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공무원 '맞짱 뜨다'
PD-공무원 '맞짱 뜨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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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C(광주방송) PD와 광주문예회관 간부간에 벌어진 폭행시비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특히 PD협회와 언론노조에 이어 공무원직장협의회까지 공식 대응키로 해 이번 파문은 먼저 여론을 등에 업기 위한 언론과 자치단체간의 조직적인 맞대결 양상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쟁점과 향후 전개 방향 등을 짚어본다.

문예회관 폭행시비 언론-공무원간 대결구도로·‥파문 어디까지

광주시직장협의회(회장 김재현)는 18일 협의위원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직원문제와 관련 자체 조사위를 가동하며 공식대응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위는 감사관실과 총무과, 문화예술과, 직장협의회 등 4개부서 6명으로 구성되며, 20~22일 3일간 진상조사활동을 벌인다. 조사의 초점은 사건경위를 비롯해 '카메라 위치'가 공연장 관리 지침에 맞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관련 규칙및 조례 검토, 그리고 관람객과 시민 의견 청취 등에 맞춰진다.

김 회장은 "직원들이 '그럴수 있느냐'며 분개하고 있다"며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식적인 입장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힘있는 언론사의 개인 공무원 죽이기라면 전국직장협의회와 연계해 대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해 조사결과에 따라서는 파문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PD연합회·KBC노조·KBC방송 연쇄대응
광주시 직협 자체조사위 가동 '맞대응'

사태는 이보다 앞서 언론계에서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방송프로듀서협회 광주전남지부(지부장 김주완)의 성명발표 이틀 뒤인 14일에는 KBC노동조합(위원장 신건호)의 성명이 뒤를 이었다. 노동조합은 이 성명에서 "김종진과장은 자신의 폭력행위가 원인이 돼 카메라가 철수하게 된 상황은 모두 무시하고 사건의 작은 부분만을 확대 왜곡하고 있다"며 김과장을 비난하는 한편, KBC에는 강도 높은 대응을 촉구했다.

신위원장은 "김한민PD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인데도 회사가 미온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며 "회사가 나서 김과장을 업무방해로 고소하고, 녹화불방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C는 이밖에도 11일 저녁 뉴스로 이번 사건을 보도한데 이어 17일에는 시사프로그램인 '포커스21'에서 '광주문예회관 10년,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으로 문예회관을 집중 조명했다. 담당PD는 "문예회관측의 기획사에 대한 횡포 등 대관업무를 중심으로 다뤘다"며 "앞으로도 다룰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관업무 총괄책임자는 다름아닌 김종진 공연사업과장이다.

사태의 본질-언론의 개인공무원죽이기인가, 공무원의 PD폭행인가

외형상 이번 사태는 '개인-언론'의 대립구도로 비쳐지는게 사실이다. 적어도 직장협의회가 나서기 전까지는 김과장이 속한 문예회관이나 광주시측에서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힘있는 방송'이 '힘없는 개인 공무원'을 매장하려 한다는 시각을 가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KBC측은 사태의 본질을 '개인-언론'으로 보는 시각에 반대하고 있다. 신건호 노조위원장은 "사태의 본질은 공무원이 PD를 폭행한 것"이라며 "PD가 취재갈때는 개인 자격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건에 대해 회사가 대응 않는 것이 문제다"고 말했다. 즉, '공인-공인'의 업무수행과정에서 빚어진 문제라는 시각이다. 김과장 역시 '성실하게 공무를 수행하다 빚어진 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폭행시비가 개인간 단순폭행사건이 아닌것만큼은 분명하다. 다시말하면 '공인'이 속한 단체 어디서든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며 대응할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KBC측이 전사적으로 대응하게 된 배경논리는 무엇일까. 신건호노조위원장은 "노조와 PD연합회가 이익단체이기 때문에 조직원이나 회원문제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고, 김주완 PD연합회 광주전남지부장 역시 이같은 논리를 펼치고 있다. "연합회의 목적이 이익단체 성격이기 때문에 회원이 입은 부당한 피해를 보호하고 구제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노조나 PD연합회 등 언론단체를 스스로 '이익단체'로 보고 있는 셈이다.

김지부장은 이같은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진상조사를 김한민PD 일방만 한 상태에서 너무 경솔하고 성급한 대응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회원 보호차원에서 어떻게 객관적인 입장을 낼 수 있겠느냐"
고 답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KBC측은 광주시 직장협의회가 공식적으로 나선데 대해 '김과장이 5급으로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이다'며 불편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김재현 광주시직장협의회장은 "지위 고하를 떠나서 당연한 공무집행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직장협의회가 나서서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몇가지 쟁점-VIP석이냐, 공짜석이냐

이번 폭행시비의 발단이 카메라위치 때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카메라 위치가 문제가 됐을까. 김과장은 "소방대피로에 설치돼 있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관객들의 안전상 이설이 불가피했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김PD는 "당시 소방대피로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고, VIP석 시야를 가린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현장 확인결과 '카메라 위치'를 둘러싼 시비는 로얄박스 내 VIP석과 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예회관측은 중앙통로에 설치된 3대의 카메라중 유독 VIP석 바로 앞에 설치된 중앙 메인카메라만 이동해줄 것을 요구했다. 따라서 관객들의 비상출구를 확보하기 위해 카메라의 이동을 요구했다는 문예회관측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설사 중앙메인카메라가 옮겨지더라도 양쪽의 카메라가 좌우 비상구를 모두 막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VIP석은 '유보석'으로 문예회관측이 상시 확보하고 있어 논란을 낳고 있다. 대관을 한 행사주최측은 의무적으로 가장 좋은 자리인 이 곳 10석을 비워야 하고, 문예회관은 이 자리를 광주시장이나 시의회의장 등 기관단체장, 문화계 원로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말이 '초대권'이지 사실상 공짜표나 다름없어 형평성 시비를 낳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밖에 경찰로 공이 넘어간 폭행시비는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현시점에서 중요한 변수는 안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폭행시비가 이미 개인간 다툼에서 집단대 집단간의 공방으로 사회문제화했기 때문이다.

또 KBC측이 문예회관에 사전 녹화촬영협조를 얻었는지 여부가 분분했지만, 사전 승인은 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점은 KBC측도 인정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광주시는 지난 14일 김과장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당시 감사관은 김과장에게 '결론적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에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과장도 이 점에 대해서는 수긍하고 있다.

하지만 "사태의 원인이 폭행이지만, 엄연히 관장의 명령을 받아 공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 아니냐"며 "시의 감사 처분에 나 스스로 납득할 수 없을 정도라면 승복하지 않고 반발하겠다"고 말했다.
또 KBC측에서 계속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나오면, 김PD는 쌍방폭행과 공무집행방해로, KBC는 언론중재위 제소로, PD협회 등은 명예훼손으로 각각 법적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광주시의 감사결과에 따른 김과장에 대한 징계조치의 강도, 광주시 직장협의회 조사결과에 따른 집단행동여부에 따라 앞으로도 상당한 파문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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