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목처럼 훈훈한 선생님과 학생 사이
아랫목처럼 훈훈한 선생님과 학생 사이
  • 차소라 기자
  • 승인 2012.01.03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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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

▲ 윤지홍 군은 대학생이 쓰는 언어와 초등학생이 쓰는 언어가 달라 쉽게 설명하려 노력했다.

“나이스(Nice), 잘하고 있어”
“하이파이브. 하나를 알려주니 열을 아네”

지난 3일, 광주 남구 월산동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들린 소리다. 남구에서는 겨울방학 기간 동안 다문화가정 자녀들과 대학생을 1대1로 연결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오전 수업을 진행할 윤지홍(조선대, 26) 군은 수업 시작 전 준비해온 문제들을 다시 한 번 살펴봤다. 윤지홍 군이 맡은 아이는 서승진(초등4)이다. 이번이 2번째 만남이라 긴장되지만 승진이 어머니께 조언을 받아 ‘사회’ 과목을 집중적으로 할 예정이다.

수업시간이 돼도 승진이가 도착을 하지 않자 윤지홍 군은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이라고 말하는 해맑은 아이 목소리가 들렸다. ‘승진이 어디야’, ‘아 곧 도착한다고? 벌써 4학년 교과서 나왔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약한 한숨이 나왔다. 오늘 수업할 부분을 미리 준비했는데 4학년 책이 나왔다니. 4학년 책을 가져왔다면 오늘 준비한 내용은 미뤄두고 4학년 책을 시작해야한다. 승진이는 다행히(?) 준비한 문제집만 챙겨왔다. 4학년 책은 목요일(5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곧이어 사회 수업을 시작했다. 문제를 내고 답하는 수업이 아닌 약간의 농담도 주고받고 공부법도 설명한다. 윤지홍 군은 “승진이가 ‘의기소침하면 어쩌지’하는 걱정도 했는데 성격이 밝아 다행이다”라며 “배우려고 하는 모습이 좋고 꾸준히 수업을 해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고 승진이가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잘 할 수 있게끔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참을 수업하는 중 또다른 선생님이 들어왔다. 박수현(초등6) 학생을 맡은 이겨라(조선대, 23)양이다. 이겨라 양은 수현이 도착하자 ‘밥 먹었어?’하고 다정스레 물었다. 이어 생각해왔던 수업 방향도 이야기했다.

이겨라 양과 수현이는 아옹다옹하는 듯 장난을 쳤다. ‘이거 못 풀면 선생님 집까지 자전거로 데려다 줘야돼~’, ‘목말라서 수업이 안돼요. 탈수증’하며 즐거운 모습이었다. 다정한 말들도 오갔다 ‘제가 아무리 바보라도 이거 알아요’라고 수현이 말하니 ‘너 바보 아니야. 더 잘할 수 있어’라고 격려해줬다.

수현이는 지금 공부하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또한 “선생님 재미있어요”라며 “처음 수업을 받고 엄마가 영어문제를 냈는데 선생님이 내준 문제도 나오고 다 맞췄다”며 자랑을 했다.

한편 멘토링 프로그램은 2월 29일까지 다문화가정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 18명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주 2회 맞춤형 학습지도와 인성 지도를 통해 멘티들의 성장을 도울 예정이다.

▲ 이겨라 양과 박수현 군은 즐거운 분위기에 수업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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