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 사랑 사랑! 그리고 가부장적 가족주의
@ 사랑 사랑 사랑! 그리고 가부장적 가족주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09.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파이더맨]이야기의 뒤끝으로 ‘영웅과 천재 그리고 공주병과 왕자병’을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그건 가족제도에서 ‘가부장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가부장제는 지금 우리 사회에 넘쳐흐르는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달콤하고 아련한 사랑이야기’를 펼쳐내는 터전이다. 미국 공화당이 외치는 ‘가족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스파이더맨 → 영웅과 천재 → 시장주의 상류층의 리더십과 스타탄생의 신화 → 개신교의 청교도 정신과 가부장적 가족주의 이념 → 가장家長의 건실한 모범과 헌신적 사랑 → 남녀의 달콤하고 아련한 사랑이야기”는 미국영화의 대부분에 박힌 핵심코드이다. 미국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미국 공화당의 이념을 심으려는 ‘문화적 이데올로기의 수단’이다.

▲ ⓒ흐르는 강물처럼 옛 우리나라의 가부장제와 서양 근대사회의 가부장제는 매우 다르다. 우리의 가부장적 가족주의는 농촌의 한 마을을 중심으로 하는 혈연공동체적 대가족제에 둘러싸인 ‘정착성 문화’의 터전임에 반하여, 근대서양의 가부장적 가족주의는 상공업도시에서 부부중심 핵가족으로 이루어진 ‘이동성 문화’의 터전이다. 서양문화의 개인주의에서 ‘개인’이란 자기 핵가족 울타리 안의 마누라와 아들 딸을 튼튼하게 보살피고 가꾸는 남성가장을 뜻한다. ‘그 핵가족의 가장’이 대표가 되어 법률적 재산권의 주체요, 경제적 거래와 계약의 주체이며, 정치적 선거와 투표의 주체요, 개신교 하나님과 만나는 신앙의 주체로서 근대 시장사회를 이루는 기본단위이다. 자유란 그 가장의 법률적 경제적 정치적 종교적 주체로서 자유요, 평등이란 그 가장이 부여받은 천부인권인 ‘신 앞의 평등’과 ‘법 앞의 평등’이다. 그런데 이게 300여년의 세월 속에 시장사회의 구조가 변화해 가면서, ‘자유와 평등’이라는 개념도 다양한 모습을 갖추며 새로운 사회사상으로 나타나게 되고, 그에 따라 추구하는 가족제도도 다양하게 달라진다. 시장주의 상류계층은, 가부장적 핵가족의 내부에서 가장이 갖는 지위와 권력을 더욱 강화시키고 이념화시키면서, 그걸 다시 사회조직의 상류층과 하류층이라는 계층별로 가파른 서열사회를 정당화시키는 사회적 이데올로기로 만든다. 정치에서 공화당, 경제에서 기업경영자, 학문에서 보수적 지식틀, 종교에서 보수적 해석, 그리고 고급예술에서 고전주의, 대중예술에서 스타탄생의 신화로 제도화하고 교육하고 홍보한다. 스타탄생의 신화는 상류층 사람들을 영웅이나 천재 이야기에 빗대어 그들의 ‘재산과 권력’이 정당하다는 걸 은근하게 암시하면서 뇌리를 적시고 스며든다. 그게 현실 생활로 내려와 가부장적 가장의 모범과 헌신을 실현시키는 남녀의 사랑이야기로 펼쳐진다. 그렇게 한 쪽으로는 ‘영웅과 천재의 스타탄생’이 정의롭고 화려하게 펼쳐지고, 다른 한 쪽으로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달콤하고 아련하게 펼쳐진다. 이런 저런 고난과 곡절이 있지만, 그 고난과 곡절이 우리의 영웅과 남녀가 펼치는 그 활약과 사랑을 더욱 찬란하고 아름답게 빛내준다. 영웅과 사랑이 함께 어우러져, 종교적 성인의 사랑과 자비는 물론이요 세상의 모든 사랑이야기를 미국 공화당 이념을 미화하는 도구로 소화해낸다. 그 소재의 다양함을 보노라면, 그 엄청난 소화력이 놀랍다. 그렇게해서 우리는 “겉모습은 천변만화, 속모습은 천편일률”로 만들어진 그 수많은 미국영화를 만나게 된다. ▲ ⓒ포레스트검프
세상의 생명은 모두 다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그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고 나라마다 다르다. 그래서 그 마을 마을 나라 나라의 문화의 색깔이 다르다. 마찬가지로 세상의 모든 생명에 숫컷과 암컷의 사랑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느냐에 문화의 색깔이 담겨있다. 지금 우리가 만나는 ‘사랑’이라는 낱말에는 서양의 근대문명이 추구하는 문화의 색깔이 깊게 담겨있고, 미국문화의 중심에 놓인 ‘남녀의 사랑이야기’에는 미국 공화당의 이념적 색깔이 아주 진하게 깔려 있다. 여기에 깊은 인연을 맺어, 지금 우리 사회는 ‘그런 사랑’이 강물처럼 넘치고 넘쳐 흐르게 되었다. 우리가 만나는 그 수많은 시나 소설,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노래나 광고 ... . 사랑! 사랑! 사랑!

/김 영 주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