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다리도 하늘에 올라가 노래하는 5월
종다리도 하늘에 올라가 노래하는 5월
  • 문틈 /시인
  • 승인 2012.04.2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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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나는 참 행복하다. 5월이 와서 내게 안겨주는 선물꾸러미를 풀어보면서 우리나라의 5월에 감격한다. 꽃보다 아름다운 잎철이 펼쳐주는 이 생명의 약동, 언어를 마비시키는 신록의 잔치에 나는 마치 신의 정원에 초대받은 사람 같은 기분이 된다.

만일 천국이 있다면 이런 5월이 내내 계속되는 곳이 아닐까싶다. 그러므로 나는 5월에 천국을 경험한다. 화려한 꽃들이 잠시 정신을 어지럽히고 지나간 뒤 다가온 이 찬란한 계절에 나는 아무도 미워할 수가 없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일지라도 5월을 손으로 가리키며 안아주고 싶다. 누구든 5월에 사랑을 고백하면 초록이 그것을 대신 말해주리라. 우리 동네 사람들은 흔히 봄, 여름, 가을, 겨울 하며 사계절로 일년을 헤아리지만 나는 안 그렇다. 나는 일년 4계절을 오래 전부터 5계절로 부르고 있다.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5월. 특히 내 유년의 고향 남도의 5월은 짧은 소견으로는 그 아름다움이 이 세상 어디에도 비할 데가 없다. 그만치 아름답고 찬란하다.

어디라 할 것 없이 남도의 5월 풍광은 눈에 보이는 곳마다 그지없이 빼어나다. 산은 산대로, 강은 강대로. 그래서 나는 더욱 1년 12개월 가운데 5월만을 따로 떼어내어 어느 계절에도 포함시키지 않는 독립된 하나의 계절로 간주하는 것이다.

가위 5월이라는 계절은 남도의 특산품이라 할 만하다. 잠깐의 꽃피는 봄이 지나가면 곧 눈부신 잎철이 펼쳐진다. 신록이 두 눈 가득 우거지고 바람이 맨살에 부드럽다. 강물은 대지에 젖줄을 물리고, 들판은 초록으로 빛난다.

사람들은 들판에 나가 모내기를 하고, 새참을 먹는다. 대숲에서는 죽순이 솟아나고, 소나무숲에서는 꿩이 울기 시작한다. 뻐꾸기도 뭐라 참견한다. 아마도 둥지에 알을 낳아놓았으니 건들지 말라고 그러는 것일 것이다. 이 모든 풍경의 아름다움을 하늘 높이 종달새가 날아올라가 노래한다. 5월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처럼.

그냥 풍경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5월에는 선조들의 혼령이 모여 사는 붕긋 솟아 있는 조상들의 공동묘지까지도 아름답다. 고샅의 아카시아꽃 내음이 담넘어로 숨막히게 넘어온다. 사람들은 바지가랭이를 걷고 모내기를 나간다.

무안군 현경면의 바닷가 갯벌도, 대흥사의 두륜산도, 담양의 대숲도 5월에 더욱 아름답다. 이런 남도의 계절 5월의 아름다움을 세계 사람들은 모른다. 나는 남도의 5월을 ‘신의 선물’로 받아들인다. 이 5월에 원더풀이라는 영어표현은 참 싱거운 말일 것이다.

5월은 그 어떤 모국어의 형용사나 부사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나 같은 남도 사람들이 일상으로 체험하는, 꿀먹은 벙어리의 풍광이다. 혹 어떤 사람은 가을도 아름답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캐나다나, 미국의 뉴잉글란드 지역의 가을 같은 강력한 라이벌들이 있으니 그건 좀 그렇다.

어쨌든 5월은 모든 감탄사가 소용없는 계절이다. 5월을 산다는 것은 신이 우리에게 베풀어준 은총이다. 잘 들어보라, 종달새가 그렇게 읊고 있지 않는가. 신의 계절 5월에는 남도에서 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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