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의 지참금
며느리의 지참금
  • 문틈 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4.11.1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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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동안 사귀어온 젊은 남녀가 있다. 드디어 결혼을 하기로 하고 양가의 상견례 자리를 마련했다. 말이 오가는 중에 신랑측 어머니가 토를 달았다. 지참금을 신경 쓰시라고. 여자는 시댁의 뜻밖의 태도에 고민이 되었다.
그렇잖아도 집에서는 직장생활을 몇 년 더해서 집안 살림을 보태주고 시집가야지 아직 30도 안된 나이에 서두를 것이 없지 않느냐고 못마땅해 하던 터였다. 그러나 남자는 어서 결혼하자고 졸랐다.

여자는 직장생활을 몇 년 했지만 어려운 집안 살림을 돕느라 모아 놓은 돈이 없었다. 그런데 시집에서는 지참금을 터무니없이 요구한다. 신랑이 의사 면허를 땄는데 개업하려면 돈이 필요하니 이에 성의가 있어야 한다는 눈치다. 지참금 문제는 벌써 전에 여자는 남자에게 집안 형편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 놓은 처지였다.
남자는 한사코 그런 건 크게 신경 쓸 것 없다고 했으나 시집 부모는 완강했다. 여자는 시집을 찾아가 울면서 지참금만 빼고는 뭐든지 다 하겠다고 사정했지만 소용없었다. 오랜 연인 관계였던 여자의 심정은 어땠겠는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이 두 남녀의 결혼 문제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7년씩이나 연애를 해온 여자는 시댁의 지참금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결혼은 파투가 나고 말았다. 전해들은 이야기만으로도 나는 신랑이 어리석고 그의 부모가 미웠다. 세상에 지참금이 뭐라고 두 남녀의 오랜 사랑을 떼어놓을 수 있단 말인가.
신랑은 또 무슨 바보같이 부모님의 고집에 넙죽 엎드린단 말인가. 부모에게 반기를 들지 못하고 순순히 따르는 신랑의 사랑이란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흡사 꼭 저녁마다 틀어주는 저 식상한 텔레비전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에 나는 분개했다.
아내가 들려준 그 후 이야기에 따르면 그 불쌍한 여자는 다른 더 좋은 신랑감을 만나 결혼해서 ‘신세가 활짝 폈다’는 것. 그리고 신랑이 되기로 했던 옛 애인은 아직도 결혼을 하지 못한 채 그의 부모가 아들의 의사면허를 무슨 전가보도인 양 내세우며 여자를 고르고 있는 중이라는 것.

나는 여기서 결혼이 거래인가, 하는 식의 진부한 논의를 하고 싶지 않다. 부모가 자식 결혼에 충고는 해 줄 수 있겠으나 저 사람은 안된다, 이 사람은 된다, 강요하는 것은 한참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왜 자식 결혼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 자식 인생을 헝크러 뜨리려 하는가. 부모는 성장한 자식이 마음에 드는 배필을 만나 행복한 인생을 살게끔 밀어주면 그뿐이다.
부모가 신랑, 신붓감을 골라주는 행태가 아직도 있는 모양이지만 난 반대다. 부모가 아들 부부와 함께 영원히 같이 살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둘 사이의 사랑이 소중하고 보면 양가의 부모는 둘의 결혼을 축하해주는 일 말고 무엇이 더 있을까. 하물며 지참금 문제 따위야.

별 놈의 지참금 때문에 오랜 사랑이 깨질 수도 있다니 사랑의 길목에는 참 째째한 문턱도 있나싶다. 나는 어느 편이냐 하면 자식들이 좋다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길래 기꺼이 환영한다고 했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한번뿐인 인생을 펼쳐나갈 천부의 권리가 있다. 그것은 아무리 부모라 해도 관여할 수 가 없는 일. 우리 부모도 내가 결혼할 때 지참금 이야기는 운도 떼지 않았었다. 요즘은 지참금을 듣기 좋으라고 예단이라 한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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