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호남정치인들
영혼 없는 호남정치인들
  • 박호재 주필/부사장
  • 승인 2015.12.1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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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재 주필
文·安이 결국 정치적 이혼을 했다. 정치적 이혼은 숙려기간도 없다.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간에 자산 분할을 강제할 이도 없다. 자녀들의 양육권도 주장할 수 없다. 이 또한 온전히 남은 자녀들의 몫이다. 정치적 결별은 이렇듯 무책임하고 냉혹하다.

다시 무소속이 된 안철수 의원의 독자세력화 움직임에 호남 정치권이 이상기류에 휩싸였다.

우선 드러난 표징은 머뭇거림이다. 엊그제까지 文 대표를 몰아세우던 행보에 비춘다면 좀 기이하다. 친노 패권정치를 비난하며 文을 다그쳤으면 이에 반발해 당을 나온 安에게 박수라도 보내야 하는데 갑자기 침묵모드로 돌아섰다. 주춤거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심지어 安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집요하게 전략 공천한 윤장현 시장마저도 시정에 전념하겠다며 발을 빼는 눈치다. 필요할 땐 당정이 협력해야 한다 하고, 난처하면 당정이 분리돼야 한다는 논리가 자기모순이다. 문·안·박 연대제의를 곧바로 수용한 박원순 시장의 결단은 그럼 무엇일까. 이재명 성남시장도 분열은 안 된다며 당 사태에 개입했다. 윤시장 논법대로라면 두 사람은 당정을 혼동한 꼴이다.

어떻든 탈당정국으로 호남 정치인들의 민낯이 드러난 느낌이다. 安이 탈당한 마당에 다시 文 대표에게 대안을 요구하는 행태도 옹색하다. 투정하는 아이들처럼 수없이 대안요구를 해왔다.

할 만큼 했다. 그렇게 해서 될 일 같았으면 文·安의 결별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 뭔가 결단을 해야 할 순간에 다시 시간벌기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을 거둘 수 없다.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당의 앞날을 걱정하는 회합의 모습이 언론에 비춰지곤 있지만 전시 정치처럼 보인다. 답도 없고 이슈도 없는 그런 모임이 숱하게 반복됐던 탓이다.

지금 그들의 속내는 이렇지 않을까 싶다. 安의 세력화 과정과 文 대표의 정국 돌파 수순을 보는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이미 탈당한 安에게 가깝게 다가서다 비주류 다잡기에 나선 文의 눈 밖에라도 나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文 대표를 향해 목소리 높였던 경과에 비춘다면 비루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 호남정치가 참으로 초라해졌다는 생각을 거둘 수가 없다. DJ가 이끌어 온 호남정치는 늘 정국을 주도해왔지 정국의 눈치를 보고 살아가진 않았다. 노무현 정권 당시에도 호남정치는 중심의 무게를 잃지 않았다. 이 자긍심을 작금의 호남 정치인들이 다 말아먹고 있는 셈이다.

스스로들 자초한 일이다. 5·18 정신과 민주·인권·평화를 입만 열면 자신들 정치의 본바탕처럼 떠들지만, 정치적 행동은 공허했다. 세월호에서 국정화 정국에 이르기까지 호남 정치인들의 존재감은 모래알 보다 더 왜소했다. 특히 가장 거세게 박근혜 정권의 파시즘에 저항해야 할 광주 정치인들의 미미한 대처는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한국의 정치 1번지 지존심을, 정치 1번지 유권자가 뽑은 이들이 망가뜨린 것이다.

누구에게 배웠는지 유체이탈의 화법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시민사회의 반 새민련 정서는 文 대표의 처신만을 두고 쌓인 게 아니다. 반감의 상당 부분은 그동안 광주정치인들의 무력한 행적에서 비롯되고 있음에도 애써 딴청을 피운다. 친노의 패권정치로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요즘 일종의 금기어이긴 하지만 이 대목에서 딱 어울리는 말이기에 불가피하게 쓸 수밖에 없다. 영혼없는 호남정치인들, 정말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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