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백리 칼럼2-청백리 淸白吏, 염근리 廉謹吏
청백리 칼럼2-청백리 淸白吏, 염근리 廉謹吏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4.08.12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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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요즘 정부가 달라졌습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하더니 부패 척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도 바빠졌습니다. 검찰은 여야 국회의원들을 줄줄이 소환하고 있습니다.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라고 성토를 일삼던 야당 국회의원들마저 ‘직업 전문학교’ 명칭관련 입법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김영란 법은 법안 검토 소식조차 없습니다. 국회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는 부패 청산에 관심이 없나 봅니다.

세상이 온통 부패 일색입니다. 공기업, 국책연구기관,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감사원, 국회를 가리지 않고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이제 ‘청백리(淸白吏)’는 박물관이나 역사 책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백리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은 부패방지에 매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청백리는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에서 깨끗한 공직자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청백 淸白’이라는 말은 ‘청렴결백(淸廉潔白)’의 약칭으로 동아시아 사회에서 가장 이상적인 관료의 미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영춘 외 지음, ‘조선의 청백리’)

그런데 청백리는 국어사전에 나오듯이 ‘성품과 행실이 올바르고 무엇을 탐하는 마음이 없는 관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청백리는 이런 소극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인의(仁義)가 넘치는 관리라야 청백리입니다.

음양오행설에 의하면 청은 인에 해당하며 백은 의에 해당합니다. 서울의 동대문인 흥인지문이 인을 상징하고, 서대문인 돈의문이 의를 상징하는 문이듯이 청백은 인과 의의 심볼입니다.

일찍이 맹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인의 단초이고,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의의 단초라고 하였습니다.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바로 사랑입니다. 수치스러움을 깨달으면서 살고, 불의를 증오하는 마음이 바로 정의입니다. 1910년 한일병탄을 수치로 알고 자결한 매천 황현이 그렇고, 1905년 을사보호조약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증오하여 1909년 10월26일 하얼빈 역에서 이토를 저격한 안중근이 그러한 의인입니다.

한편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청백리는 작고한 사람들에 대한 호칭으로, 살아 있을 때는 염근리(廉謹吏)라고 불렀다 합니다. 국어사전에는 염근리를 ‘청렴하고 매사에 조심성이 많은 관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염근리 코드는 청렴(淸廉)과 근신(謹愼)입니다. 청렴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말하며, 근신은 말이나 행동을 삼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청백리가 청렴결백만 사람이 아니라 백성을 사랑하고 정의를 실천하는 관리이듯이, 염근리도 청렴하고 조심성 많은 관리가 아니라 염치(廉恥)와 근정(勤政)하는 관리를 말합니다.

염치는 흔히 예의염치라는 말처럼 수신(修身)을 철저히 하는 것이고, 근정은 백성을 위하여 부지런히 정무를 살피는 것을 말합니다. 조선을 건국한 삼봉 정도전이 경복궁을 만들면서, 임금이 정무 보는 곳을 근정전(勤政殿)이라 이름 한 것은 임금이 부지런히 민생을 살펴서 백성을 편안하고 살찌우게 하라는 의미였습니다.

민생을 살피면서 백성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같이 하고 여민동락(與民同樂)하는 이가 바로 청백리이고 염근리입니다. 책상에 앉아서 몸가짐만 깨끗하게 하고 뇌물은 아예 안 받지만 공무(公務)는 적당히 하고 시간만 때우는 공무원, 백성의 어려움과 아픔은 전혀 생각 안하고 백성과 소통 안하는 공무원은 공무원(公務員)이 아닙니다.

지금은 청백리가 너무나 그리운 시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성 출신인 송흠과 박수량은 우리가 본받아야할 청백리입니다. 지지당 송흠(1459-1547)은 일곱 번이나 청백리를 하면서 삼마태수로 불렸고, 아곡 박수량(1491-1554)은 백비의 주인공이자 강직한 감찰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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