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가다]캐스트 어웨이(cast away)
[영화관에 가다]캐스트 어웨이(cast away)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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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스트어웨이
가장 빠르게 산 남자, 무인도에 떨어지다 토요일의 영화관은 청춘남녀로 들끓는다. 그들은 팝콘 한 봉지와 콜라 한 잔 씩을 들고 연인석으로 간다. 영화를 보는 동안 손을 잡고 싶음 손을 잡고, 뽀뽀를 하고 싶음 뽀뽀를 한다. 아, 우리들의 청춘기에도 연인석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비좁은 좌석, 퀴퀴한 곰팡내 나던 80년대의 영화관, 그 안에서 행여 그 사람과 어깨라도 스칠까 가슴 콩닥이던 우리들의 영화보기는 그들의 키스보다 더 황홀했음에도 나는 어쩔 수 없이 연인석에 앉은 젊은 연인들이 부럽다.

사실은 로우 예 감독의 [수쥬]를 보고 싶었는데, [캐스트 어웨이]를 선택했다. 함께 간 친구가 애매모호한 작가주의 영화보단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갈망했던 탓이었다. 2년 연속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미국의 국민배우' 톰 행크스는 내게는 대스타의 이미지가 아니고 '필라델피아’ '포레스트 검프’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거대한 도시 속에서 한없이 왜소한 존재인 현대인의 일상을 얘기하기에 톰행크스만한 연기자가 또 있을까? 여러분이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80년대 우리 영화 [겨울영화]의 강석우가 지녔던 순박한 이미지를 톰 행크스에게서 보곤 한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는 말 그대로 '표류'기다.

택배회사 패댁스(실재 존재하는 회사다. 영화제작에 거액을 보탰음은 물론이고, 광고효과 또한 엄청났을 것이다)의 척 놀랜드(톰 행크스)를 지배하는 것은 '시간'이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전세계의 고객에게 물건을 배달하는 게 지상 최대 목표인 다국적 항공 택배회사의 간부직원인 그는 그래서, `캘리'(헬렌 헌트)와 크리스마스 연휴를 즐길 시간도 갖지 못한 채 회사 비행기를 타고 외국출장을 떠난다. 이상기류를 만난 비행기는 남태평양에서 추락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지만, 그 흔한 라이터 하나 없다. 하루를 1분 1초의 단위로 쪼개어 '빠르게' 살아왔던 그는 정지된 시간과 공간에서 '느리게' 버티어나가는 법을 터득한다.

택배 박스에 있는 망사 드레스를 찢어 고기를 잡고, 며칠을 걸려 불을 발명(?)해 내곤 환호한다. 그리고 그가 먹고 살아가는 것 외에도 "혼자서는 결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데는 그닥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윌슨사(윌슨사 역시 실재 존재하는 스포츠용품 회사다) 배구공에 사람 얼굴을 그려넣어 친구 '윌슨'을 만들고, 켈리의 사진과 대화하는 것은, 그가 혼자가 아니라는 그래서 더욱 살아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과 행복한 시간을 갖고 싶은 자유의지(Free will)를 상실하고 시스템에 얽메어 살았던 기업형 인간 척 놀랜드는 4년간의 표류 후 극적으로 생환한 후에야 이렇게 후회한다. "그때 비행기를 타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후회한들 무엇하랴, 그의 그녀는 이미 남의 아내가 돼버린 후인 것을.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넘어서, 하지 않고 싶은 것을 안할 수 있는 삶이야말로 자유의지를 지닌 삶이라는 걸 그는 너무 긴 시간과 너무 큰 고통을 지난 후에야 느끼게 된 것이다. 런닝타임 2시간 23분, 총 제작비는 9천만달러가 든 대작이다.

시시콜콜 문답

1. 통행크스는 이 영화를 위해 몇킬로그램의 살을 뺐을까?(답 22.7kg)
2. 무인도에 고립된 톰행크스의 절친한 친구(?)가 된 배구공 '윌슨'은 영화가 끝나고 얼마에 팔렸을까? (답 18,400달러. 우리돈으로 2,400만원)

/심향미

심향미님은 전남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으며, 문화예술종합잡지 '금호문화'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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