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정체성과 주막문화
민족정체성과 주막문화
  • 범지훤 호남의병연구소 소장
  • 승인 2016.08.0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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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주막문화의 부흥을 기대하며
▲ 범지훤 호남의병연구소 소장

며칠 전 광주 4·19혁명 기념관 통일관에서 ‘민족정체성과 주막문화’라는 토크콘서트가 있었다. 이 콘서트는 강북문화원장 김현풍 박사, 고려대학교 엄흥섭 교수 등이 4,19혁명단체총연합회(대표: 김영용)와 호남의병연구소(소장: 범지훤) 초청으로 서울에서 내려와 이루어졌다.

창립 3주년이된 나막사(나라사랑, 막걸리 사랑)의 설립목적에 따르면 우리의 ‘얼과 정신’이 담긴 막걸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며 우리의 문화유산인 막걸리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나라사랑’으로 발전시킨다. 이를 위해 막걸리 문화의 세계화를 지향하고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막걸리에 대한 문화콘텐츠를 만들고 음주문화를 정립, 막걸리에 대한 홍보활동에 참여하는 사업도 시행하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고구려 때는 막걸리가 '계명주'로 용사들이 전쟁에 나가기 전 용기를 갖게 했던 서민의 술이었으나 오늘날에는 호텔에서, 뷔페에서 예식장 등에서 찾아볼 수가 없게 됐다. 알코올만 빼면 막걸리는 인체에 전혀 무해하며 막걸리 한 병에 들어있는 유산균은 약 1억 개로 일반 요구르트 120병 분량이며 유해세균을 파괴하고 면역력을 강화한다. 막걸리에는 비타민B도 풍부하고 식이섬유 덩어리라고 말해도 과언 아니며, 자연 발효된 자연식품으로 술인 동시에 건강식품이기도 하다.

민속화가 김홍도, 김득신과 함께 조선의 3대화가로 알려진 신윤복은 그의 그림인 화제시에서 “술잔을 들고 밝은 달을 맞이하고, 술항아리 끌어안고 맑은 바람 대한다”고 읊었다. 조선시대 화제시는 풍류의 백미였는데 주막은 곧 풍류가객의 그늘이며, 시인묵객의 잠자리였으며, 상인들의 도박판이자, 굶주린 나그네의 요기장소이기도 했다. 과거시험 선비들의 휴식처인 동시에, 동네의 굿판 및 춤판이 이루어진 지금으로 말하면 다목적 문화 사랑방이자 살롱(salon)이었다.

주막의 핵심은 술과 밥이었고 숙박은 덤으로 술을 마신 사람들은 숙박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남녀의 정사에 관한 은밀한 거래도 있었다니.

술은 탁주와 소주, 안주는 육포와 어포 등 서민들의 애환과 삶이 노을처럼 배어나는 주막문화를 지금은 쉽게 접할 수 없다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일제가 우리의 전통문화를 말살하려는 정책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당한 결과이기도 했다.

기록에 의하면 다산 정약용이 전라도 강진에 유배당할 때 주막집 할머니의 배려로 4년 동안 기거하면서 경세유표를 집필했고 제자교육도 하였다고 한다. 대동문화재단에서 격월간 대동문화를 통해 이달 기획특집으로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었던 ‘주막’을 주제로 주막의 역사, 사극에 등장하는 주막,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배경이 된 옥화주막, 경북 예천군에 위치한 최후의 주막 삼강주막 등 오랜 역사와 함께해 온 주막을 밀도 있게 취재, 출판했다.

주막은 1960년대까지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해오다가 1970-80년대 없어져갔고 그 시대 유행가로 번지 없는 주막, 나그네 설음. 빈대떡 신사 등의 노래를 들어보면 그 시대의 풍속이 잘 나타나 있다. 현대 생활 속에서 밥집이나 술집, 그리고 숙박을 겸하며 허심으로 시를 읊고 작은 전람회를 개최하며, 젊은이들의 사랑도 키우는 현대적 주막(문화 사랑방, 주도 체험장, 사의재와 같은 교육체험관)의 재창조와 주막문화 부흥은 불가능할까?

2016.8.5~7일까지 충남 예천군 풍양면 삼강주막에서는 삼강주모선발대회, 음주예방캠페인, 전통 민속놀이, 추억의 먹을거리, 개막축하공연, 취중휘호대회 등 다양한 주제공연을 하며 관광객 참여형 레크리에이션과 전국막걸리 시음 및 판매부스를 운영한다. 이번 광주 4,19 통일관에서 거행된 행사에 참석자 한 분이 광주에서도 주막문화를 재현, 주모선발대회를 갖자는 제의를 해와 기억에 남는다.

경상도 문경새재, 섬진나루 화개장터, 삼도요충지 천안삼거리, 인천-서울 중간 오류동 주막거리. 전라도 전주 등지에서 행해진 주막문화는 민속적 풍류문화의 체험장이자 서민적인 삶의 본향이었다.

의향과 더불어 예향이자 미향이기도 한 광주에서 주막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는 없을까? 국난(國難)의 시절에는 주막이 의병의 본부이기도 했다. 향토색 물씬 풍기는 주막에서 지난 조상들의 삶과 존왕(尊王)과 향토를 지키는데 골몰했을 의병들의 나라사랑, 향토사랑의 정신을 ‘막걸리 사랑’으로 이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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