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화의 길은 소비향락의 길?
청년문화의 길은 소비향락의 길?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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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선 기자
   
▲ 전남대 후문 청년문화의 거리

'ZZYZZIX' 'MONG' 'PINGWA' 'TESS'
'TUEH' 'AZUR'
'PURIAN' 'JANUS' 'DEFCONⅢ' 'SIGN' 'CREAM''OLIVE'
'O2' 'SYATO' 'CAMEO'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술집이름들이다. '청년문화의 길'에 자리잡은 청년들의 문화향유공간(?). 유흥상가들이 밀접해 있어 주말이면 대학생뿐만 아니라 중·고생들을 비롯해 많은 젊은이들이 북적대는 곳이 전남대학교 후문지역에 자리잡은 '청년문화의 길'.


전남대 후문 '청년문화의 길'
공연장.전시관 하나 없고
현란한 술집.노래방 네온사인뿐
저항.새로움 들어찰 공간에
소비 욕구만 가득하더라


이 곳은 '대학문화를 표출하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지난 99년에 이름지어졌다. 굵은 장마비가 내리던 11일 저녁. 청년 문화의 길을 찾았다. 내리는 비에 아랑곳없이 많은 젊은이들로 거리는 북적이고 있었다.

청년문화?

예전 서울대학교 터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대학로'는 주류문화만이 아닌 새로운 형식의 문화공연 표출의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로는 단순히 소비 향락문화만이 아닌 젊은 세대들의 기성문화에 대한 '일탈' 혹은 '반란'을 꿈꾸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문화'를 흔히 "젊은 세대들이 획일화된 기성 주류체계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꿈꾸는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의 향유문화"라고 일컫는다.

그렇다고 청년문화는 단순하게 대학문화만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획일화되어 있지 않아 지역·연령·취향에 따라 각각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즉 주류문화에 휩쓸리지 않고 어떤 지역에 있어 형성되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문화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청년문화'가 되는 것이다.

청년의 비애, 소비욕구 분출만이 존재


용봉동 152∼161번지 '청년문화의 길'에 자리잡고 있는 대형 음식점과 술집, 카페, 노래방, 비디오방, 당구장 등 소비향락 업소는 줄잡아 400여 곳에 달한다.

국적 모를 간판들과 네온사인들이 불야성을 이루는 이곳 '청년문화의 길'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서점은 단 3곳뿐이다. 전공서적을 판매하는 곳을 제외하면, 그나마도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좋은책방(옛 황지서점)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공연을 관람하는 소극장과 영화관은 물론 화랑 및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단 한 곳도 찾아볼 수 없다. 맞다. 이곳은 문화의 불모지인 것이다. 80년대 저항의 대학문화 상징으로 대표되던 '황지서점(현 좋은책방)'과 민속주점 '새노야'만이 외로이 남아 자리를 지켜내고 있기는 하지만 '청년문화의 길'이라 붙여진 이름마저도 무색할 정도다.

하지만 밤이 깊어갈수록 이곳 '청년문화의 길'은 빛(?)을 발한다. 오색 창연한 네온사인 불빛이 거리를 밝히고 길가 곳곳에 마음대로 주차되어 있는 차들과 거리의 쓰레기는 '청년문화'에 대해 엉뚱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것이 정녕 청년문화의 모습일까?'

골몰히 생각하며 수도 없이 이 길을 거닐어 보지만, 여전히 드는 생각은 '소비문화'밖에 없다. 대학문화의 급속한 상업화는 주류문화에 대한 저항성이 아닌, 주류보다 더 주류적 모습을 이곳 '청년문화의 길'에서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대중소비문화가 대학문화, 더 크게는 이곳 청년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청년문화의 길'

북구청과 전남대는 1999년 맺은 관학협력사업의 일환의 특별시책으로 향토문화의 길과 청년문화의 길을 조성키로 했다. 대표적 유흥업소 밀집지역이던 구호전 거리를 향토문화의 거리로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성과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아직까지 '청년문화의 길' 조성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북구청 관계자는 "예산도 마련되지 않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그 거리를 조성하는데 기존 상가주민들의 반발도 심하다"며 "청년 문화의 길은 명칭만 부여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밝혔다.

전남대 관계자도 "유흥업소 일색의 후문지역의 개선을 위해 북구청과 공동의 취지에서 관학협력사업을 추진되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야외공연장 조성과 운영에 관한 구체적 내용의 경우 계획만 세워진 상태다"고 설명했다.

분명 이제 80년대식 대학문화 혹은 청년문화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또한 지금에 있어 대학문화와 사회문화를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무의미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소비욕구의 재생산'이라는 주류사회문화에 휩쓸려 지역·세대별로 독특하게 누릴 수 있는 문화마저도 포기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최용선 기자는 전남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으로, 사회의 밝은 이야기를 기사로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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