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농민만의 문제인가?
쌀! 농민만의 문제인가?
  • 김성인(국민농업전남포럼 상임대표)
  • 승인 2014.07.3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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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와 7.30선거로 요란한 가운데 지난 7월 18일 정부는 ‘쌀시장 전면개방’을 전격 발표하였다. 1994년 우르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이후 매년 일정량의 수입쌀을 들여오는 것을 조건으로 지난 20년을 미루어온 ‘쌀 관세화’를 내년부터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 시기 “농업은 시장논리에 맡길 수 없다” 며 “농업만큼은 직접 챙기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또 다시 거짓이 되었다. 그동안 쌀 전면개방에 우려를 표명해 오던 농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애써 가꾸던 벼를 갈아엎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일부 농민단체까지 적당하게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정부는 오히려 ‘우리가 먹는 쌀 농민의 마음으로 지키겠다’며 국민들을 설득하고 나섰다. 야당이 반대 입장을 내놓고 일부 언론에서 이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론의 반응도 그저 그런가보다 하는 수준으로 사뭇 뜨뜻미지근하기까지 하다.

쌀은 5천년 동안 우리 민족을 먹여살려온 생명산업이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혼이요 우리 전통문화의 바탕이다. 일제강점기 시기 일제가 가장 많이 수탈해간 것이 쌀이고, 공업화를 중심으로 한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1970년대 까지만 해도 쌀밥 한 그릇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소원이었다면 지나친 말일까?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 말 다수확 품종이던 ‘통일벼’를 심어 비로소 쌀을 자급하고 이를 토대로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이 산업화를 이루는 원동력이었음도 널리 아는 사실이다.

정부의 주장에 의하면 올해 쌀 의무수입량은 40만 8,700톤으로 지난해 국내 쌀 생산량의 9.7%에 해당된다. 만일 또 한 차례 쌀시장 개방을 미룬다면 의무 수입량은 더 늘어나 94만톤에 육박하게 될 것이므로 관세화를 통한 개방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입쌀에 300~500%의 고율관세를 부과하면 수입쌀이 국내산 쌀보다 가격이 비싸져 국내 쌀산업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부의 논리는 쌀농사를 포함한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매년 수십조 원에 이른다는 해묵은 통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다.

높은 관세율을 정한다 해도 그것을 항상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자유무역 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 협상 등으로 관세율이 낮아지거나 관세가 폐지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상투적인 시장논리를 앞세워 자칫 국내 농업을 초토화하고 민족의 생명줄을 세계 곡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몇몇 다국적기업들의 손아귀에 맡기겠다는 반농업적 반민족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이른바 ‘국익논리’를 앞세워 농산물을 무차별적으로 개방하여 사실상 쌀 이외의 전품목이 개방되었고 식량자급률은 20%대 초반으로 추락하였다. 식량안보는 말뿐 하루 세끼 중 한끼도 우리 힘으로 자급하지 못하는 나라가 되어 국가 간의 분쟁이나 기상이변 등으로 식량수입이 문제에 부딪치게 되면 정치적, 경제적,사회적 안정이 일거에 무너질 수 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된 것이다.

또 다시 정부의 무책임한 개방논리에 의해 쌀농사가 무너지고 농업,농촌이 무너지면 농민만이 아니라 당장에 노동자들을 포함한 도시의 서민들과 빈곤층의 삶이 생존의 위기에 처하고 전 민족적 재앙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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