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색, 세상을 물들이다
자연의 색, 세상을 물들이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희연의 '오래된 미래'를 찾아...>

모든 생명체는 있는 그 곳의 '물'이 든다. 백의 민족이라 불릴만큼 흰색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살면서 자연스레 드는 물은 피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비온 뒤 질퍽한 길을 걷다 바지자락에 흙물이, 들녘에서 일하다 풀물이, 감을 먹을때는 감물도 든다. 이런 물들임이 빚어낸 색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번엔 아예 천에 황토니 쪽이니 감으로 물을 들인다. 손끝에는 봉숭아로 물을 들인다. 이쯤되면 어쩔 수 없이 물드는 색이 아니다. 마음먹고 들이는 색이 아닐 수 없다. 자연의 색을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이 발현한 것이리라.

이렇듯 천연 염색은 자연발생적이다. 우리 조상들은 쪽풀은 남색, 홍화는 붉은색, 치자는 노란색을 낸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하고 취향과 계절에 따라 그 자연의 색을 물들여왔다. 쪽을 보면서 시원한 바다를 떠올리고, 홍화의 붉은 빛을 보면서는 새색시의 발그레한 볼을 떠올렸을까. 자연과 어울리는 색감,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바뀌는 빛과 색깔, 그 은은함은 자연과 조화하던 우리 선조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억지부리지 않고 순리에 따른다.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이 색이 바래는 것 또한 순리다. 마치 생명체가 늙어가듯 색도 자연의 이치를 따른다.


문명의 위기 때마다 '자연'은 하나의 대안
홍화, 쪽, 감, 치자, 숯...
천연염색은 그 곳에 가까이 하려는 몸짓


천연염색은 또 자연친화적이다. 흙과 풀, 열매로 색을 내는 천연염색은 어떤 화학물질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연의 색을 천이 받아들이도록 하고 그 색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이 역시 경험의 소산으로 모두 자연물로 해결한다. 물을 들이는 과정도, 물이 빠지는 과정에도 자연에 무리가 가는 일은 없다.

이런 천연염색이 20세기 초 서양문명의 유입과 일제 식민지 지배를 거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연의 색을 가까이 하고자 들였던 염색이 단순한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위함으로 천착되고, 이에 상업주의가 결합한 결과이다. 오로지 예쁜 색을 많은 천에 들이는 것이 목적인 화학염색의 결과는 너무도 자명해 환경오염과 피부질환 같은 부작용을 안겨주었다. 문명의 끝을 맛본 사람들은 문명의 위기를 몸으로 느끼는 것일까.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대문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자연과 오래된 옛것에서 대안을 찾아가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천연염색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황토염색'이다. 황토로 유명한 남도 땅에서는 그만큼 황토염색이 활성화되었다. 황토가 가지는 특성은 항균기능과 냄새제거기능, 그리고 원적외선 방사다. 피부가 민감한 사람이나 피부질환이 있는 경우 황토염색제품을 사용하면 효과가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 밖에도 홍화, 쪽, 감, 치자, 숯... 자연의 색으로 세상을 물들일 수 있는 소재는 널려 있다.

천연염색은 자연의 색을 가까이 하려는 것이다. 어느새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 되버린 자연을 염료를 통해 늘 곁에 둘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자연 안에 있을 때 가장 편하다는 것을 느끼는 이라면 천연염색이 주는 편안함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황토염색과정>

광목의 풀을 뺀 후, 잿물에 삶아 천에 남아있는 기름때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정련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염색이 잘 되고 물이 잘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우유나 콩즙을 묻힌다.
그 다음 황토 물에 천을 충분히 담갔다가 짜서 햇볕에 말리는 과정을 2-3회 반복하여 충분히 물이 들게 한 후, 흙물이 안 나올때까지 세탁하면 황토염색천이 완성된다.


오래된 미래를 찾아서 : 본 란은 전통방식을 오늘에 되살리는 방법과 대안적 삶을 소개함으로써 진정한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