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며칠 전만해도 촛불시위를 보면서 이 때까지 내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을 자책했다. 왜? '붉은
악마'를 민족 감성으로 보았고 효순이미선이의 촛불시위 또한 반미 감정으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화문의 촛불 시위를 나는 눈물 없이 볼 수
없었다.
'위대한 한국인.'
이를 통해 나는 프랑스의 시민혁명이나 영국의 명예혁명을 흠모했던 민족적 자존심마저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생각을 바꾸자 그리 멀지 않은 역사를 다른 각도로 해석할 수 있었다. 동학농민운동으로부터 3. 1
독립만세운동, 4. 19 학생의거와 5. 18 광주민중항쟁이 한 눈에 들어왔다.
나는 광화문의 촛불시위를 한국인의 성숙된 민중민주주의의 상징적 행위로 본다. 교육에서 말하자면
부진아나 미성숙아 또는 문제아쯤으로 여겨지는 우리의 선량들이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을 때 느꼈던 국민적 분노의 표시라고 생각한다.
저들은 재민주권을 혀끝에만 달고 다니는, 시쳇말로 피어싱쯤으로 치부하고 안하무인의 작태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광화문 촛불시위가 이룩해낼 다음 세상을 지레 꿈꾸며 흡사
반미치광이처럼 혼자 벙글거리기도 했다. '이제야 세상이, 살만한 세상이 열리는구나.'
그래서 반신반의했던, 그러나 인용하기 좋아했던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문화동진설'을 떠올리고는
쾌재를 불렀다. "자, 이제 한국인의 시대가 왔다. 이 기회를 놓치면 우리는 지구촌의 유랑민족으로 전락한다.
프랑스에서 시작하여
도이치, 영국, 미국을 거쳐서 일본으로 그리고 바야흐로 한국에 이르른 하늘의 운세를, 우주의 기운이 중국으로 건너가기 전에 우리 한국인이
잡아야한다"고 설파했다.
그러던 차에 그 이상적인 현상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 감격은
어떻겠는가.
헌데, 이 세기가 한국인을 외면하는가 아니면 한국인이 이 세기를 배반하는지 한국은 천재일우의 천기를 또 다시 스스로
허물어뜨리고 있다. 망령처럼 지역주의가 살아나고 군사독재의 향수를 정치로 분장하고 해방이래 써먹었던 냉전 이데올로기가 슬슬 고개를 들고일어나 총선
정치판을 민주주의 축제에서 유령들의 난장판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나는 조선시대의 역사를 배울 때 붕당정치의 폐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달겨레의 위대한
토론문화를 일제 식민통치가 민족말살정책으로 왜곡했을 뿐이라며 강변했다.
되려 녹두장군의 동학농민항쟁이 일본의 신식군대의 개입으로 좌절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일본에게 30년 뒤질 민족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오늘 이 상황을 보는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고 아직도 얼마나 시련을 더 거쳐야 우리 민족이 일어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원초적 의문에 다시 고개를 떨군다.
한 현직교감이 쓴 글에 몇몇 언론이 사회적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이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교육자 또는 어떤 한 개인을 희생을 제물로 삼아 이 번 총선에서 승리의 요인을 만들어보려는 얄팍한 획책이요 음모요 왜곡이요 호도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소크라테스를 잘도 인용한다.'악법도 법이다.' 옳은가? 그들이 입에 발리고 다니는 말 그 자체로 지적이라면 비열하고 무지라면 가상하다.
정부와 선관위에서는 초중고 교원의 선거에 관한 일체의 행위를 법률로써 묶고 있으니 입은 밥 먹는 데만
쓰라고 한다. 그리고 그 해석이 가관이다. 철없는 아이들에게 정치적 선입견이나 편견을 주입할 염려가 있다고 한다.
예방 차원인 셈이다. 그러나 대학교수는 성숙한 대학생을
상대하기 때문에 허용한다고 했다. 그렇다 치자. 교원 개인의 정치적 사회활동은 이 땅에서는 없다는 말인가. 기왕이면 술 먹는 것, 목욕하는 일,
길거리를 걸어가는 자세, 사물을 보는 시각까지도 이건 30도 저건 45도로 규제해 보시지 그래.
어느 법관 나리는 도올 김용옥 교수의 ‘광화문 촛불시위가 헌법이다’라는 말을 물고 늘어지면서
초법이래나 뭐라나. 법관의 말씀과 인식이 그 정도라니 아직도 판결문 어투가 일제식민 법률용어를 벗어나지 못하고 대명천지 밝은 날에도 '금품
수수'등 일반 서민들의 언어와 동떨어진 자기들만의 어투를 잘도 사용할테지. 여러 말 할 것 없다.
교육자도
유권자요 국민이요 헌법 제 1조 2항에 명시된'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의
주인이다. 입도 있고 눈도 있고 귀도 있는 사람이다.
총선에 즈음하여 자식들에게, 이 땅의 청년들에게 언론을 통하여 옳고 그름에 대한 성찰을 피력할 수 없다면 차라리 그를 감옥에 가두라, 당신들의 법적 잣대로. 그러나 명심하라. 이제 이 땅에서는 정의와 열정을 희생 삼아 정치적 상황을 바꿔보려는 얄팍한 수법은 통하지 않는다.
/ 이천만[전남 여수시 중흥초등학교 교장]
어의가 아니라 어이 다 이 바부야..
교장선생님이 이 정도쓰셨으면 대단하신거지...
너처럼 쓸데없는 훌리건짓하다가..
사이버수사대에 걸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