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평양호텔의 미궁에서 발견한 김정일 10계명
<단독보도>평양호텔의 미궁에서 발견한 김정일 10계명
  • 문틈/시인
  • 승인 2011.12.2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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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의 한 호텔에서 미궁에 빠져 우연히 발견한 김정일의 10대 인민관. 이 내용 가운데 제1조에서 '하느님'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매우 이채롭다. 시민의소리ⓒ

호텔에서 길을 잃었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심장이 쿵쾅거린다. 나는 6년 전 모 단체의 북한방문단 일원으로 방북하여 평양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승강기를 탈 때마다 늘 호텔 안내원이 탑승 안내를 해주었는데 그 시간엔 어찌된 일인지 안내원들이 없었다.

일행과 함께 둘이서 호텔방으로 올라가는 승강기를 탔는데(평소와 다른 승강기였다) 2층에서 덜컹 승강기가 갑자기 멈추더니 느닷없이 반대쪽 승강기 문이 열렸다. 나는 반대쪽에도 문이 있는 그런 승강기는 처음이었다.

우리는 깜짝 놀라며 엉겹결에 승강기가 고장난 줄 알고 그 열려진 문으로 빨려나갔다. 그곳은 호텔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그냥 흙바닥이었고, 천정에선 희미한 백열등이 어둠을 비추고 있었다. 칸 막이를 한 작은 교실 모양의 방들에는 '제7전투반' 같은 붉은 글씨들이 붙어 있었다.

평양이 자랑하는 호텔 안에 이런 미궁이 있으리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호텔을 관리하는 종업원들의 사상투쟁을 시키는 곳인지도 몰랐다. 우리는 마치 동화 속의 다른 지하세계 속으로 발을 디딘 듯 한동안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공포가 머리 끝까지 쳐올라왔다. 우리는 순간 낯선 침입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곧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앞 벽에 북한 특유의 글씨체로 쓰여진 김정일의 십계명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나는 그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그것은 처음 보는 것이라서 함께 간 일행에게 "저 거 빨리 찍어요"하고 채근했다. 후레쉬가 번쩍했다. 그러자 곧 어디선가 젊은 여자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동무들은 어디서 오신 분들이세요?" 또한번 깜짝 놀라서 "서울서 왔어요"하고 대답하자 그녀는 우리를 이끌고 다른 방이 있는데로 데려갔다.

그 방에서 인민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나왔다. 당황한 눈치였다. 승강기문이 갑자기 열리는 바람에 잘못 들어온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우리를 잠시 주시하고 나서 앞장을 섰다. 그를 따라 어디쯤에서 어둑한 계단을 따라올라갔는데 열어준 문을 통과하지 바로 발밑은 호텔 라운지였다.

순간 우리는 공간 이동을 한 것처럼 금방 겪은 일이 믿어지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빨려들어갔던 곳은 도대체 어디였을까. 호텔 안의 미궁을 다녀온 바람에 우리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김정일의 '10계명'이라는 것을 우연히 카메라에 담아 올 수 있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오래 묵은 앨범에서 이 희귀한 사진을 꺼내 처음으로 이 칼럼을 통해 소개한다. 남한의 입장에서 볼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대한항공 납치, 아웅산 테러 등 숱한 악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단 사람이 죽으면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모든 것을 다 관대하게 여기는 풍습이 있다.

그런 생각에서 호텔 미궁에서 발견한 희귀 자료를 다시 본다. '십계명'에서 보듯 그렇게도 구구절절이 인민을 생각한다는 김정일은 지금 수많은 북한 동포가 굶주리고 있는데도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아들 김정은에게 과업을 남기고 사망했다.

부디 이제부터 남북이 좋은 관계로 발전하여 불신과 적대의 미궁에서 빠져나와 통일로 가는 대로에서 서로 손잡고 나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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