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메타히스토리를 중심으로
역사란 무엇인가: 메타히스토리를 중심으로
  • 김병욱 충남대 국문과 명예교수/문학비평가
  • 승인 2016.01.0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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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욱 명예교수

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한국사 국정화 문제는 21세기 개명 시대를 중세의 암흑시대로 돌려놓으려는 독재적 발상이 빚어놓은 무지의 극치를 보여 준 것이다. 도둑들이 장물 처리하듯 집필진도 공개하지 못한 국정화 프로젝트는 무슨 비밀이라도 지켜야하는 군사작전이라도 된단 말인가.

이러한 무지한 담론이 횡행하는 현실에서 ‘역사란 무엇인가’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무참할 뿐이지만 역사는 이야기의 형식을 띤 것으로 역사적 사실을 발판으로 역사 서술가의 이념에 의해서 하나의 플로팅에 의해 하나의 완결된 사사체다.

중국에서는 서사물을 대설(역사)과 소설(허구물)로 이분해 왔다. 공부를 한 사람은 이 분류법이 너무나 탁월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사실에 기초하여 서술된 이야기는 대설(역사)이고 모든 꾸며낸 이야기는 소설이다. 여기에 따르면 서양에서의 장편소설, 중편소설, 단편소설이란 장르 구분법도 부질없는 것이다.

역사에 대하여 격조높은 담론을 나누려면 헤이든 화이트의 책을 권하고 싶다. 헤이든 화이트는 1928년생의 미국의 역사학자이며 문예 이론가이다. 그가 1973년에 출간한「메타 히스토리:19세기 유럽의 역사적 상상력」은 우리에게 역사적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이 책은 존스 홉킨스대 출판부에서 출간되었는데 참고문헌과 인덱스를 포함하여 448쪽에 달하는 두툼한 책이다. 우리나라에는 1991년 천형균 교수가 문학과 지성사에서 번역 출간하였는데 564쪽에 달하는 큰 번역서이다.

이 책에서 다룬 미슐레, 랑케, 토크빌, 부르크하르트 네 명의 19세기 대표적 사학자와 헤겔, 마르크스, 니체, 크로체같은 네 명의 역사철학자들의 역사철학을 메타 히스토리적 방법으로 비교 평가한다.

메타(meta)라는 말은 ‘~을 넘어서서’ 또는 ‘~에 관하여’라는 그리스어 접두사에서 나온 말인데, 메타피식스(형이상학),메타크리티시즘(메타비평)등에서 볼 수 있듯이 어떤 한 개념은 그 자체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노스럽 프라이는 문학을 역사처럼 썼고 ,헤이든 화이트는 역사를 문학처럼 썼다는 촌평에 그 특징이 있다. 노스럽 프라이는 「비평의 해부(1957)」에서 뮈토스(신화 줄거리)를 봄에는 희극, 여름에는 로망스, 가을에는 비극, 겨울에는 풍자와 아이러니로 파악했는데 헤이든 화이트도 여기에 빗대어 미슐레는 로망스로서의 역사적 사실주의, 랑케는 희극으로, 토크빌은 비극으로, 부르크하르트는 풍자로 분류하여 서술하였는데 이것은 분명히 프리이에서 본받은 것이다. 위대한 비평가는 궁극적으로 문명비평가의 길을 걷게 되고 훌륭한 사상가는 또한 문학적 상상력의 소유자가 되는 것이다.

또한 헤이든 화이트는 칼 만하임에 따라 이데올로기를 무정부주의, 보수주의, 급진주의, 자유주의로 구분하여 앞의 네 명의 사가들에 적용하였다. 사실 혹자들은 화이트가 도식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비판한다.

헤이든 화이트의 이 책과 하워드 휴즈의 「의식과 사회」류사오펑의 「역사에서 허구로」,그리고 프라이의 「비평의 해부」는 우리에게 풍부한 역사적 상상력을 줄 것이다. 이데올로기를 통제하려는 우리 사회는 아직도 5.16 군사 독재 체제와 회고적 독재주의에 집착하고 있다. 그 망상이 개인과 사회를 병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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