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연하장을 받다
대통령 연하장을 받다
  • 정인서 편집이사
  • 승인 2012.01.0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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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연하장을 받았다. 뜬금없는 일이다. 더욱이 우표를 붙인 연하장이 아니라 이메일로 왔다. 인터넷시대에 걸맞은 일인 것 같다. 연하장을 쓴 이는 ‘대통령 내외 이명박 김윤옥’이지만 보내는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이다.

이메일을 열기 전에 누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 마치 김문수 경기도지사처럼 말이다. 제목이 ‘대통령 연하장’이기 때문이다. “왜 대통령이 연하장을 보냈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대통령이 이메일 연하장을 보냈다는 뉴스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나 바이러스 몽땅 들어간 스팸이면 어떠냐 하는 생각에 열까 말까 하기를 한참 고심하다가 가금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홍보자료가 오는 터라 그것을 생각해내고 메일을 조심스레 열었다.

첫 문장은 이렇다. “2012년 새해가 밝아옵니다”로 시작했다. 다음은 “올해를 되돌아보면 중산층의 삶도 쉽지 않았고 서민생활은 더더욱 힘들었습니다.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하는 청년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습니다.”라며 사회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 다음 문장은 더욱 뼈저리다. “이런 모든 일들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고,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어서 더욱 가슴 아픕니다”라고 세상의 모든 짐을 지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을 표출하려 애썼다고나 할까? 갑자기 십자가가 오버랩 되었다.

하지만 다음에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해냈고,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는 역사적 성과도 거두었습니다”라고 성과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였다. 무역규모는 저렇게 늘었는데 왜 중산층은 어렵고 대학생 취업은 더욱 힘들지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또한 세계에서 경제영토가 가장 넓은 나라가 됐습니다.”라고 했다. 이 말은 지난 2010년 12월 13일 54차 대통령 라디오 인터넷연설에서 사용했던 문구 중의 하나였다. 여기서 경제영토라는 것은 우리나라 및 FTA를 체결한 상대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하는 것이다.

올해 2월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우리나라의 경제영토는 60.9%에 이르고 칠레와 멕시코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경제영토가 가장 넓은 나라’라는 말은 ‘거짓말’이 된 셈이다.

“아이 참! 설마 대통령이 거짓말을 할까?”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 대통령은 거짓말을 제법 하는 편이다.

연하장은 계속 이어진다. “새해에도 저와 정부는 어떻게 하든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들고, 서민생활에 보탬이 되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여기서 ‘저’는 누구인가? 맨 아래 서명란에는 ‘대통령 내외’인데 말이다. 사용하기에 따라서 ‘대통령’일 수도 있고 ‘영부인’일 수도 있다. ‘저’는 ‘나’를 낮추어 가리키는 말인가 하면 남편이 다른 이에게 아내를 말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또한 서민생활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정말 그 표현 자체가 안타깝다. 지금 우리나라는 중산층이 사라진 지 오래고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다는 사실을 아는 것인지, 서민의 기준은 어디에 두고 한 말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모두가 새로운 희망을 갖고 맞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면서 은근슬쩍 ‘소망교회’를 홍보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로 마무리했다. 여러분! 받을 복이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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