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꿈꾸는 세상!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꿈꾸는 세상!
  • 김영주
  • 승인 2014.07.12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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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 감독을 아세요? [다즐링 주식회사] [해저생활] [문라이즈 킹덤] · · ·, 아직 히트를 친 영화가 없어서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히트를 쳤다고 할 순 없지만, 이런 기이한 작품이 무려 77만 관객을 끌여들였다는 게 화제가 되어서, 영화매니아들에겐 널리 알려졌을 법하다. 난 2008년에 [다즐링 주식회사]로 그를 처음 만났다.

 



그의 작품은 우리가 흔히 만나는 영화와 너무나 다르다. 연출기법이 특이해서 여러 모로 낯설다. 엉뚱해 보이긴 해도 어렵거나 거창하지는 않다. 오히려 찌질하거나 싸구려로 보일 수도 있다.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소소한 사건들을 소재로 하여 기발한 상상력을 보태서 기이하게 이끌어간다. 그 낯선 연출과 기이한 스토리 진행이, 우연히 만난 [다즐링]에선 쏠쏠한 재미를 느꼈지만, 애니메이션 [미스터 폭스]엔 빠져들지 못하고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하며 겉돌다가 삐딱해지더니 마침내 심드렁해지고 말았다.

그래도 [다즐링]에서 느꼈던 특이한 재미를 잊지 못해서 이번에 그의 [그랜드]를 만났는데, 또 다시 심드렁해지고 말았다. 왜 이럴까? 조금 찝찝했다. 어느 날 우리 딸이 “이상한 영화지만, 음악도 좋고 재밌었다.”며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허망하게 그의 작품에 등을 돌리기엔 왠지 꺼림칙해서 이번엔 마음을 가다듬고 세심하게 보았다. 소소한 사건을 놓치지 않고 그 사이사이에 자질구레한 잡담에 귀를 기울였더니, 그 틈새 틈새마다 캐릭터들의 미묘한 표정이나 간단한 대화 또는 무대나 소품들이 결코 평범치 않은 그 나름의 깨알 같은 사연과 의미를 담고 있었다. 새삼 놀랐다. 그래서 그의 예전 작품 [해저생활] [문라이즈 킹덤]을 찾아보았다. 하마터면 그의 이 기이하면서도 숙성 깊은 작품세계와 영영 이별할 뻔 했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73204&videoId=43596&t__nil_main_video=thumbnail
그 주인공들 : [그랜드]에선 부모형제를 잃고 고향을 떠나 이민을 가서 거대한 호텔의 로비보이로 출발하여 갖은 고난 속에서도 마침내 그 호텔 마스터가 되었다. [해저생활]에선 처갓집 덕에 제법 부자로 살지만 낡은 함선을 사서 해양다큐를 찍다가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다큐도 실패해서 구석지로 몰리면서 다시 해양다큐를 찍는다. [문라이즈]에선 보이스카웃 야영생활에서 왕따 당한 소년과 자기 가족이 잔뜩 불만스런 소녀가 몰래 만나서 새로이 둘만의 세상을 꿈꾸며 탈출하지만 어른들의 세상이 막무가내로 방해하며 부딪힌다. 그 주인공들의 반대편에 선 사람들은 ‘돈과 권력’을 쥐고 있다.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그 ‘돈과 권력’들이 갖추고 있는 사회제도와 윤리도덕이 요구하는 이념과 질서가 주인공들을 길들이려고 얽어맨다. 그 그늘이나 틈새에서 자기 개성에 충실하며 자기 나름의 소소한 세상을 가꾸어 간다. 그러다가 그들의 눈 밖에 나면, 구박받고 시달리며 구석지로 몰리고 때론 살해당하기도 한다.

