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남,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
문형남,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
  • 문형남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 승인 2012.03.3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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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형남 사무총장

노사관계라는 말을 떠올리면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우선 머리부터 무겁다는 반응을 보인다. 물론 노사관계는 노조와의 관계이긴 하지만 단순히 임금이나 노동활동에 관련된 제한적인 개념은 아니다.
최근 노사가 겪고 있는 과제는 우선 기업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종업원은 어떻게 일자리를 보전할 것인가이다. 지금의 시대는 위기와 예측 불가능의 시대이다. 세계적 지식포럼들도 예측이 어렵다고 할 정도다.
이제 새로운 시대적 요구는 생존과 발전을 위한 단합적 노력이 있어야 하고 성장과 책임을 공유하는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베이비부머 세대로 인해 일자리 부족과 급속한 고령화에 직면해 있다.

신뢰지수 높여야 경제성장률 높아져

사회나 기업이 갖는 경쟁력의 핵심기반은 과거에는 토지와 기계장비 등의 물질자본이었다면 지식경제시대에는 인적자본이 중시되었고, 이제는 사회적 자본을 핵심요소로 삼아야 한다.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이 함께 일할 수 있게 도와주는 능력을 말한다.
사회적 자본의 핵심은 구성원간의 질적 네트워크이다. 이는 바로 신뢰를 말한다. 관습 및 도덕 등의 규범과 공동체 의식 등이 그 지표가 될 수 있다. 세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자본이 높은 나라가 경제성장률이 더 높다고 했다. 신뢰지수가 10% 높아지면 성장률이 0.8% 상승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OECD 국가 중 한국은 특히 구성원간의 신뢰가 낮다. 지난 2월말에 발표된 것으로 체코나 에스토니아 국가의 수준이다. 한국인의 삶의 질도 32개국 중 31위였다. 원인은 신뢰부족이다.
그러면 구성원간에 신뢰를 형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투명하고 공정하고 공동체의식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사관계에서 나타난 갈등의 특성은 갈등이 빈번하다는 것을 우선 들 수 있다.

소통은 타인의 존재감 인정하는 것

이러한 갈등은 개인주의에서 비롯된다고 흔히 말하는 데 이것은 사실 ‘자기만주의’라 할 수 있다. 강한 개인의식으로 인해 자신은 인정하면서 타인은 인정하지 않는 태도이다. 그러다보니 갈등의 원인과 명분이 다르거나 기(氣)싸움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노사관계 의식에서 중요한 것은 노사파트너십을 정립하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인간의 사회적 관계이다. ‘나’는 ‘남’이 받쳐주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즉 노사관계는 산업사회에서 경제적 사회적인 파트너관계이다.
이러한 파트너십 관계를 형성하는 데는 당연히 소통이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소통이 안되는 이유는 강한집단주의가 35.1%, 권위적인 사회지도층이 22.2%라는 통계가 있다. 한국에서 8년 머물다가 귀국하는 한 외국특파원은 “한국 사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남의 말을 들어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했다.
소통의 전제는 타인의 존재감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와 남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들어보겠다’, ‘같이 해결해보자’라고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경청을 통한 신뢰의 파트너십

이건희 회장이 출근하는 첫날 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준 선물은 ‘경청’이라는 휘호였다. 귀 담아 듣고 이해와 설득을 통해 공동목표를 향해가는 공감이 요구된다.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라는 게 있다. 부모들이 반대할수록 애정이 더 깊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반발 심리와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때문에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가 나타난다. 상대가 처한 상황,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가버린다.
예를 들어 공부를 소홀히 하는 아들에게 “제발 공부 좀 해라!”라고 윽박지른다면 아들은 오히려 청개구리와 같이 엄마의 잔소리로 생각한다. 그리고 가만히 두면 열심히 공부할 아이가 반대로 공부와 담을 쌓기도 한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확고한 원칙과 공정성의 원리이다. 모든 사회적 관계에는 대립과 협력의 성격이 상존한다. 소모적 논쟁보다는 신뢰의 파트너십을 만들어가는 노사관계이길 바란다.

/문형남 사무총장은 제15회 행정고시 합격, 대전과 부산에서 노동청장, 노동부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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