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그시절 그추억 4 -상추튀김
아련한 그시절 그추억 4 -상추튀김
  • 차소라 수습기자
  • 승인 2011.12.23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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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를 튀기는 게 아니죠~
돈 없고 배곯던 학창시절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용돈이 넉넉하지 않지만 한창 자랄 학창시절에 누구나 한번쯤은 '분식점'을 찾았다.

큰돈 들이지 않아도 배를 채울 수 있었고, 삼삼오오 모여 친구들과 빛 바란 교복을 입고 수다를 떠는 장소로서도 흠잡을 때 없었다. 거기에 주인아주머니의 넉넉한 인심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떡볶이·튀김·순대 등등 지금도 '국민간식'이다. 7·80년대는 밀가루로 만들어졌던 떡볶이가 지금은 대부분 ‘쌀’로 만들어지고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던 튀김들이 지금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중에서도 ‘상추튀김’은 광주의 명물이 됐다.

쌈으로 즐긴다
타 지역 사람들이 처음 상추튀김이라는 말을 들으면 '상추를 튀기는거야?'라고 으레 묻는다. 하지만 상추튀김은 튀김을 상추에 싸먹는 약간은 독특한(?) 튀김이다.

상추튀김은 이제 광주 대표 '먹거리' 중 하나다. 곳곳에 이름난 음식집은 많지만 적은 돈으로 광주를 느낄 수 있는 향과 멋이 있다. 동글동글하게 한입 크기로 튀겨낸 튀김을 간장에 폭 담가 상추에 싸먹는 맛이 일품이다.

8·90년대 충장로 학생회관 뒷골목은 그야말로 문정성시(門前成市). ‘상추튀김골목’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학생들은 상추튀김을 위해 그곳을 찾았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학생회관 뒷골목 작은 포장마차를 첫 시작으로 ‘상추튀김’이 알려졌다.

그 후에 속속들이 ‘상추튀김’을 하는 집이 늘어나면서 제일스넥·500냥 하우스 등 5개가 넘는 상추튀김 가게들이 학생회관 뒷골목에서 경쟁을 했다. 그곳에서 시작된 상추튀김은 광주 곳곳에 가게가 생기면서 학교가 있는 곳이라면 쉽게 찾아 맛볼 수 있었다.

8·90년대는 주로 학생들이 상추튀김 집에 매상을 올리는 역할을 했다. 단돈 1000원이면 친구 2~3명이 모여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고, 느끼할 수 있는 튀김에 매운고추 한조각과 양파 한조각을 얹은 장으로 쌈을 싸먹으면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천상의 맛’이었다. 거기에 ‘땡땡이’를 치고 먹는다면 스릴과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굳이 한 접시를 시켜서 먹지 않아도 상추튀김에 들어가는 튀김 한 덩어리를 50원에 사서 먹는 학생들도 있었다. 사람이 많아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대박집’의 경우 자리가 없어도 기다리거나 포장을 했다. 특히나 대학생들은 넉넉히 상추튀김을 포장해 캠퍼스 잔디밭에서 소주 한잔과 캠퍼스 낭만을 즐기기도 했다.

상추튀김 골목이라고?
그러나 80년대 중후반 가장 활성화됐던 학생회관 뒤 상추튀김골목에 튀김집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나마 명맥을 이어오던 ‘제일스넥’마저 몇 년 전 문을 닫았다. 이제 몇몇 포장마차들과 사주를 보는 곳만 존재해 ‘이곳이 상추튀김골목이었나?’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다고 상추튀김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단지 학창시절을 기억하는 ‘맛’이 사라진 점이 아쉬운 것이다. 상추튀김은 튀김집들 마다 약간의 맛 차이를 보이듯이 처음 맛봤던 상추튀김 집들은 사라지고 프렌차이즈로 되살아났다.

옛 추억을 떠올리는 몇몇 사람들은 사라진 가게에 대해 아쉬워하고, 다른 가게를 찾아가지만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기엔 2% 부족하다.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튀김’이 아닌 옛 추억과 주인아주머니들과의 소소한 재미, 그때의 추억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끊기는 것이다.


<인터뷰> 산수시장 '형제분식' 김재규(48)씨
   
▲ 김재규씨

▲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한창 바빴을 때 지갑을 훔쳐간 학생이 있었다. 다 추억이다. 한 손님은 깜빡하고 계산을 안하고 간 적이 있었는데 며칠 뒤에 와서 자신이 돈을 안내고 갔었다고 계산을 하고 가더라. 돈을 안 받았다고 느꼈을 때는 ‘상습범인가?’ 하고 생각도 했었는데 너무 고마웠다. 가끔 멀리서 온 손님들이 와서 ‘이모(부인)~ 하나도 안 변했네~’하고 찾아 올 때도 반갑다. 

▲ 상추튀김이 광주에서 유명한데 힘들진 않으신지?
-물론 힘들다. 한번은 서울에서 남자분이 상추튀김을 배우고 싶다고 찾아왔는데 힘들다고 하더라. 밖에서 보면 튀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상추튀김에 오징어·채소 다듬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고 반죽도 해야 되고 상추도 씻고, 간장에 들어가는 청량고추와 양파를 다듬는 일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상추튀김 맛있다고 할 때마다 뿌듯하다. 

▲ 주 고객층은?
-산수시장 근처에 학교가 많기 때문에 8·90년대만 해도 학생들이 주로 찾았다. 그런데 이제 학생들은 다른 입맛에 길들여지기도 했고 햄버거·꼬치 등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많이 찾지 않는다. 대신 예전 단골들이 그대로 이어져 3·40대가 주로 많고, 사무실이나 회사에서 대량으로 많이 사가기도 한다. 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전화해서 택배로 붙여달라고 할때도 있고 어릴 적 입맛을 영 못잊겠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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