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과 함께 하는 2013년
다산과 함께 하는 2013년
  •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3.01.0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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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습니다. 묵은해는 보내고 새롭게 다산을 맞이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다산에 대한 많은 기사를 접했습니다. 다산 탄생 250주년을 맞아 여러 방면으로 기념행사를 벌여 세인의 관심이 집중된 것도 사실입니다. 유네스코에서 기념할 인물로 선정되면서 우리나라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화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금년에는 다산의 사상을 요약해서 정리해내고, 그런 다산의 중심적이고 핵심적인 철학이나 사상을 현실의 생활에서 실천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내실을 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산의 사상은 본질적으로 유학(儒學)에 뿌리를 두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공자나 맹자의 철학과 사상을 바탕에 깔고 자신이 처한 시대적 논리에 맞게 재해석하여 그런 해석만이 공맹(孔孟)의 본뜻이라고 확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주자학(朱子學)에서는 성즉리(性卽理)를 기본으로 여겨, 인의예지(仁義禮智) 모두를 ‘마음속의 이치(在心之理)’ 라는 관념의 세계로 신유학(新儒學)의 체계를 세웠습니다.

다산학(茶山學)은 그런 관념의 체계를 거부하고 실제 행동이 가능한 경험 측에 의한 ‘행사(行事)’가 담보되는 새로운 유학체계를 이룩했습니다. 그래서 위당 정인보는 다산의 경학세계는 “민중적경학(民衆的經學)”이라는 특별한 명칭을 부여하였습니다. 갑남을녀 모두가 일반적으로 실행이 가능한 논리의 체계가 바로 다산의 경학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행하고 실천하는 정치를 ‘위정(爲政)’이라고 했듯이 행하고 실천하는 인(仁)이기 때문에 ‘위인(爲仁)’라고 공자가 명확히 밝혔는데, 그것이 어떻게 마음속에 들어 있는 이치라는 것인가가 바로 다산의 주자학에 대한 반대 논리였습니다.

인(仁)이라는 글자는 글자 자체가 사람이 둘이라는 뜻이니, 두 사람 사이에서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 해주는 일이 바로 인이지, ‘사랑의 이치(愛之理)’가 될 수 없다는 분명한 결론을 내렸던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도리를 다 해주는 것, 그러한 행사가 있고나서야 그것을 인이라고 부르게 된다는 다산의 주장은 너무나 확고했습니다.

주자학의 성리체계는 ‘이(理)’의 세계인데 반하여 다산학의 유학체계는 ‘행(行)’의 세계였습니다. 다산학의 위대한 설계는 “남과 나와의 관계 때문에 행(行)이라는 명칭이 있게 되었다(因己與人 有行之名:「原德」)라는 바로 그 대목입니다. 사람은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남과 나와의 관계가 연결되는 근본이 ‘행’에 있다고 했으니 행이 없는 어떤 것도 인간의 관계는 성립될 수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새해에 세운 어떤 계획도 실천에 옮기는 행동이 없고서는 그것 자체가 무효라는 것입니다. 타고난 아름답고 훌륭한 성품을 행동으로 옮겨주면 덕(德)이 된다는 성(性)+행(行)=덕(德)이라는 공식이 바로 다산 철학의 핵심이었습니다. 그 공식이 바로 다산학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해집니다. 부모에게 효도하겠다는 마음, 책을 많이 읽겠다는 생각, 담배를 끊으려는 계획, 남에게 베풀어야겠다는 뜻, 선거공약을 실천한다는 대국민선언, 이런 모든 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주는 일이 바로 다산의 뜻에 따르는 일이고 다산과 함께 하는 일입니다. 행위와 실천이 없는 어떤 것도 무효라는 생각을 함께하는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선 저부터 노력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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