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역사, 다시 써야 한다.
호남의 역사, 다시 써야 한다.
  • 이민원 광주대 교수
  • 승인 2015.05.2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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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현실을 바꾸어 보자는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외부인의 왜곡 바로잡기, 차별시정, 제몫 찾기 등이다. 호남의 현실은 중앙집권적 정치형태의 의도적 산물이며, 호남인들의 투덜거림이라는 방어적 산물이다.

정부는 불균형적 자원배분으로 호남을 차별했고, 호남인들은 그 차별에 대해 투덜거림 이상의 저항을 보여주지 못했고, 호남외부인들은 매우 지엽적인 사실 몇 가지로 호남을 폄하해왔고 가장 우호적이라고 하여도 호남차별을 인정해주는 정도에 머문다.

그 결과가 정치 경제적으로는 낙후이며, 사회적으로는 섬이 된 호남이며, 문화적으로는 지독한 의존성이다. 어느 시점, 어느 사건, 어떤 선택이 호남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을까.

호남의 과거 역사는 고정된 실체인가. 현재의 모습은 숙명인가. 호남의 미래 역시 외부에 맡길 수밖에 없는가. 적어도 호남의 미래 역사는 스스로 써야 하지 않을까.

호남의 역사를 다시 쓰자. 그러자면 과거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오늘의 호남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호남이 과거에 결정했던 많은 일들도 다 부정되어야 할까.

선조들은 당시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고민을 했던 것일까. 그 고뇌에 찬 선택의 무게감과 의미를 다시 탐구해 보면 그 선택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 오늘의 관점에서 그 선택을 탐구해본다면 더 의미 있는 가능성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고비의 순간에 결단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면 아무런 역사를 쓸 수 없다. 또한 자기 주체성 없이는 그 어떤 결단도 내릴 수 없다. 그러니 역사를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고비에서 주체적으로 많은 가능성을 탐구해 본 끝에 운명을 거는 심정으로 주사위를 던지는 것이다.

과거 선택을 다시 탐구하여 발견한 가능성의 관점에서 과거의 역사를 다시 해석하여 의미를 새롭게 부여해야한다. 그렇다면 호남의 과거 선택들을 다시금 철저히 탐구하여 그 시점의 고민들을 드러내야 하지 않나. 그 고민들 속에 호남의 선조들이 결단한 선택들의 가능성을 찾아내자.

오늘의 호남 관점에서 과거의 선택들을 탐구한다면 당시와는 전혀 다른 가능성이 나타나지 않을까. 과거의 역사도 새로운 가능성으로 다시 읽으면 새로운 역사가 될 수 있다. 과거의 고뇌에 찬 선택을 탐구하여 발견한 가능성을 오늘의 호남에 적용하여 선택을 한다면 새로운 역사를 쓰는데 동참하는 것이다.

과거의 선택을 다시 탐구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데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그것은 용기다. 과거선택의 탐구 과정에서 드러난 치부 까지도 가감 없이 드러내 자신을 부정하고 비판하며 마침내 이를 극복할 용기가 필요하다. 어려운 결단의 순간에 숨어버린 선조들을 고발할 수 있나.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이익만을 탐하며 결단의 순간을 외면하는 나의 내면을 고백할 수 있나. 호남차별 구도 속에서 찔끔거리며 내주는 중앙정부의 작은 은전을 과감히 거절할 용기가 있나.

광주민주화운동의 어두운 면을 과감히 들춰내 자기비판을 해낼 용기가 우리에게 있나. 지금까지 알려진 호남의 자랑스러움 까지도 부정할 수 있는 정도의 결기가 있나. 이런 수준의 자기 부정 없이 어떻게 호남의 과거 역사를 다시 쓸 수는 없다. 자기 부정과 고백 없는 지식인의 말은 모두 헛소리다.

역사 쓰기에 필요한 다음 덕목은 주체성이다. 우리의 역사는 결코 남이 써 줄 수 없다. 역사쓰기란 극한적 고비의 순간에 내린 고뇌에 찬 결단이다. 누가 나의 일에 극한의 고민을 해주는가. 내가 고민하지 않은 선택은 나의 역사가 아니라 남의 역사이다. 그러니 외부의 도움으로는 결단코 호남의 역사를 쓸 수 없고, 호남의 문명도 만들지 못한다.

호남만의 힘으로, 호남의 심장마저도 도려내는 결기로, 선택의 순간에 치열하게 고민하여 결단을 내리자. 결단의 대상은 예산일 수 있고, 광주민주화운동일 수 있고, 독립운동일 수도 있다. 결코 보통의 의지로 해낼 수 있는 결단은 아니니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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