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원, 누구를 위한 공원인가
광주공원, 누구를 위한 공원인가
  • 박재범 기자
  • 승인 2011.05.06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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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편의로 비둘기 아파트 철거 공원 분위기 없애
공원상징 비둘기 사라지고, 사행성 윷놀이 여전

 

광주공원이 누구를 위한 공원인가에 대한 문제가 과제로 남아 있다. 이는 시민을 위한 공원이 아니라 노인들의 공원으로 전락한 때문이다.
‘광주공원’하면 시민들은 대부분이 하늘을 뒤 덮을 만큼 수많은 비둘기를 볼 수 있다는 기억보다 노인들의 음주와 사행성에 가까운 윷놀이가 판을 치는 장소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민회관이 공사에 들어가면서 공원 일대는 삭막해졌다. 다행히 새롭게 지은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이런저런 행사가 벌어지면서 일반 시민들의 발걸음이 많아졌지만 저녁 무렵이면 포장마차 일색으로 공원의 가치는 사라졌다.


사행성 윷놀이판 여전

수십 개의 계단으로 연결된 광주광역시 제1호 도시공원인 ‘광주공원’, 옛 시민회관의 흉물스런 모습은 방진벽에 가려져 있었고 반대편엔 공사장 사무실과 경로당 등으로 사용되는 5개의 컨테이너가 자리 잡고 있어 공사장을 방불케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옛 시민회관 앞 나무그늘 아래엔 20여명의 노인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컨테이너에 가려진 한쪽에선 윷놀이가 벌어졌다.
언뜻 보기엔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볍게 하는 윷놀이로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노인 2명이 윷놀이를 하는 과정에 중년 남성이 윷판의 말을 놓았고 20여명 가량의 노인 외에 4∼5명의 젊은 남성이 눈에 띄었다.
기자가 윷놀이 판에 다가서자 한 젊은 남성이 “기자 아니냐”며 물었다. 이어서 말을 놓던 중년 남성은 “이 판만 놀고 그만 놀자”며 윷을 던지는 두 노인에게 언성을 높였다.
평소 윷놀이 판에 자주 나온다는 한 노인은 윷놀이를 하는 선수에게 구경하는 노인들이 돈을 거는 속칭 ‘찌게’에 만원부터 10만원까지 거는 사례가 있다고 귀뜸했다.
이렇듯 그저 노인들의 시간 보내기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윷놀이가 예전부터 광주공원의 문젯거리로 지적돼 왔던 사행성 윷놀이가 아직도 근절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근 주민은 “사행성 도박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심해지자 광주천 다리 밑으로 대부분 옮겨졌다”며 “하지만 아직도 윷놀이 판은 거의 매일 하고 있어 가끔 싸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비둘기 아파트 ‘강제 철거’

광주공원의 가장 높은 곳인 충혼탑 광장,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수많던 비둘기가 장관을 이뤘다. 때로는 비둘기 먹이를 팔던 행상도 있었는 데 이제는 그 모습마저 보기 힘들다. 비둘기들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며 자치단체가 비둘기 아파트를 철거했기 때문이다. 물론 미관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부러 그렇게 했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세계의 유명 관광지에 비둘기 없는 도시는 없을 것이다.  그토록 많았던 비둘기가 모두 광주공원을 떠나버렸다.
하지만, 공원을 떠난 것은 비둘기뿐만이 아니었다. 퇴직 후 오토바이 마니아가 돼 자주 공원을 찾는다는 올해 77세의 한 노인은 “30년 전 30여명의 또래가 자주 공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제 3명밖에 남지 않았다”며 “요새 찾는 노인들은 대부분 점심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노인들 뿐이고 그것도 점심시간이 지나면 모두 사라지고 만다”고 말했다.




사랑으로 채워드립니다 ‘사랑의 밥집’

광주공원을 찾는 노인들은 대부분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주공원에는 노인들이 점심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2개의 급식소가 운영된다. 지난 1991년 문을 연 사회복지법인 광주직업소년원(원장 허상회)에서 운영하는 ‘사랑의 식당’, 오전 10시 30분부터 운영되는 이 식당 앞은 10시부터 노인들의 긴 줄로 장사진이다.
점심 한 끼의 가격은 단돈 100원, 그 가격으로 얼마나 배가 채워지겠냐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기자가 찾은 당일 메뉴는 잡곡밥에, 돈육카레, 김치, 달걀프라이, 누룽지까지 여느 백반집에서 나오는 메뉴에 버금간다. 여기에 무한리필은 기본이다.
허상회(77) 원장은 “단순히 끼니를 거르는 노인에게 동정심으로 점심 한 끼를 준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자원봉사자들이 특급호텔에서 귀한 손님을 모시는 자세로 따뜻한 점심을 정성껏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현재 사랑의 식당은 허 원장의 사비와 천주교성요한수도회를 비롯해 단체와 개인의 후원으로 운영되며 하루 평균 400여명의 노인들이 이용하고 있다.



광주공원 노인복지관, 노인들 쉼터

노인들에게 일자리는 물론 각종 사회교육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는 노인복지관이 광주공원에 있다. 건강 증진을 비롯해 오락, 복지증진에 필요한 전문적인 노인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관이 운영되면서 많은 노인들이 반가워하고 잇다.
지난 1999년 12월 광주시에서 (재)천주의 성요한 의료봉사 수도회에 위탁 운영하는 ‘광주공원복지관(이하 복지관)’이 그곳이다. 현재 6500여명의 노인이 회원으로 등록한 복지관에서는 하루 평균 800여명에서 1천명이 이용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초부터 복지관에 나왔다는 올해 79세의 조병준(월산동)옹, 조 옹의 일과는 오전 9시30분부터 저녁 4시까지 컴퓨터를 이용한 파워포인트를 비롯해 스위시(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포토샵 등을 배우기에 바쁘다. 그는 그동안 배운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위해 5개월 전부터 사진 동아리에 가입해 복지관의 모습을 담고 있다.
조 옹은 “예전 광주공원 인식이 좋지 않아 복지관에 다닌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근래에 들어 인식이 많이 바뀌어 아는 지인에게 복지관에 나오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광주공원은 예전 좋지 않은 이미지를 벗어나 광주광역시 제1호 도시공원의 진면목을 찾기 위한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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