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생활임금제’ 도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2)
영국의 ‘생활임금제’ 도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2)
  • 이재열 S&Lee 컨설팅 대표
  • 승인 2016.04.1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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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열 S&Lee 컨설팅 대표
4월 13일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비롯한 야당이 승리를 거두었다. 외신의 분석을 살펴보면 뉴욕타임즈는 부진한 경제에 대한 실망감을, 블룸버그 통신은 최고 실업률을 기록한 청년 실업률을 꼽았다. 영국의 BBC방송은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망을 약화시키는 조치들을 추진하고, 정부에 반하는 사람들을 지나치게 가혹하게 다뤘다는 인식에 따른 결과로 보았다. 즉, 실업률 상승과 수출 감소,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나타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심판이라 할 수 있는 결과다.

총선 기간 내내 각 당은 최저임금의 인상을 앞 다투어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난 7일에 2017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가 시작되었다. 새누리당이 제시한 2020년 9,000원을 달성하기 위한 인상률은 매년 10.5%, 더불어민주당의 2020년 10,000원 도달을 위한 상승률은 매년 13.5%이다. 물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는 진행하겠지만, 이제 우리 사회에도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이 화두로 던져진 셈이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공개한 최저임금에 직접 영향을 받게 되는 노동자의 규모는 2001년 2.1%에서 2016년 현재 18.2% (342만 명)로 15년 사이 무려 9배 가까이 늘어났다. 우리나라 노동자 5명 중 1명이 최저 임금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저임금 노동자의 비율은 최고 수준이다. 노동자 4명 중 한 명이 시간당 6823원(중위 임금의 2/3)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5년 29%에서 2013년 45%까지 급증했다. IMF는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의 ‘소득불평등’ 지수가 가장 높다고 밝혔다.

해마다 최저임금의 동결을 주장해온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에서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업에 부담이 증가하며 최저임금으로 보호하려는 소상공인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영세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실업률 상승을 이유로 제시하고 있지만,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최저임금의 문제가 아니다. 재벌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침해와 건물 임대료 상승, 가계의 소비여력 하락 등이 근본적인 이유이다. 영세기업을 걱정하는 척하며, 재벌 대기업의 독점이라는 구조적인 차원에서 발생한 문제를 저임금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87.7%는 중소기업에서 나오지만,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 여력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는 50%나 확대되었다. 이같은 구조에서는 저소득층이 임금 인상의 혜택을 보기 어렵다. 하청과 재하청 형태로 엮인 먹이사슬 구조의 정점에 있는 재벌과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와 다양한 ‘갑질’을 근절하는 동반성장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서비스산업 부문에서도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져가는 과다한 수수료를 근절해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부담이 영세자영업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영국의 생활임금제도의 도입과 관련한 지난 지면에서 살펴보았듯이, 세계 각국은 저성장과 불평등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최저임금을 적극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이직률을 낮추며 근로자의 사기를 진작시켜 노동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또 저임금 노동자의 구매력이 증가하게 되면 지역사회의 소비가 늘어나 골목상권이 활성화되고 고용이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최저임금의 인상이 워킹푸어(working poor)와 같은 뿌리 깊은 소득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키는 아니겠지만, 최저임금의 인상은 소득불균형 해소를 통한 임금격차와 양극화 극복의 시작이 될 것이다. 하지만, 관련 정책은 반드시 '경제민주화' 정책과 함께 진행돼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가 주는 의미를 20대 국회에서는 준엄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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