속이지만, 새해의 시작을 계기로 희망의 씨앗을 다시 한번 키우고 힘을 내는 전환점으로 삼읍시다. 세상만사가 사람 마음먹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이 상 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