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출처관(出處觀)
선비의 출처관(出處觀)
  • 김상집
  • 승인 2014.02.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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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집
바야흐로 6·4지방선거에 예비후보들이 등록하고 있다. 조선시대 선비에게는 두 가지 큰 행로가 있었다. 출(出)과 처(處), 곧 사환(仕宦, 벼슬길)과 처사(處士)의 길이 그것이다.

노나라 임금인 애공이 ‘선비란 어떠한 사람인가?’라는 물음에 공자는 “선비는 임금의 부름을 자리로 삼고, 밤낮으로 학문에 힘쓰며, 충성과 신의로 천거되기를 고대하며, 힘써 행하여 취해지기를 기대한다.(儒有席上之珍以待聘 夙夜強學以待問 懷忠信以待擧 力行以待取)<禮記 儒行>”라 답한다.

유학의 본지는 수기치인(修己治人)에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벼슬에 나아가 도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그러나 그 시대가 도가 행할 만한 조건을 갖춘 시대인가? 또한 군주가 도를 실현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

만약 군주에게 정통성이 없거나 도를 실현할 만한 자질이 없는데도 출사를 한다면 이는 의리에 맞지 않은 것이다. 비록 출사하는 것이 옳은 일이기는 하나 선비로서의 지조를 버리고 통치의 도구가 된다면 진정한 선비라고 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논어’와 ‘맹자’에는 선비의 출·처에 대한 기록이 많이 보인다.

일찍이 맹자는 공자의 행적을 예로 들어 관직에 나아가고 물러남에 대하여 세 가지 유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나아가는 경우(出仕)이다.

첫째, 도를 행함이 가능한 벼슬이다. 군주가 맞이하기를 공경을 지극하게 하고 예의가 있게 하며, 장차 그 말씀을 행하겠다고 하면 나아간다.

둘째, 교제로서 가능한 벼슬이다. 즉, 군주가 그 말씀을 시행하지 않으나, 맞이하기를 공경을 다하고 예의가 있게 하면 교제가 가능하므로 나아간다.

셋째, 공양(供養)으로 가능한 벼슬이다. 즉 아침도 먹지 못하고 저녁도 먹지 못하여 굶주려 문을 나갈 수 없는데, 군주가 이 말을 듣고 어진 이를 구원하여 주면 또한 그것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음 물러나는 경우(處士)이다.
첫째, 예의로써 대하는 태도가 쇠(衰)하지는 않았으나 그 말이 시행되지 않으면 떠난다. 둘째, 예의로써 대하는 태도가 쇠하면 떠난다. 셋째, 다만 죽음을 면하면 그만 두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받는 것도 제한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군주가 진정으로 어진 이를 예의로써 대접한다면 요순의 실례처럼 능히 봉양하고 들어 써야 하는 것이다.

미수 허목은 ‘청사열전(淸士列傳)’에서 선비의 처신을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설명하고 있다. 첫째, 태평한 시대를 만났을 때, 선을 베풀어 그 공덕이 만물에까지 미치게 하는 것이다. 둘째, 난세를 만났을 때이다. 난세의 처신에는 다시 두 가지 유형으로 세분하여 설명한다.

그 하나가 김시습이나 조식처럼 세상을 도피하여 홀로 자신의 지조를 지키는 것이고(遁世獨行), 다른 하나는 수우당 최영경, 곤재 정개청, 동계 정온이나 의병들처럼 의리를 따라 몸을 바치는 경우이다(殺身循義).

미수가 군자의 처신을 유형화한 것은, 어떤 삶을 사느냐가 중요한 것인가 하는 문제를 드러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현재 처해진 입장이 평세나 난세에 따라 그 삶의 방식도 달라진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것은 자신이 지킨 올바른 도리가 당대에 빛을 보느냐 후세에 빛을 보느냐의 문제이지 결과는 동일하다고 말한다.(其道行於時 傳於後世 一也)<미수기언 권39, 「東溪先生行狀」>

미수 허목은 세변(世變)을 당했을 때 백이·숙제나 매월당 김시습처럼 세상을 피하여 속세와 발을 끊으려 하는데, 이는 정통 선비의 궤적을 벗어났으므로 행적을 더럽혔으나 몸가짐이 권도에 맞으면(穢跡潔行) 성인도 그것을 허여한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자은무명(自隱無名)의 인간상으로 북창 정온을 예로 들며 세상에서 이미 나를 알아주는 자가 없다면 스스로를 숨어 살며 이름을 감추고서 구차하게 남아 있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자도 있다고 말한다.

민주당 일색의 전라도에서 안철수 신당의 바람이 불자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 자은무명(自隱無名)하던 사람, 비록 행적을 더럽혔으나 몸가짐이 권도에 맞아 예적결행(穢跡潔行)하던 사람, 세상을 도피하여 홀로 자신의 지조를 지키던 사람(遁世獨行)들도 안철수의 새정치라는 의리를 따라 몸을 바치고자(殺身循義) 출사를 하고 있다.

남명 조식은 훌륭한 선비들이 세상에 나가 좋은 일을 하려다가 뜻대로 되지 않아 그 자신이 죽임을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화가 사림에까지 미치는 것을 늘 애석하게 생각하였다. 또한 그렇게 되는 데는 일의 기미를 밝게 보지 못하고 시대를 바로 살피지 못한 당사자의 책임도 없지 않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항상 제자들에게 출사할 때는 처사의 마음으로 나아가고, 뜻을 펴지 못하면 언제고 돌아와 처사로서 소임을 다할 것을 주문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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