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의 민낯
실손의료보험의 민낯
  • 이재열 S&Lee 컨설팅 대표
  • 승인 2016.04.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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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열 S&Lee 컨설팅 대표
최근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평균 22.6%를 인상했고, 현대해상은 27.3%를 인상했다. 특히 중소형 손해보험사 중 흥국화재는 누적된 손해율 악화를 이유로 44.8% 인상했다.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3대 생명보험사도 최대 23% 보험료를 인상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 부담분을 제외한 본인부담을 보상해주는 민간의료보험으로 보통 3년(최근 가입자는 1년)마다 갱신되는데, 갱신 시점에 이르러 보험료가 폭등하고 있다.

올해 건강보험료가 평균 0.9%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보험료 폭탄세례’를 맞은 것이다. 손해보험사들은 높은 손해율(2014년 137.6%)로 인해 보험료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손해율의 산출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며 공익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실손보험은 2014년 3월 기준으로 가입자 수가 3,403만 명에 달한다. 가입 세대 기준으로 80%를 넘어서며, 그야말로 국민건강보험을 넘어서 경쟁하는 위치에 이르고 있다.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의의 질병 및 사고로 인한 가계의 경제적 부담(46.3%)’과 ‘국민건강보험의 서비스 보장 부족(35.48%)’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2%(2013년)에 그치고 있어 개인의 의료비 부담이 매우 높다. 보건복지부의 '국민의료비 및 국민보건계정'(2014년)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헬스데이터'(2014년)을 비교해 보면,  2012년도 우리나라 국민의료비 중 공공재원의 비율은 5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72.3%)에 비해 현저히 낮다.

박근혜 정부는 의료영리(민영)화 정책들을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의료산업 육성 등을 명분으로 의료기관의 영리화를 부추기고, 높아질 의료비에 대비해 민간의료보험을 확대하고 있다. ‘노후 실손의료보험’을 도입했으며, ‘노후의료비 보장보험’을 도입해 개인에게 더 많이 떠넘기려 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국민건강보험의 부족한 보장을 채우기 위해 가입하지만 우리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실손보험은 의료비가 필요한 시점에는 유지할 수 없는 보험이다.

현재 예를 들어 30살인 가입자의 보험료가 1만 5천원에서 매 3년마다 30% 인상된다고 가정을 해보자. 막상 의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노령기인 72살에는 월 59만원, 80세가 되면 월 보험료가 120만원(년 1400만원)을 넘어, 수입이 없는 노령세대가 절대로 감당할 수 없는 큰 금액이 된다.

의료비 걱정을 덜기 위해 가입한 보험에서 보험료 폭탄을 맞게 되는 거대한 ‘국민 사기극’에 가깝다. 공공보험의 보장률 80% 이상인 독일 등 유럽국가의 경우 실손보험 가입률이 10%를 넘기지 않는다.

또한, 병원은 ‘실손보험금 지급’을 명분으로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권유하고 있다. 환자들도 병원을 빨리 나올 필요성을 못 느낀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는 건강보험의 재정지출 증가 및 보장률 저하, 이로 인한 실손보험 확대라는 악순환을 통해 국민건강보험을 계속 위축되게 만든다. 현재의 실손보험은 국민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시작부터 잘못된 상품인 것이다.

2012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수입이 약 42조 원일 때, 국민들이 민간의료보험 명목으로 보험사에 지급한 금액은 약 15조 원이다.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한다면, 의료비 걱정도 사라지고 가계살림살이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실손보험에 가입할 이유도 없어진다.

국민건강보험료를 조금 올려 모든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는 그 이상의 비용을 국민들은 이미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지속하기 어려운 민간의료보험 정책으로 재벌 보험사들의 배만 불리는 상황인 것이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을 선진국 수준인 8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강보험료 인상 등 재원마련 대책과 의료의 공공성 확보에 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또한 공공의료 체계를 무력화시키려는 재벌 보험사의 의도에 맞서 ‘실손보험의 민낯’ 을 널리 알려야 한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위해서는 연대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자하는 깨어있는 시민의 단결된 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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