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그 시절 그 추억 6 - 겨울철 유일한 따뜻함을 주던 연탄
아련한 그 시절 그 추억 6 - 겨울철 유일한 따뜻함을 주던 연탄
  • 차소라 기자
  • 승인 2012.01.04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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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사·온수 등 만능살림꾼
겨울철 '死神(사신)'으로 불리기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 - 시인 안도현

익숙한 시(詩) 한 구절이다. 지금이야 겨울철 공무원들이나 각 기업들이 겨울철 봉사를 위해 연탄을 나르는 모습이나, 돼지불고기, 조개구이 등 연탄구이 가게에서나 연탄을 볼 만큼 흔하지 않지만 불과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각 가정 창고마다 연탄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연탄창고에 가득히 차있는 연탄을 볼 때면 뿌듯했다. 겨울철 따뜻함을 주는 연탄이었지만 연탄을 갈아야 할 때면 얼마나 귀찮은지. 하루에 2번 연탄을 갈아주지 않아 시간을 놓쳐 불을 꺼버리면 옆집에서 밑불을 빌려와서 연탄을 때야했다.

국민연료 ‘연탄’
새 연탄을 갈때면 나오는 지독한 연탄 냄새와 자욱이 나는 연기에 콜록콜록 기침을 내뱉었다. 집게로 연탄을 쑤욱 뺄 때 밑에 있던 연탄이 붙어 나오면 귀찮은 일은 배가 됐다. 붙어있는 연탄을 눕혀 연탄집게로 그 사이를 ‘톡톡톡’ 치거나 칼을 이용해 ‘탁’ 쳐내는 일은 나름에 노하우가 필요했다. 잘못해서 한 귀퉁이를 깨먹을 때면 누군가의 잔소리도 감수해야 했다.

연탄이 타는 시간도 조절할 수 있었다. 연탄구멍을 맞출 때 구멍이 너무 정확히 맞으면 방바닥이 뜨거워지기 때문에 구멍이 초승달 모양이 되도록 맞추면 적당한 온도의 방을 느낄 수 있었다.

연탄보일러(화덕)는 당시 꽤나 유용한 필수품이었다. 화덕 위에 쥐포를 구워먹거나 그 위에 생선을 구워 밥상에 올라올 때면 맛이 일품이었다. 따뜻한 물을 얻기 위해 찜통 한가득 물을 올려놓기도 했다. 오래 찜통을 올려놓다보면 구멍이 나 물이 새는데 그 구멍을 때워주는 사람이 있었을 정도다.

한겨울 눈이 펑펑 내리고 난 후면 다 타고 살구색이 된 연탄을 깨부숴 길에 뿌려놔 제설작업용으로 쓰기도 했다. 연탄 몇 개만 있으면 밤새 따뜻하고, 취사도 할 수 있고, 따뜻한 물까지 얻을 수 있었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유용하지만 위험천만
연탄은 서민들에게 굉장히 유용했지만 한편으로는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필수품이었다. 하루 걸러 하루씩 연탄가스로 인한 사망사고 뉴스가 끊이질 않았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연탄가스에 두려움 때문에 민간요법으로 방 한 켠에는 동치미 국물이 자리잡았다.

1972년 제1회 가스중독 학술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연탄가스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묘책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날 발표된 ‘가스중독의 피해상’(당시 서울대 김인달 교수)에는 54년부터 72년까지 1만2천6백53명이 연탄가스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연탄가스로 인한 중독도 문제였다. 중독이 되면 두통과 구토, 현기증, 의식불명 등의 증상이 나타났고, 잠깐 증상이 사라졌다고 안심했다간 폐렴이나 호흡기 질환 등의 합병증도 나타났다.

연탄을 보려면 음식점으로?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연탄을 때는 가정도 점차 줄어갔다. 80년 대 후반 연탄소비 감소로 인해 폐업한 연탄업체도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90년대 들어서 위험하고 새벽에도 일어나 갈아줘야 하는 연탄 대신 석유와 가스가 각 가정을 담당했다.

지금은 영세민들만이 연탄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경기불황으로 연탄이 다시 사랑을 받았지만 ‘반짝 인기’를 끌었을 뿐이다. 주로 연탄을 사가는 사람들은 ‘연탄’을 이용한 음식점이나 작은 가게, 비닐하우스 등에서 쓴다. 

또한, 독거노인이나 영세민들을 위해 구청장이나 자원봉사단체들이 참여하는 겨울철 봉사활동을 위해 사는 사람이 많다. 신문에서나 볼 뿐이다. 연탄은 기억과 추억 속에 사라지고 있다.

 

   

계림상회 남선연탄 송소헌 (78) 할아버지 

예전만큼 연탄이 팔리지 않는데 힘들진 않으신지?
-100장은 배달해도 8000원을 번다. 연탄 한 장당 80원정도 남겨 파는 셈이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힘든데 다른 사람에게 하라고 해도 하지 않는다. 겨울철엔 평균적으로 500장정도 나가는데 남는 돈은 4만원 내외다. 그러니 사람들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

한참 때는 불티나게 팔렸다면서요

-예전에는 없어서 못 팔았다. 창고를 채워 놓을 틈도 없었다. 가져오자마자 다시 팔리니깐. 한참 연탄이 귀할 때는 배급제를 하기도 했다. 연탄을 가져와도 마음대로 못 팔았다. 오히려 연탄공장에서 연탄을 배정받기가 힘들었다.

연탄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연탄은 생활에 없어선 안된다. 필요할 때는 꼭 필요하다. 약 다리고 뼈 고아먹고 할 때는 연탄만큼 좋은 게 없다. 40여 년 연탄가게 했으니 만족은 했다. 5남매를 번듯하게 키워냈다. 돈 벌려고 하는건 아니고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 그냥 한다. 괜히 가게 비워서 뭐하나 싶기도 하고. 아직도 연탄은 어느 때나 필요한 존재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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