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을 앞두고 요동치는 지역 정가를 보면서
4·13총선을 앞두고 요동치는 지역 정가를 보면서
  • 정규철 인문학연구소 학여울 대표
  • 승인 2016.01.13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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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철 인문학연구소 학여울 대표
4.13 총선을 앞두고 지역정가가 요동을 치고 있다. 한국정당사에서 60여 년 동안 정통맥을 이어온 ‘더불어민주당’에서 이탈자가 속출하고 있다. 정치 초짜가 아닌 관록 있는 정치인에서부터 그 당에 기대어 정치생명을 부지해 온 사람들까지 줄줄이 보따리를 싸고 있다.

時勢의 유불리를 따지면서 줄서기에 익숙해진 당사자들이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마냥 어리둥절, 혼란스러울 뿐이다. 선거철이면 예외 없이 나타났던 정치 철새들의 이동과는 달리 온통 세상이 뒤죽박죽 되어가는 느낌이다. 엊그제까지 한솥밥을 먹던 동지가 하룻밤 사이에 적이 되는가 하면 정견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진풍경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심정은 한겨울 날씨처럼 냉하고 우중충할 수밖에 없다.

지난 날 정치지도자들이 지역감정을 부추겨 ‘표’를 갈취한 적은 있었지만 그건 전시대에나 통하던 수법일 뿐이다. 이 시대에 국민이 바라는 건 한결같다. 동서가 하나 되고 남북이 하나되는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활짝 열리기만을 염원한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이러한 기준 위에서 판단을 하고 선택을 한다. 만약 국민을 업신여기고 기회적절하게 변신을 꾀해도 유권자들이 쉽게 속아줄 것이라고 믿었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20C초 막스 베버는 정치가가 갖춰야 할 자질을 정열, 책임감, 통찰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자신이 정열로 행한 ‘일’에 헌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을 행동지침으로 하지 않으면 올바른 정치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자신부터 성찰할 줄 알아야 한다. 남 탓으로 돌리기에는 우리네 정치현실이 심히 엄중하다 ‘더불어민주당’의 내분이 당 대표의 지도력 부재나 판단력 미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당을 뛰쳐나오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취할 정도는 아니다. 오죽했으면 이 지경까지 왔겠는가 하는 연민의 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서 있는 자리에서 결사항전의 자세로 상황을 반전시키면서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을 하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이를 테면 국면전환을 위해 전당원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비상대책위를 꾸려보는 것이다. 비대위가 구성되고 나면 당운영의 전권을 부여하여 당내외의 유능한 인재들을 모아 ‘공천혁명’을 단행한다면 4.13총선은 볼만하게 전개될 것이고 등을 돌렸던 유권자들도 일거에 돌아서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예부터 민심은 천심이라 하지 않던가. ‘더불어민주당’이 ‘더불어 국민과 함께 하는 당’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어차피 총선이 시작되면 새누리당 정권의 실정에 넌더리가 난 대다수 국민들은 인물 중심으로 투표를 하게 될 테니까.

지난 대선이 끝나고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가톨릭 성직자들이 앞장서서 진상 규명을 외쳤는가 하면 국민들은 국기를 흔드는 중대 사건으로 규정했고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그때 수세에 몰린 새누리당은 남북정상회담시 서해 북방한계선을 노무현 대통령이 포기했다는 문제를 들고 나와 물타기를 일삼자 문 대표는 ‘만약 노 대통령이 포기했다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국민들의 실망이 어떠했겠는가 한번 생각해보라. 자기가 모시던 대통령의 명예는 중요하고 국민 주권이야 어찌됐던 괜찮다는 것인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판단인 것을 어쩌겠는가.

‘새정치민주연합’이 변신을 꾀하면서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어 달았다. 안철수의 ‘새정치’가 종말을 고한 것이다. ‘국민의당’을 창당하겠다고 서둘고 있는 안철수의 정치적 비전은 한차례 검증된 셈이다. 그가 망월동을 참배하고 호남의 민심을 끌어안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시민의식이 쉽게 동조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지난 6.4 지방선거 때 김한길과 합당한 대가로 광주시장 전략공천을 요구, 이를 강행한 사태가 이 순간 악몽으로 떠오르는 것은 어느 한 사람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민주성지’ 광주에서 공정한 경선, 시민의 의사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므로 해서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大義는 해, 달과 함께 영원히 빛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YS나 DJ 대통령은 진리와 정의와 선은 결국 이기고 만다는 것을 믿고, 반독재투쟁의 선봉에 서서 민주주의를 쟁취한 위대한 지도자들이었다. 어려울 때 일수록 선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살필 일이다. 행여 내가 걷는 이 길이 뒷사람들에게 누가 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 될 터이니까. 80년 오월의 광주는 현재 진행형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면서 누가 광주 시민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지 예의 주시 해 보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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