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인재와 가짜 인재
진짜 인재와 가짜 인재
  • 이상수 시민기자/전 호남대 교수
  • 승인 2013.10.3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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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시민기자/전 호남대 교수


제(齊)나라의 손빈(孫臏)이란 사람과 위(魏)나라의 방연(龐涓)이라는 사람은 함께 당대의 기인이었던 귀곡자(鬼谷子)에게 병학(兵學)을 공부한 일이 있었다. 여기에 나오는 손빈은 재능과 덕을 겸비한 드문 인재로 귀곡자로부터 손무의 병법 열세 편을 전수받아 지략이 한층 출중한 인재였다.
방연이 먼저 하산하여 위나라에 가서 대장군이 되어 천하 호령을 하게 된다. 어느날 묵자(墨子)의 문하생인 금활리(禽滑厘)가 위나라에 들러 혜왕(惠王)에게 손빈과 방연의 이야기를 나눈 끝에, 혜왕은 손빈의 능력이 비범함을 알고 방연으로 하여금 손빈을 오게하는 편지를 쓰게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경계를 하던 차에 손빈이라는 천재가 등장하는 순간, 방연은 하루 아침에 2류로 전락할 것이 불안하였다.
손빈이 위나라에 도착하자 방연은 갖은 모략과 음해로 혜왕을 속이고 손빈을 법률로 얽어매었고, 드디어는 형벌을 내리게 하여 무릎쪽 슬개골만 절단하여 걸어다니지 못하게 하는 빈형(臏刑)과, 얼굴에는 죄인이라는 표시로 묵(墨)을 뜨는 경형(黥刑)까지 처해졌다. 결국 종신토록 아무 일도 못하게 하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마침 손빈이 살았던 제 나라의 사신이 위나라에 왔다. 제 나라 사신은 손빈의 구원 요청에 그를 몰래 수레에 싣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손빈이 돌아오자, 제 나라에서는 귀족인 전기(田忌)가 그를 만나보고 그 재주를 높이 사고 우대하였다.
그리고 자기 나라의 왕인 위왕(威王)에게도 천거하였다. 그리하여 손빈은 위왕(威王)과 이야기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병법에 관하여서도 이야기하자 위왕은 그의 지략(智略)에 감탄하여 그를 스승으로 삼게 까지 되었다.
제 나라의 위왕은 손빈을 장수로 삼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손빈은 자기는 죄를 받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거절하고, 전기를 장군으로 삼게 하고는 스스로는 군사(軍師)가 되었다. 그러나 팔다리가 잘린 사람이라 걸어 다닐 수가 없으므로 수레에 앉아서 계획을 짜고 꾀를 내는 일만 하였다. 결국 손빈은 유명한 ‘마릉전투(馬陵戰鬪)’에서 병사들의 솥가마 수를 줄여가는 기책(奇策:減灶誘敵)으로 방연을 유도하였다.
욕심이 앞선 방연은 약화된 적을 단숨에 무찌르고 손빈을 사로잡기 위해 무리하게 강행군한다. 방연이 이끄는 위나라 대군은 이 골짜기에서 벌집이 된 채로 전사하거나 포로가 되어버렸다. 중상을 입은 방연은 패배를 인정하고 칼을 뽑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장수의 옹졸한 처신으로 본인은 죽음의 길을 택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이 이야기는 중국이 전쟁사에서 대단히 유명한 사례로 매우 풍부하고 심오한 이치를 담고 있다. 우리는 이를 통해 누가 진짜 장군감인가를 알 수 있다. 손빈은 자신과 싸워 이길 줄 알았고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마음을 유지했다. 하지만 출세에 집착한 방연은 허욕과 명성으로 마음을 어지럽혔으며 시기심과 탐욕이 지나친 인물이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는 손빈이 방연에게 한 때 패했지만 전쟁에서는 이겼고, 방연은 자신의 약점을 손빈에게 이용당해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다. 혜왕은 인재를 잘 못 등용시켜 나라를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윗사람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지독한 간사함이 충정으로 보일 수도 있고, 갸륵한 충정이 간사함으로 보일 수도 있다. 진정한 재능과 학식을 가진 인재는 나라를 흥하게 하지만 농간과 위선에 능한 자는 결국 자기도 파멸의 길로 가게 될 뿐더러 나라를 망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윗사람은 진정한 인재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인사권자도 자기 수준에 맞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잘못된 인재 등용은 인사권자의 인과응보(因果應報)가 될련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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