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 사립고는 귀족계층 낳는다
자립형 사립고는 귀족계층 낳는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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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로 통하는 그들은 또다른 귀족>

얼마전 모 교육부장관이 학교교육이 학원교육보다 뒤떨어진다는 망언을 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그 교육부장관이 보았던 관점은 학교를 단지 지식 전달의 매체로만 보았던 것이다.
물론 10여명만 놓고 한 두 과목만 개별지도 형태로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이 입시준비를 위한 지식전달에는 학교보다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학원에서는 요즈음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 현상에 대하여 어떠한 교육을 하는가? 학원에서 클럽활동을 하며, 학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학원에서 학급활동을 하며, 학원에서 예체능이나 수능 과목을 제외한 교과를 배우는가? 학원에서 청소를 하며, 학원에서 환경정화를 하며, 체육대회를 하며, 학원에서 수련활동을 하며, 학원에서 수학여행을 가는가?
학교 교육의 두 축은 사회화의 전수와 지식의 전달이다. 학교에서는 지식전달의 기능 못지 않게 학생들의 사회화를 중요시하고 있다.
즉 학교에서 체험을 통하여 사회를 배우고, 문화를 습득하고, 민주주의를 습득하고, 인간을 이해하고, 민족과 통일을 생각하며, 창의성과 정보화의 새로운 세계에 접근한다. 그러나 학원은 입시위주의 지식의 전달에 치중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사회화에는 관심이 없다.

요즈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립형 사립고는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교육의 경쟁을 가장 큰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평준화는 하향 평준화를 가져왔다는 논리다.
우리는 10 여년 전 과학고등학교가 시작될 때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과학영재의 육성을 위하여 과학에 소질이 있는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하고, 2학년 때에 이미 과학기술대학에 진학시켜서 우수한 과학자들을 양성하였고, 그들이 무궁화 위성 등 과학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의 과학고의 모습은 어떠한가? 단지 명문대 입시를 준비하기 위한 학교로 전락하고 말았지 않았는가? 또 외국어고등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외국어 영재를 육성하여 세계화되고 있는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지금은 어떠한가?

돈많은 부모 만난 아이들 빗나간 우월감
일반학교 학생들의 좌절감 생각해봤나


이론상으로는 너무나 멋있는 자립형 사립고는 또 그 모습이 얼마나 변질될 것인가를 생각하여 보면 자명하다.
현재 고등학교 납부금이 연 100만원 정도이다. 자립형 사립고는 약 300∼400만원이 될 것이다. 그런데 납부금을 제외하고 그 학부모들은 얼마나 많은 학교발전기금을 내야할 지 모른다. 그것은 미국의 귀족 사립학교에서 밝혀진 바다.
부모가 돈이 많아 자립형 사립고를 진학한 학생들의 우쭐함과 돈이 없어서 일반학교를 진학한 학생들의 좌절을 생각하여 보았는가? 교육과정도 국민공통과목을 제외하고 자유로이 편성할 수 있다고 했다.
자립형 사립고를 진학한 학생들은 명문대 진학을 위하여 1학년 때부터 기숙사에 집단 수용되어 얼마나 경쟁에 내몰릴 것인가? 중학교에서는 또 돈 많은 집안만 골라 자립형 사립학교에 합격시키기 위하여 얼마나 경쟁으로 몰아갈 것인가? 중학교 부모들은 자녀를 자립형 사립고로 보내기 위하여 또 얼마나 피땀을 흘려야 하는가?

또 그들은 결국 이 사회의 신 귀족계층으로 다시 형성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 아닌가? 부모를 잘 만나 돈으로 귀족학교를 다니고, 명문대학교에 진학하여 사회의 요직을 차지하고, 결국은 새로운 귀족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그 동안 광주에서는 특정고교 출신들이 얼마나 많은 귀족적 행세를 하였는가? 돈이 없어서 일반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태생적으로 부모를 얼마나 원망할 것이며, 자립형 학생들에게 뒤떨어지지 않기 위하여 또 얼마나 채찍질 당하여야 할 것인가?

학교 역할을 지식장사로만 몰고 갈건가

다시 말하지만 고교 평준화는 하향 평준화라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사회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몸으로 체득하고 길러가며,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이다.
예를 들어 정보화 교육은 시험에 나오지 않지만 누가 말하여도 하향평준화가 아니다. 학급에서 사회 생활을 하고 봉사하고 단결하고 통일을 생각하는 것은 하향 평준화가 아니다. 창의성과 개성을 계발하는 것은 하향 평준화가 아니다.
우리 학교의 기능을 단순하게 입시위주의 지식 전달에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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