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가르쳐 주는 것
역사가 가르쳐 주는 것
  • 문틈/시인
  • 승인 2013.11.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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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공부는 중고등학교 시절 잠깐 배우고 끝났다. 역사는 우리라고 하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이룬 근본이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어른들은 망나니 같은 짓을 하는 사람을 보고 “저 자는 근본이 없어.”하는 말을 곧잘 했다. 근본이 바로 가문이요, 역사다. 나라의 근본이 곧 역사인 셈이다.
그런데 역사를 사실(史實)이라고 한다면 역사를 놓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해가 잘 안된다. 한 가지 사실에 대한 그 해석은 다소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나라의 이력 자체는 달라질 수가 없는 법이다. 이순신 장군이 배 열세 척으로 왜군을 물리쳤다는 사실은 그 해석은 다르게 할 수 있다고 해도 사실 자체는 바꿔질 수 없는 엄연한 것이 아닌가 말이다.
북한이 남침했다는 사실이 엄연한데도 그것을 북한 논리대로 남조선 해방통일전쟁이라고 보는 사람이 있는가 보지만 우리 입장에서 볼 때는 엄연한 침략전쟁이다.
최근 역사 교과서를 놓고도 말들이 많다. 비판 수준이 아니라 비난을 넘어 비하와 폄하로 난리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역사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역사관, 인생관 같은 것이 개입되어 한 가지 사실을 놓고도 다르게 해석하는 것까지야 인정한다고 해도 적어도 사실 자체는 달라질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데도 동일한 사실을 놓고 우파와 좌파의 진영 논리에 빠져 역사를 난도질하는 것을 볼 때 참으로 참담할 뿐이다. 역사적 사실마다 서로 다른 사관으로 대치하는 현실은 나를 몹시 우울하게 한다. 우리 내부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역사를 놓고 서로 삿대질하며 싸우는 모습에서 과연 우리는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의 흔들림까지 느낀다. 근본이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도대체 역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역사의 정통성은 북한에 있고, 남한은 친일 친미 세력을 등에 업은 반역 세력이 일군 나라라는 데까지 이르면 이것이야말로 패륜의 역사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선조를 부인하는 역사를 가지고 나라의 근본이 제대로 설 수 있겠는가싶다. 그렇다고 내가 우파의 논리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난 좌파, 우파로 나뉘어 서로 삿대질하는 작금의 사태, 즉 정치, 경제, 교육 등 전 분야에서 서로 내가 옳다며 싸우는 것을 보며 참담함을 느낀다. 흡사 한국사를 통독하던 시절 조선시대 사색당파 대목에 이르러서 너무나 실망한 나머지 국사책을 덮고 한참 동안 착잡한 느낌에 사로잡혔던 일이 되살아난다.
역사공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근본이 흔들리고 국민들의 국가관까지도 흐릿해지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고구려를 자기네 역사로 편입시키고 있고, 일본은 독도의 사례에서 보듯 거짓을 진짜로 만들어가는 공작을 하는 판에 시퍼런 우리 역사를 한 나라 안에서 서로 찢어발기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역사 전공을 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은 급기야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어리둥절해서 정설이 대체 무엇인가 하고 회의가 일 정도다. 일제강점 시기를 역사 발전의 긍정적 기여로 보는 것도, 북한에 역사의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하는 것도 다 망나니 같은 역사기술이다.
한국에 나와 있는 수많은 중국의 조선족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중국인이라고 확신에 차서 말한다. 선조가 한국인이라 해도 중국땅에 태어나 중국 국적을 갖고 살아온 그들이 중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는 것이 우리에게는 심정적으로는 불편한 감이 없지 않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그들이 중국인인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이 은근히 한국인이라고 말해주기를 바란다. 역사를 감정적으로 대하는 우리의 특성이 빚어낸 충돌이다. 중국은 55개의 소수민족이 있고, 그들의 풍속과 고유 언어가 달라도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은 흔들림이 없이 가르친다. 우리는 단일민족인데도 역사공부를 제대로 가르치고 있지 않다. 서글픈 일이다. 근본이 없으면 나라도 무너질 수 있다. 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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