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앗아간 '우리 찾자'
물질이 앗아간 '우리 찾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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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 주지 현장스님 '티벳박물관' 세웠다>

전남 보성군 문덕면에 고대 불교문화의 성지라 할 수 있는 티벳문화촌이 만들어진다면….

지난 8일 보성 대원사 옆에 '대원사 티벳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티벳박물관 개관이라는 큰 불사를 이루어낸 주인공은 현장스님(대원사 주지). 그는 앞으로 대원사 일대에 티벳절을 세우는 등 티벳빌리지를 만들어 한국불교와 티벳불교를 아우르는 불교문화의 새 터전으로 가꾸겠다는 각오를 비쳤다. 문 열기 전날인 7일 현장스님을 만났다.


죽을 때 가져갈 수 있어야 '재산'

사람이 죽을 때 가져갈 수 없는 것은 재산이 아니다. 가져갈 수 있는 것만이 재산이다. 바로 그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업(業). 그 업을 쌓는 것이 재산을 모으는 것이다. 그래서 기도하고 수행하고 선행한다, 즉 악업을 짓지 않는다. 티벳인의 삶이다.

현장스님은 티벳박물관을 만들게 된 동기를 이렇게 시작했다. 티벳문명에서 사람살이의 해법, 즉 자신을 다스리는 치유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물관이 단순히 티벳유물을 나열해놓은 공간이 아니라 티벳문화 교육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물관에 들어오는 관람객이 티벳의 정신문화를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단다.

그는 1987년 인도 여행길에 북인도의 라닥에 40일간 머물면서 티벳민족과 살았다. 라닥(현재 인도령)은 흔히 '작은 티벳'이라 불리운다. 당시의 느낌을 "고대 우리 조상의 모습을 보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한다.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민족성, 그들의 생활 모습이 타임캡슐을 타고 우리 문화를 거꾸로 되돌려 본 기분이었다. 나 자신과 우리 민족이 물질문명의 발달 속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과거를 티벳인의 삶에서 찾는다.

도중에 침묵수행 중인 티벳의 종교·정치지도자 달라이라마와 만난다. 꾸밈없고 소탈한 달라이라마 자태에서 티벳불교라는 큰 열매를 본다.


달라이 라마와 만남 후 정신세계 매혹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에서 티벳에 대한 관심은 더 깊숙이 파고든다. 수시로 티벳을 왕래하면서 그들의 생활 풍속과 정신문화를 한국에 소개하자는 생각으로 사진도 찍고 자료를 챙기고 직접 티벳유물 및 예술품들을 구입하기 시작한 게 15년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자신의 체험을 알리는 티벳불교 순회 교육을 국내 절은 물론 가톨릭, 원불교에까지 100여 차례 넘게 했다. 지난 1998년 5월에는 국내 최초로 대원사 어귀에 있는 백민미술관에서 그동안 그가 모은 미술작품들로 '티벳불교 특별전'을 열면서 티벳불교 및 티벳문화에 대한 관심은 사회적으로 확산됐다.

티벳불교를 알면 사는 방법에 대한 해법이 나온다. 티벳사람에게 번뇌는 독이다. 그들에겐 질투심이 없다. 그들은 중국의 침략으로 인도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도 중국인에게 적개심은커녕 중국인들이 욕심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기를 기도한다.

"우리에게 성공은 출세로 통한다. 티벳인에게 성공은 얼마나 남을 많이 도왔느냐, 얼마나 자만심을 없앴느냐로 가늠된다. 우리는 욕심과 집착으로 고통을 받는다. 티벳인은 무아의 경지에서 산다."

돈과 물질문명이라는 잣대로 볼 때 티벳은 가난한 나라다. 그런데 세가지가 없다고 그는 강조한다. 정신병이나 우울증 환자, 노인성치매 환자, 사회범죄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서 돈 문제나 대인 관계로 근심걱정에 빠져있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

우리 민족에게도 그런 정신이나 문화가 없었던 건 아니다. 우리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잃어버렸다. 상실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전통문화와 티벳문화는 통한다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그래서 티벳 몽골 네팔 등을 방문하면서 틈틈이 티벳예술품을 구하고 티벳에서 공부하는 도반들에게 부탁해서 필요한 자료들을 모았다.


기도·수행·선행이 티벳인의 삶…우리가 상실한 과거 아닐까

"돈에 집착하다 더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사는 것이 지금 우리들인지 모른다. 한국적 과거 재산(효심, 전통문화 등 정신적 유산)을 찾아야 한다"며 티벳박물관이 청소년교육장으로 많이 활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터 닦고 건축, 박물관 완공까지 2년여 시간이 걸렸다.
"큰 일이라면 큰 일이지만 생각하기 나름이다. 지역에서는 오히려 관심이 덜 한데 공간이 커지면 관심도 확대될 것이다. 전국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해외까지 티벳박물관의 전시 유물을 알릴 것이다." 홈페이지를 띄울 계획이다.

먼저 티벳불교를 소개하는 잡지 '따시델레'(정신적으로 성숙되기를 축원하는 티벳 인사말)를 계간으로 낸다. 이번 여름호가 곧 창간호로 나온다.

밀교예술 국제 세미나도 준비하고 있다. 티벳불교는 밀교, 탄트라불교, 금강승, 라마교 등으로 불리는데 밀교는 수행의 결과로 얻어지는 깨달음의 세계를 말한다. 자신의 번뇌와 욕망 너머에 존재하는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해준다는 것이다.

2차 사업으로 박물관 옥상에 법당을 짓고 박물관 맞은 편 언덕에 15m 높이의 티벳식 대탑도 세울 뜻을 갖고 있다. 티벳스님들을 초청해 티벳 절을 세워 '한국의 작은 티벳'을 일군다는 것이 현장스님의 큰 계획이다.

"박물관을 여는 것이 단순한 행사가 아닙니다. 일 하기 위한 마당을 만든 것입니다. 많은 관람객이 티벳탕카를 보고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표현하는 '일'은 티벳탕카에서 얻는 깨달음, 믿음을 널리 전파하는 것이다.


==현장스님은==
1975년 송광사에서 구산선사를 은사로 출가
1984년 해인사 승가대학 졸업
1987년 티벳불교 순례
태안사 선원에서 두 해 동안 정진
1991년∼현재 대원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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