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법석 속 염화미소
야단법석 속 염화미소
  • 이보라 소설가
  • 승인 2014.11.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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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며 세상에 영원한 진리

▲ 이보라 / 소설가
싯다르타는 열반의 경지에서 ‘미묘한 상상력’을 얻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합니다.

“나의 미묘한 체험의 세계, 이는 무형의 모습으로 신비로운 관문을 열어줄 것이다. 즉 문자로써가 아닌, 경전 바깥의 다른 모습으로 전해질 것이니 이제 이를 마하가섭에게 위촉한다.”

하필 마하가섭에게로 깨달음이 전수된 연유야, 그 유명한 고사성어 ‘염화미소(拈華微笑)’의 유래에서 짚어낼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영취산 야단법석(野壇法席)에서 아무 말씀 없이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셨고, 모여 있는 사람들 중 마하가섭만 유일하게 미소 지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야단법석(야외에 설치된 경건한 설법 자리)이 야단법석(많은 사람이 모여 떠들썩하고 부산스럽게 굶)으로 그 의미가 왜곡될 것을 예지하였으나 아무 염려 할 것 없다는 붓다의 자비로운 가르침으로 내게 와 닿습니다.

싯다르타가 말씀하신 경전 바깥이야 중생들이 야단법석을 떠는 세속이며, 그 진흙탕 속에서도 연꽃 같은 깨달음이 핀다는 것을 야외 설법 장에서 이미 붓다는 보여주신 겁니다.

이처럼 세상에 무엇이든 존재 그 자체만으로 지존(至尊)이 될 때, 말은 불필요한 것이 됩니다. 무형의 모습으로 싯다르타의 그 미묘한 상상력은 마하가섭을 비롯한 우리들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며 세상에 영원한 진리가 됩니다.

이러한 염화미소의 진리는 완고하거나 배척하지 않습니다.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고 섣불리 단언할 수 없기에 누구나의 주장을 미소 지으며 인정할 수 있게 합니다. 그의 주장이 진리라면, 더 말할 것도 없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질 것임을 이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북새통 같은 연꽃축제장을 찾았던 날 아침, 나는 저도 모르게 빙그레 반가운 웃음을 짓고 말았습니다. ‘밤새 내린 비로 두 장의 꽃잎만 우선 열린 까닭이야 아직 못다 핀 저 백련 속에 숨어있는 게야. 남은 꽃잎들이 저절로 다 열리기 전엔 사람이 미루어 알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이 도대체 무어야.’

내 마음 밭이야 가랑비에도 젖기 일쑤인데 연꽃 밭은 밤새 내린 비에도 하나 젖지 않으니, 저수지 흙탕물은 흙탕물이고 연꽃은 연꽃입니다. 비 개인 그날 아침, 축제를 즐기는 중생들로 야단법석 중인 백련지가 온통 싯다르타의 야외설법 장(場)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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