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전당의 법인 위탁은 시기상조
아시아문화전당의 법인 위탁은 시기상조
  •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 승인 2013.07.0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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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주에는 아시아문화전당 문제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지난 6월 11일 문광부가 입법 예고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 때문이다. 올해 법제화를 목표로 입법을 추진할 방침으로 보이는 내용의 개요는 이렇다.
문화전당을 문광부 소관 국유 재산으로 관리하되, 아시아문화원(가칭)을 설립하여 전당 운영의 전부 또는 일부를 아시아문화원 또는 관련 전문단체나 법인에 위탁 운영한다는 것이다.
전당은 건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백 명의 조직과 개관 전시 운영 등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이 수반되는 국책 사업으로 문광부 단독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 성공적 개관을 위해서는 안정적 재원 및 운영 주체와 조직, 인력과 예산 문제 등 안행부와 기재부 간의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광부로서는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이 들어갈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을 떠안기가 버겁기도 할 터이다. 따라서 특별법 개정 관련 문제의 속사정을 이해할 만은 하지만 지역의 목소리는 매년 수백억씩 소요되는 전당 운영 예산에 부담을 느낀 문광부가 한 발 물러서려고 특별법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예고된 개정 법조항 제27조 4항에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의문스럽다. 전당을 아시아문화원이라는 법인 조직을 만들어 위탁 운영한다면 정치 상황과 예산 확보 여하에 따라 지원하게 되어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이 힘들어지게 된다. 또 이렇게 되면 전당이 원래 기능을 살리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지자체나 위탁 기관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줄 우려가 있고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문광부는 전당이 법인화되어 운영될 경우 지역 인력고용이 용이하고 자율성과 창의성이 확대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전당은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처럼 공연과 전시를 위주로 해서 대관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 및 콘텐츠를 창작 생산하는 성격의 아시아문화 발전소이다.
따라서 초기 정착하기까지는 엄청난 예산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위탁 법인이나 지방단체에서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마치 젖도 안 뗀 아이에게 네 젖은 네가 구해 먹으라는 격이다. 조성 사업의 취지와 전당 설립의 목적이 본래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라면 법인화는 시기상조라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시아문화전당은 애초 특별법에 명시 있는 대로 국가 주도의 문광부가 직접 추진 운영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전당이 수익 시설이 아닌 공공성의 국민 문화향유시설인 만큼 초기에는 정부의 안정적인 지원으로 직접 운영하다가 안정화 이후 법인화를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또 전당 운영 전담 조직을 신속하게 신설하여 2015년 상반기에 차질 없이 개관되기를 지역민과 문화계는 고대하고 있다.

청사에 빛날 혼(魂)의 전당 건립

문화전당 착공 이후 10여 년 동안 광주는 별관 문제와 랜드마크 문제 등으로 중앙 정부와 지방, 단체 등 상호간에 이해 등이 엇갈리면서 오랫동안 갈등과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전당 사업은 지지부진 지연되었고, 지역민은 적지 않은 상처를 입어야 했다.
또 전당의 콘텐츠를 개발한다며 설립된 아시아문화개발원도 오래 전부터 도마 위에 올랐었다. 추진단과의 갈등과 지역 문화계와 소통의 부재 등 일 년 반이 넘도록 괄목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책 사업인 문화전당의 건립과 운영 문제는 주체가 국가인 만큼 모두 예산과 운영은 지금까지 문광부 산하 추진단에서 일괄적으로 주도해 왔다. 문광부는 전당 건립과 운영은 국책 사업인 만큼 지역보다는 아시아중심의 글로벌 컬처를 주창했다. 덕분에 아시아 문화적 향수가 광주에 넘실되기는 했다.
반면 광주시와 시민, 문화단체는 전당 사업이 광주 전남의 문화적 특색을 간과하거나, 광주와의 소통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책사업에서 지역이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을 토해냈다. 중앙부처와 지방, 지역 문화계 간의 소통의 부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실 속에서 시민들의 전당에 대한 관심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전당 사업의 성패는 향후 역사가 평가하는 만큼 모두가 역사를 두려워하면서 대의명분에 걸맞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때문에 오늘날 중앙 부처 관계자와 광주시와 지역민들은 국지적인 이해에 연연하거나 안일에 젖어서 유사 이래 대 역사를 그르치는 우를 범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국익을 위하고 진정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청사에 빛날 전당의 역사를 일구자는 말이다. 혼(魂)이 있어야 통(通)한다고 했던가. 특히 문화예술 사업은 혼신을 다할 때만이 창의력이 생기고 통하는 것이 만고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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