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이 된 광주시민들
인질이 된 광주시민들
  • 채복희 시민의소리 이사
  • 승인 2015.12.0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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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시험에 들어도 크게 들었다. 민주화의 성지이자 정치 1번지, 야당의 홈타운.... 4.19학생운동으로부터 5.18민주항쟁까지 의롭게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써왔던 이 도시에 성서식 비유로 치자면 “시험”이 닥친 것이다.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었으나, 하필 사악한 자본을 숭배한 정권에 이어 아예 40년전 군부독재로 되돌리는 파시즘형 현 정권이 영구 집권의 토대를 쌓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광주가 또 앞장 선(혹은 불리어 세워진) 것이다.

야당의 분열과 이로 인한 불길한 퇴행적 미래가 예고되는 행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야당대표와 혁신을 외치는 또 다른 행보가 경쟁적으로 광주에 와 닿고 있다. 강호의 정치평론가들은 “결국 야당은 또 다시 분열로 가고 있다. 정권 재창출은 물건너가고 각자 국회 재입성만이 목표다”고 일갈한다. 야당이 오합지졸같은 면모를 벗지 못한 가운데 현 집권여당은 내년 총선때 190~200석까지 자신만만해 한다고 한다.

현 대통령은 임기 시작하자마자부터 부정선거에 이어 청와대 문서유출 사건 및 실세 논란, 세월호 침몰, 최근의 교과서 국정화 사태까지 그렇게 3년여를 흘러 보냈다. 그 혼란의 와중에 자유로운 해고를 담보한 노동법를 통과시키고 최근 한중 FTA가 체결됐다.

이전 정권처럼 4대강에 쓸데없는 삽질을 하면서 국고를 낭비하진 않았으나 한 일이라곤 국론 분열밖에 없어 보이는 정권이 아직도 2년이나 남은 가운데 여야 정치인과 국회는 내년 총선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광주를 필두로 호남 정치와 정치인들의 행태에 있다.

야당의 현 지도체제를 불신하고 이미 새로운 당의 깃발은 올라가 있고 당에 소속된 현 국회의원들은 공천권 사수에 목숨을 걸고 있다. 이들은 모두가 광주시민들을 인질로 삼아 정의의 한표를 요구한다.

광주정신을 제대로 계승하고자 한다면 이들에게 묻고자 한다. 정권을 교체하는데 호남의 기득권자들은 자신들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결국 정당을 분열시키고 경쟁력있는 대선주자를 제대로 옹위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짧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배우지 않았던가?

대구 경북지역은 현 대통령이 무슨 짓을 해도 밀어주자는 청맹과니적 분위기라 한다. 그들과 같을 수는 없다. 그러면 광주 호남지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눈먼 자들이 그나마 눈 떠있던 자들의 시선마저도 가리는 무지한 퇴행이 일어나야 하는가? 광주, 이 정의로운 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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