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3) 곳곳 샘솟던 마을, 이제 물길이 없다
생물다양성(3) 곳곳 샘솟던 마을, 이제 물길이 없다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9.03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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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새봉, 개발로 인한 생태적 고립
샘에 얽힌 이야기도 잊혀져가는 현실

▲'한새봉 두레'가 옛지도와 문헌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일고마을 지도. 곳곳에 시암(샘)들이 존재했다는 것이 보인다.
북구 일곡동엔 한새봉이라는 작은 산이 있다. 한새봉은 무등산에서 군왕봉을 거쳐 삼각산에서 흘러나온 산줄기다. 이 산줄기는 여물봉이라 불리는 매곡산과 장구봉, 운암산으로 이어진다.
1600년대 마을 사람들은 뒷산을 ‘소가 누워있는 형상’으로 보고 ‘황소봉(황쇠봉)’이라 불렀으며 지금의 ‘한새봉’이 됐다.

한새봉이 둘러져 있는 현재의 일곡지구, 일곡마을은 원래 시암(샘)이 곳곳에 샘솟던 마을이었다. 독시암, 도깨비시암, 조개시암, 모개시암 등의 이름이 붙은 샘들은 아이들의 물놀이 장소가 되기도, 어머니들의 빨래터가 되기도 했으며 또한 각종 생물들이 살아가던 서식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곡마을에 택지개발로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이런 ‘시암’의 이야기들은 옅어져갔다.
김영대 한새봉두레 사무국장은 “원래 이곳엔 샘들이 있고 물길들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구획선을 그어서 아파트 단지를 조성한 것이다”고 말했다.

한새봉은 삼각산으로부터 흘러나온 산줄기이지만, 도로에 의해 생태적으로 단절된 상태다. 현재 일곡동에서 패밀리랜드로 넘어가는 도로가 한새봉과 삼각산 사이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이 도로는 말을 타고 다니거나, 걸어 다니는 작은 시골길이었다. 따라서 동물들이 산에서 산으로 넘어가는 데에는 크게 지장되지 않았다.
하지만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가 뚫리면서 야생동물들의 생태통로가 끊어졌고, 이는 한새봉의 생태적 고립으로 이어지게 됐다.

따라서 야생동물들이 한새봉에서 이 도로를 안전히 건너 삼각산으로 통행해 무등산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생태통로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에서는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원녹지과에서 한새봉 자락에 붙어있는 개구리논 일대를 도시농업생태공원으로 조성하려 하고 있긴 하지만, 한새봉의 생태통로 단절까지 해결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나마 한새봉의 유일한 생태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면, 한새봉과 영산강 사이에 위치한 논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밭을 통해 한새봉과 영산강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교류가 이뤄지고, 유전적다양성이 보존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유일한 생태통로인 이 논밭마저도 아파트 단지 조성계획 등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김영대 사무국장은 “필요에 의해 개발이 되더라도, 야생동물들이 영산강과 한새봉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고려해 계획되고, 개발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일곡마을에 존재했던 시암들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추측해보면, 한새봉 숲에서 시작됐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한새봉 자락에 위치한 개구리논은 이러한 물의 순환, 그리고 숲과 물의 연관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마지막 남은 현장이다.

김 사무국장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들어보면 예전엔 샘에서 물고기를 잡았다는 기억들이 있다”며 “실제로 개구리논도 도랑을 형성해 연결고리들이 영산강과 광주천으로 이어졌었는데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봤을 때 물길이 끊어지면서 물고기들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계획이 이미 이뤄져서 다시 원상복귀 한다는 것은 힘들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런 자연적인 생태들, 그리고 물길들이 살아있어야 마을의 생물다양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부순환도로의 개발로 인해 한새봉이 관통당하면 마지막 남은 자연생태적 현장도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새봉지키기 시민연대 등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광주시가 2013년에 한새봉을 관통하지 않고 우회한다는 약속을 올해 갑자기 뒤집었다며 북부순환도로 공사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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