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지인이 흑산도에서 거주하고 있어, 그 곳에서 막 잡은 싱싱한 고깃살은 쫄깃쫄깃한 식감과 살짝 연탄불에 구워내면 알싸한 맛이 기억에 남는다. 내장인 애 역시 고소한 맛이 일품이나 많이 먹으면 장이 약한 사람은 배탈날 수 있으니 조금만 먹는 것이 좋다.
홍어에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효능을 지니고 있다. 성인병 예방을 위한 불포화 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기능과 관절염,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고, 현대과학에서도 홍어의 효능이 입증된 바 있다.
홍어 맛을 잊지 못한 강제 이주된 흑산도 사람들은 돛단배를 타고나가 고향 근처 바다에서 홍어를 잡아다가 영산포까지 가져오면 사나흘에서, 중간에 거센 태풍이라도 만나면 며칠씩 걸리기도 했다.
어창에 넣어둔 생선이 썩어 버리기 아까워, 밭에 거름이라도 하기 위해 가져와서 놔두면, 홍어만 고깃살이 물러지지 않고 그 상태로 유지 되면서,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아 먹기 시작 했던 것이 삭힌 홍어의 유래로 600년의 전통을 지닌 별미 음식이다.
십여 년 전만 하여도 술집 간판에 ‘홍탁(洪濁)'이라고 쓰여 있는 적이 있었다. 홍어의 ’홍'자와 탁주(막걸리)의 ‘탁'자를 따서 붙인 것이다.
삭힌 홍어의 톡 쏘는 맛과 탁주의 텁텁한 맛이 어울려 이것만으로도 훌륭한 조합이다. 홍어를 제대로 먹을 줄 아는 술꾼들은 여기다가 비곗살이 붙은 삶은 돼지고기에 묵은 신김치까지 곁들여 먹는데, 이를 '홍탁삼합 (洪濁三合)'이라 하여 최고의 안주로 친다. 여기다 짭짭한 새우젓을 몇 개를 살짝 얹혀 막걸리 한잔이면, 최고의 안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