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행사를 보는 경찰의 싸늘한 시각
통일행사를 보는 경찰의 싸늘한 시각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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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행사의 도청 앞 광장 개최를 둘러싸고 주최측과 경찰측의 한바탕 기싸움이 있었다. 광주전남통일대축전 추진본부측이 '광주전남통일대축전'을 11일 도청 앞 광장에서 열겠다고 집회허가를 신청한데 대해 관할 동부경찰서측이 불허통보를 한 것이다.

경찰측의 공식적인 불허 사유는 '도청 앞 금남로가 교통의 요지로서 주말 오후의 교통혼잡이 우려된다'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번 행사가 '시민들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통일축전추진본부측은 "한달 전부터 행사협조를 요구하며 얘기가 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허통보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행사를 막기 위한 경찰측의 기만적 전술"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시민들의 정서와 맞지 않는 행사'라는 경찰측의 불허사유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며 반발했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된 각 구별 통일대축전을 보면 북구민 2천명, 동구민 1천명, 서구민 800명, 남구민 1천명, 광산구민 1천명 등 지난해보다 두세배 이상 많은 시민들(주최측 추산)이 참가했다. 참가 단체 또한 진보와 보수진영이 함께 해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달라진 사회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시민들의 변화된 통일인식과 대중적 행사참여에도 불구하고 경찰측이 '시민정서'를 이유로 행사를 불허한 데서 공안당국의 변치 않는 냉전적 시각을 읽는다. 남북의 정상과 이산가족, 그리고 노동자·농민·시민단체들이 남북을 오가며 집단적으로 북녘의 주민들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새삼 거론하지 않더라도 통일문제는 민족의 큰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여전히 '불온시'라는 구시대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행사의 내용이 국가보안법이나 주한미군의 문제 등 정치성이 없는 단순한 문화행사와 체육행사로 구성됐다 할지라도 공안당국의 시각은 곱지가 않다.

물론 행사장소가 공원 같은 곳이면 이렇게까지 문제삼지 않는다는 경찰측의 주장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80년대를 거치면서 '교통의 요지'를 넘어 시민의 정치적 요구를 분출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온 도청의 의미가 있다.

때문에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에서 '통일의 성지'로 부활시키려는 민족민주운동 단체들의 요구는 도청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래 관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바뀐 다음에야 변한다'는 말이 있다. 과거에 비해 공안당국도 많은 부분이 변하고는 있다. 하지만 통일이라는 민족적 대세 앞에서 그들의 눈빛은 아직도 싸늘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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