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민광주’ 에든버러행 중단해야
'자스민광주’ 에든버러행 중단해야
  • 정인서 / 시민의 소리 이사
  • 승인 2011.07.0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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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감행 자칫 국제망신 불러일으켜
‘자스민광주’의 초연을 본 소감은 참혹했다. 지루하고 귀가 시끄러웠다. 무겁게 흐른 도입부, 영상화면에 비친 5.18영령들의 사진 나열, 어울리지 않는 현대무용과 난타공연 등은 ‘하품’만을 자아냈다.
광주 공연과 에든버러행을 합한 비용은 약 1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지난 2일과 3일 이틀 동안의 2회 공연에 들어간 제작비용은 약 5억원이다. 실제 공연 연습시간은 불과 2개월도 되지 않았다.
광주의 얼굴인 대표적인 브랜드작품을 만든다고 해놓고 단 한 번도 지역 예술단체와의 논의과정이나 리허설 공개 등도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막상 뚜껑을 연 ‘자스민광주’는 예상했던 대로 무리가 따른 작품이었다.
▲ 광주 대표 브랜드공연인 '자스민광주'가 기대와는 다르게 졸작으로 드러나 에든버러행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막대한 돈이 제작비로 투입된 만큼 작품의 질에 대한 기대가 많았던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실체를 드러낸 ‘자스민광주’는 기대 이하였다. 한마디로 여기저기서 짜깁기한 누더기를 보는 듯 했다. 가슴을 울리는 진한 감동은커녕 메시지도 없었다.
광주 대표작품 공연이라는 점에서 각계각층에 초대장을 보내고 관심 있는 사람들까지 몰려 700여석의 객석은 물론 입석으로 서있거나 계단에 앉은 사람들로 만원을 이뤘다. 처음 시도된 광주 브랜드공연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일부 관객들은 좋은 공연이었다고 말한다. 60대로 보이는 어느 분은 “정말 감동이었다. 다음에 다시 보러 오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의 여성은 “진도 씻김굿을 처음으로 보게 됐는데 이 굿이 5.18과 튀니지 사람들은 한을 풀어주는 자리였던 것 같다”고 했다. 한 외국인은 “한국적인 전통음악을 접하게 되어 새로움을 느꼈고 난타도 감동을 줬다”고 말했다.

▲ '자스민광주' 공연은 당초 의도와는 다르게 씻김굿을 통한 중동민주화운동, 광주민중항쟁의 영령을 위로하는 내용이 부족한 가운데 영상처리 등이 오히려 공연 몰입을 방해하고 있었다.

강운태 시장도 공연이 끝나고 리셉션 장에서 “이제 절반의 성공을 했다”고 축하 인사말을 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뜻일 게다. 나머지 기간 동안 좀 더 보완하고 에든버러에서 좋은 공연을 보여주자는 취지의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여기에 필자는 반대한다. 아무리 에든버러를 가기 위한 작품이었다지만 완성도가 낮고 자칫 ‘창피’만 살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공연 직후 광주지역 일간지들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이구동성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 내용을 보면 안내문과는 다르게 광주민주화운동의 방향성을 나타내지 못했고 제목에 제시된 ‘자스민’의 의미인 튀니지 민주항쟁의 모습도 전혀 없었다. “나는 광주다. 내 이름은 광주다”는 식의 자막 처리 등을 하거나 그저 배경 영상화면을 통해 광주항쟁 때와 튀니지 항쟁 등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고 분할 화면 처리 방식으로 나타냈다.

이는 전체 무대와 분리시킴으로써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에 불과했다. ‘자스민광주’가 아직도 미완인 광주의 5월과 미완인 중동의 민주화에 대해 아무런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 것이다.
‘자스민광주’는 중동의 민주화와 광주를 연결할 만한 그 어떠한 매개도 없었다. 영상으로 광주의 80년 5월과 중동의 민주화 투쟁을 교차시켜 보여준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었다. 이름값 하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못해 처량했다.
▲ '자스민광주'에서는 마지막 장면에서 꽃비가 내리는 장면을 통해 감동을 자아내려는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공연에서는 지나치게 무겁고 현대무용과 난타의 혼합이 매끄럽지 못했다.


광주시가 광주를 대표할 만한 공연이 정말 필요했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조급증에 걸린 사람처럼, 어디서 공연을 했다는 하나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너무 큰 예산을 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 당장이라도 에든버러 가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

강운태 시장이 애든버러시와 약속을 했기 때문에 반드시 가야 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작품 수정도 한계가 있다. 큰 틀을 바꾸기 어렵다. 에든버러 가는 비용 5억원이라도 아껴 일자리 하나라도 더 창출해주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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