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런 분노
새삼스런 분노
  • 김성인(광주전남시민포럼 공동대표)
  • 승인 2013.05.0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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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산하에 신록은 또 여전히 싱그럽기만 하다. 그러나 그럴수록 이 지역민들은 늘 먹먹한 가슴으로 이 계절을 맞아야 한다.
불의한 권력에 맞서 민주화를 외치다가, 아니면 그냥 영문도 모른 채 야수와 같던 공수부대의 총칼 아래 광주시내 여기저기에서 처참하게 유명을 달리한 아들딸과 형제자매들을 잃은 상처가 어쩔 수 없이 도지곤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아직까지 5월 학살의 진상이 아직도 명백히 가려지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내란죄와 반란죄, 내란목적 살인죄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고는 하지만 살인집단의 수괴인 전두환과 그 일당들이 버젓이 국가원로 행세를 하면서 거들먹거리는 꼴을 아직까지 보아야 하는 심사가 결코 편치 못한 것이다.

광주를 피로 물들이며 찬탈한 권좌에 앉아 도적질해 먹은 것에 대한 추징금 1,672억 원을 지금까지 납부하지 않고, 전 재산이 29만 원뿐이라며 오리발을 내밀면서도 값비싼 해외여행을 즐기고 ,고급골프장을 드나드는가 하면, 그의 자식들을 포함한 가족들은 수백억대의 재산을 가지고 떵떵거리며 사는 철면피를 언제까지 보아야 한단 말인가?

게다가 이미 역사의 죄인으로 전직 국가원수 예우대상에서 제외된 이런 자를 엄중하게 단죄하기는 커녕 수십억 원의 혈세를 써가며 경호까지 해주는 정부의 행태는 대체 무어란 말인가?

권력자들이 공권력을 동원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두지 말고 끝까지 찾아내어 처벌하는 것은 현행법상 어쩔 수 없이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행정부든 입법부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들의 죄과를 드러내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또 그래야만 국법질서가 엄정하게 확립되어 우리 역사 속에서 다시는 그런 망나니들이 활개 치는 부끄러운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헌정질서를 총칼로 유린하고 무고한 국민을 수백 명씩이나 살상했으며 민주주의를 짓밟으며 희대의 도둑질을 일삼은 자를 오히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보호하고 예우하다니 과연 우리 사회는 괜찮은 사회이고 대한민국은 정상적인 나라인가?

이러는 가운데 이제 그 추징금의 공소시효마저 오는 10월 11일로 만료되어 5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다니 가슴을 칠 일이다.
그런데 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사뭇 요란을 떨며 관련 법령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도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을 끌고 있는 꼴은 차라리 희극에 가깝다고나 해야 할까?
법 적용 대상인 특정고위공직자를 ‘대통령 및 국무위원’으로 한정하여 ‘전두환·노태우 추징금 징수법’이라는 별칭까지 붙으며 발의 당시 국민의 관심을 한껏 끌었던 ‘특정고위공직자에 대한 추징 특례법안’이 지난해 6월 발의된 뒤 아직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 1 법안 소위원회에 계류된 채 먼지만 쌓이고 있다니 도대체 뭣들 하고 있는 것인가?

이미 5.18을 상징하는 노래로 세계에 알려진 ‘님을 위한 행진곡’을 올해 기념행사에서 또 부르지 못하게 하려는 새 정부의 꼼수로 가뜩이나 마음이 상해 있는 속에서 이래저래 우울한 소식만 전해지는 올해의 오월은 그래서 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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