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오만함
민주노총의 오만함
  •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
  • 승인 2013.05.01 1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력층의 특권의식을 철폐하라며,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 대상으로 노동자 권리를 되찾고자 운동하는 여러 조직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조직형태로 노동조합이란 게 있다. 이 대부분의 노동조합은 ‘함께 살자’는 순수한 노동자들의 의지에서 출발해 많은 희생과 노력으로 지금의 합법화에 이르렀다. 이제 노동조합 운동은 1980년대란 과거의 새다담론을 넘어, 다양한 노동조합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고 정치권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처럼 외형적으로 커져버린 노동조합이기에 많은 노동자들이 사용자에게 함부로 당하지 않을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여전히 노동조합 운동은 우리가 갖고 있는 기대인식에 비해 임금, 복지, 노동시간 등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 이유가 노동조합의 탓은 아니다. 노동조합의 성장만큼 사용자도 노동조합 해산을 위해 많은 논리, 방식을 개발해내며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운동의 성장은 멈추지 않고 노동조합을 늘리고 힘을 길러내야, 사용자들의 논리, 방식을 이겨낼 것이라 보인다. 그런데 요즘 노동운동 현장을 겉으로 보면 노동 ‘운동가’만의 성장을 이야기하지, 노동운동 ‘전체’의 성장을 고민하는 흔적이 없어 보인다. 쉽게 말해, ‘노동조합 전·현직 간부’나 ‘노동조합을 대변한다며 표를 요구하는 정치인’만 노동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그리고 조합원은 표만 행사하고, 조합비만 납부하는 사람으로서 인식이 되어 보인다. 아래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보여진다.

얼마 전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를 마무리 짓는 대의원대회가 열렸는데, 일부 대의원들의 고의적인 불참으로 위원장을 선임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과연 이 대의원들은 누구를 대의해서 불참을 선택하게 된 것일까? 대충 알아보니 통합진보당을 지지하는 대의원들이 불참을 선택했고, 선임해야 할 위원장은 통합진보당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자, 그러면 이 대의원들이 속한 노동조합은 모두 통합진보당을 지지했고 대변했을까?

지난주 광주인권증진시민위원회에서 인권상담 및 구제역할을 할 비상임 인권옴브즈만을 선출하는데, 그 자리에 참석한 민주노총 간부가 당차게 한 마디를 했다. “민주노총을 뽑아준다고 해서 우리 쪽 사람을 추천했는데. 안 뽑아줘서 불쾌하다. 우리조직이야 말로 광주노동계를 대변한다고 생각하는데…” 정말로 민주노총에서 추천한 사람이 조합원들을 대변했다고 생각하는가? 그가 말한 것처럼 민주노총이 광주 전체 노동계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가?

노동조합 간부나 대의원은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사람이지,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라고 있는 권력자가 아니다. 권력층의 특권의식을 철폐하라고 정부, 자본가들에게 외치면서, 현실에선 당사자들의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참으로 이율배반적이고 오만하다. 지금이라도 내부정치 권력승계를 중단하고,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권력자로 돌아가 정부와 자본가들과 정면으로 싸워주길 바라고 기대한다.

* 이 글은 5월 1일 발송된 지역사회 비평전문 미디어 짱돌 웹진에서 인용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