그 고통과 고뇌를 평범한 일상생활 이야기에 보일 듯 말 듯하게 비틀고 풍자하며 이끌어가면서, 평범하지만 특이한 개성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그 주인공들에게 깊은 애정과 위로를 받친다. 그걸 다양한 사건과 에피소드로 엮어서 무대위에 건축 · 음악 · 미술 · 의상 · 소품으로 상징하며 표현한다. 그 줄거리를 잡담하고 수다를 떨며 껌이나 땅콩처럼 군것질 하듯이. 그걸 하나하나 곰씹으며 그 다양한 맛을 음미하노라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지만 쓰디쓴 뒷맛이 깊다.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손수건으로 살짝 가려놓은 ‘블랙 코메디’. 모래알처럼 무수하게 널려있는 ‘평범한 무명인들’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구박하고 짓밟는다. 그래서 현실세상에 대한 분노와 절망으로 밑바탕에 깊은 슬픔을 깔고 있지만, 별 볼 일없이 평범하고 조촐하게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소소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저 드넓은 밤하늘에 하나의 ‘작은 별’에 지나지 않는 자기의 삶에 긍지를 가지라고 속삭여 준다. 지나치게 영리하고 교활해서 오히려 더욱 어리석은 인간세상에서 잔물결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통과 고난에 위로와 용기를 길러준다. 얼핏 찌질해 보이지만, 나에게는 심오하고 숙성깊은 삶의 내공이 다가온다.

다른 영화들과 달리, 그의 작품이 낯설고 기이해서 그 영화에 빠져들지 못하거나 건성건성 보다가 지루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난 “한 번은 대충대충 큰 맥락을 파악한 다음에, 한 번 더 보면서 그 소소한 일상생활과 그걸 그래내는 다양한 상징들과 어수선하게 흩뿌려지는 대사를 섬세하게 음미해보라.”고 권유하겠다. 어느 한 장면도 소홀하지 않는 집중과 그 내용을 세밀하게 음미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그 주인공들은 관객의 눈에는 특이하고 기이하겠지만, 실제로 현실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면 삐딱한 문제아나 골치덩어리로 보일 수도 있고 편한 탄탄대로를 놔두고 괜한 진흙탕으로 걸어 들어가는 어리석은 괴짜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최근 안도현이 ‘기도’라는 글로  바라는 세상과 인터뷰로 만난 채현국의 인생 같은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유시민이 어느 인터뷰에서 스스로 ‘근본적인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면서 말했듯이,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어리석음과 더불어 살아가지만”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빠져 열심히 살아가면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세상을 고쳐보려고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 어떤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게 맹점이긴 하지만, 그 어떤 대안이 없다고 그 ‘돈과 권력’을 쥔 1% 상류층의 허영과 위선에 억눌린 채 하염없이 그 떡고물만 주워먹고 있을 수만은 없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그 높고 두터운 철옹성의 작은 틈새에서나마 ‘사람다운 세상’을 꿈꾸는 자의 몫이다. 웨스 앤더슨은 그걸 영화로 꿈꾸고 있다. 존 레논이 ‘Imagine!’을 노래하듯이 . . .

* 대중재미 C0(두 번 본 내재미 A++) , * 영화기술 C0(내가 본 영화기술 A++) , * 감독의 관점과 내공 : 민주파와 사회파 중간 A++. 

<존 레논의 Imagine 동영상>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1293952

Imagine!

Imagine there's no heaven,
It's easy if you try,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 . . .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Nothing to kill or die for, No religion too,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 . .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

Imagine no possessions,
I wonder if you can, No need for greed or hunger, A brotherhood of man,
imagine all the people Sharing all the world . . .

상상해 보세요, 천국이 없다고.
노력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아요. 우리 아래 지옥은 없고, 오직 위에 푸른 하늘만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오늘 하루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 . .

상상해 보세요, 국가가 없다고.
노력해 보면 그리 어렵지 않아요. 죽이지도 않고, 죽을 일도 없고, 종교도 없고.
상상해 보세요,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을 . . .

사람들은 날 몽상가라고 부를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만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니예요.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될 거예요.

상상해 보세요, 소유물이 없는 세상을.
당신이 상상할 수 있을까요?  탐욕도 없고, 굶주림도 없고, 인류애가 넘치는.
상상해 보세요, 세상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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