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어디로 가나
낙엽은 어디로 가나
  • 문틈 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4.10.3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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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마을에도 이제 단풍이 한창이다. 가로수, 공원의 나무들, 뒷산의 숲, 어디나 갖가지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다. 길바닥에는 빨갛고 노랗고 갈색으로 물든 낙엽들이 뒹굴고 바람이 볼 적마다 나무에서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낙엽들은 길바닥에도 깔려 있고, 길가의 턱진 곳이나 구석진 자리로 몰려가 그들끼리 모여 있다.
나무에서 떨어져 나온 저 낙엽들은 종당엔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 마지막 가는 곳이 궁금한 것이 어디 낙엽뿐일까. 산에 사는 새들은 죽으면 어디로 갈까, 꽃들은 피었다가 지면 다 어디로 갈까. 그런 상념에 젖어볼 때가 있다. 바람이 소슬한 가을이라서 더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대체 이 세상 모든 것들은 마지막에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옛말에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 했다. 낙엽은 떨어져서 다시 뿌리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즉, 낙엽들은 온 곳으로 되돌아간다. 세상 모든 것들은 결국은 그들이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오고 가고 오고 가고 하지만 죄다 거대한 순환고리에 감겨 있다.
사람은 죽으면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흩어진다고 한다. 낙엽이 그렇듯이. 흙과 물, 불, 바람으로 흩어져 사라진다는 것이다. 한데, 육신은 그렇다할지라도 우리의 의식, 즉 영혼은 어찌 되는 것일까. 인간에게는 나무와는 다른 영적인 기운이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생을 다하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믿기에는 인간은 너무나 생각이 깊다.

단풍 든 나무를 보고 생(生)의 설레임을 느끼고, 대자연의 순환 질서에서 우주를 이해한다. 이렇게나 위대한 인간은 자연의 일부분이지만 자연의 경계 너머에서 온 존재 같기도 하다. 궁극을 알 수는 없지만 인간이 마침내 가는 곳은 썩어 없어져버리는 땅이 아니라는 쪽에 관심이 간다. 그렇게 믿고 싶어진다. 특별히 어떤 종교적 관점이 의탁해서가 아니라도 말이다.
낙엽을 밟고 걷는 가을길이 이런저런 사색을 이어가게 한다. 한 걸음을 디딜 때마다 발밑에서 들리는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발목을 붙잡는다.

구르몽이라는 시인의 시 한 귀절이 들리는 듯하다.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그 푸르던 잎새들, 소낙비와 여름날의 태양과 태풍에 흔들리며 생명을 구가하던 잎새들이 이제는 낙엽이 되어 땅에 떨어져 있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된다고 하지만 길바닥에 뒹구는 낙엽을 보고 거기까지 생각하기에는 웅크리고 있는 낙엽의 모습이 너무 쓸쓸하다.

또 눈앞에서 수만 낙엽이 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은 어쩔 수 없이 애절함으로 기울어진다. 낙엽이 흙으로 돌아가 근원인 뿌리의 자양이 되어 다시 새 잎을 돋게 하는 것을 모르지 않건만 낙엽들끼리 옹송 그려 모여 있는 것이 처연한 느낌을 준다.
나는 지금 막 파르르 떨어진 낙엽을 한 잎 줍는다. 주워서 한참 바라보고는 도로 그 자리에 놓는다. 낙엽이 가는 곳을 내가 막아 설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들고, 주워 들기에는 낙엽 색깔이 너무 고와서이기도 하다.

바람이 불자 땅바닥에 흩어져 있던 낙엽들이 마치 어느 한 곳을 향해 가는 듯 불려간다. 낙엽들이 굴러가는 소리. 이 세상 끝으로 불려가는 그 소리. 낙엽을 떨구고 가을은 쿵, 쿵, 산마루 넘어서 저만치 휘적 휘적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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