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점검] 거리에 자동차가 노숙한다
[현장점검] 거리에 자동차가 노숙한다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3.02.20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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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차량, 갈수록 주차난 심각
지자체, 공동체 구성원 간 소통으로 해결책 필요

▲제대로 주차공간이 확보되지 않은채 주거단지와 원룸지역에는 주차난으로 진통을 앓고있다.
보통 ‘노숙’이라는 단어는 집이 없어 거리에 떠도는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한국은 사람이 다니는 이면도로에 자동차가 노숙하고 있다. 무슨 일일까? 주차장 공간이 부족해서 일까? 시민의식이 결여되서 일까?

평균 1세대당 차량 2대 이상 소유하는 시대가 되면서 갈수록 주차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늘어나는 차량에 비해 도심의 주차면적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차 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채 빌딩만 들어서고 상가가 들어서고 일반 주택도 주차공간은 마련하지 않은 채 자동차 구입이 늘고 있다. 결국 오갈데 없는 자동차는 밤마다 이슬비 맞으면 노숙하기 십상이다.

분명 아파트 등 주거 단지에는 출근으로 많은 차량이 빠졌을 대낮인데도 주차장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로 들어차 있고 시내 곳곳의 상가밀집지역은 길 양옆으로 불법주차가 만연하다. 그러나 광주시는 물론 5개 구청이 이에대한 대책마련에는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도시를 외치는 광주의 주차공간 확보 문제는 무엇보다 시급하게 혁신적인 방안이 구상되고 실행되어야 할 처지에 와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교통지옥'의 광주에서 무슨 문화를 이야기하고 의향, 미향을 논할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주·야간 수급불균형, 불법주차 성행

최근 광주발전연구원 장하욱 선임연구위원, 김행희 연구위원이  <포커즈 광주 2012-20호>에서 ‘행복한 광주공동체 실현을 위한 주차 거버넌스 구축방향과 고려요인’을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불법주차로 인해 교통안전문화 형성에 직·간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쳐 도시 교통의 질적 수준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문화, 인권, 평화 도시로 도약하는 광주가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보다 체계적·전략적으로 대처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불법주정차 단속만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것은 아니다. 법을 위반한 시민들이 과연 돈이 많아서 겁 없이 불법주정차를 했을까? 그렇지도 않다. 특정 유료주차장의 과도한 요금청구 때문인 것도 일부 있겠지만 턱 없이 부족한 주차공간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거리를 점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구위원들은 주야간별로 주차 공간 수급불균형이 심화되어 자동차 이용률이 높은 상업, 주상복합, 원룸, 단독주택 밀집지구 중심으로 불법주차가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렇듯 장래 2025년 주·야간 주차수요를 고려한 확보율은 74.2%~87.5% 수준으로 전망되어 주차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주차난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주차공간 부족으로 상활권내 이면도로에 불법주차가 가득해 지나가는 차량마저 아슬아슬하게 만든다.

한편 주정차 단속을 강화할 경우에는 길거리 상가들의 고객들이 끊겨 시민경제 활성화에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다. 이는 운전자들의 양심 있는 주차질서, 차량 증가에 따른 주차시설 공급이 조화를 이루어져야 한다.

상시 교통난 지역은 주변의 공터나 유휴지를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주차 공간 확대 배려, 유동인구가 많은 재래시장, 역, 택지지구 상가 등에 공영주차장 증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거단지 주차 문제도 만만치 않다. 주택가 이면도로는 이미 주자창으로 변한지 오래다.

공영주차장 증설, 차고지 증명제 시급

광주시 통계연보의 시설 유형별 주차시설 현황(2010년 말)을 보면 차량 대수는 총 518,477대지만 주차장 확보율은 91.8%로 총 476,172대가 주차할 수 있어 숫자상으로는 매우 좋은 편이다. 아마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이 통계수치를 믿지 못할 것이다.

실제 눈으로 보이는 것은 광주지역 등록 차량의 절반 정도는 길거리에서 노숙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결방안은 없을까? 10여년도 훨씬 전에 자동차 소유자에게 차고지 확보를 의무화 하는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하려다가 미룬 적이 있다. 

국가기간산업인 자동차산업의 위축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시장보다 국제시장의 규모가 큰 자동차산업으로 볼 때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하고 주택마다 주차공간 확보를 의무화하는 획기적인 조치가 시급하다.

가까운 나라 일본만 봐도 길거리에 불법주차를 한 차량을 본다는 것은 아주 어렵다. 일본은 주차장 확보가 선행되지 않으면 자동차 구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외국 관광객이 일본을 방문하면 깨끗한 나라라고 생각하게 만드는데 한 몫을 한다. 이런 선진문화는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문화수도 광주도 행복한 광주 공동체 조성을 위해 주차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깨끗한 거리 만들기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관내 공영주차장 확충을 비롯해 주거지 전용 주차제, 내 집 주차장 갖기 사업 등 선진국이나 전국 또는 지역 내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지원활동을 꾸려나가야 한다.

광주가 선도적으로 차고지증명제 도입해야

한편 광주시 교통건설국 교통안전국 주차관련 담당 홍정민 주무관은 “광주시에서는 공동주택이나 개인주택의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주택단지에서 주차장을 만들 경우에 일정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며 “공동주택 같은 경우는 면당 최대 50만원, 주택단지당 최대 5천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주무관은 “현재는 영업용 차량이나, 렌트카 회사에게는 차량당 차고지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지만 개인주택의 경우 아직 검토해본 적이 없다”며 “주택단지 주차 문제같은 경우에는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이 통행하는 사람, 안전사고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서로 소통을 통해서 불편이 없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주택의 경우 차고지 증명제가 도입된 곳은 전국에 어느 곳도 없기 때문에 주택 주차문제는 문화도시 광주의 입장에서 선도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주차 공간 부족 문제는 한 운전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마을단위 차원에서 협력으로 공동주차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장하욱과 김행희 연구위원은 “지역 주차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지자체의 역량강화와 더불어 공동체 구성원 간 해결책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주차문제 관련주체와 구성원 간 상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으로 문화수도로 거듭날 광주는 차 없는 거리와 도심 속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무조건적 단속과 승용차 위주의 도로건설정책을 늘리기 이전에 민원의 근본적인 주차문제 해결책이 시급하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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