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매력에 푹 빠졌어요”
“전통시장 매력에 푹 빠졌어요”
  • 김경대 기자
  • 승인 2010.10.10 2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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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시장 입주작가 하세가와 타로씨

▲ 하세가와 타로씨.
지난 8월 중순부터 광주 대인시장에서 머무르고 있는 하세가와 타로(39·사진)씨는 ‘시장 사람’이 다 돼 있었다.

부스스한 머리, 트레이닝 복 차림에 슬리퍼를 걸쳐 신고 타로씨는 제집 드나들듯 시장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그 모습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마치 있어야 할 곳에 놓인 소품처럼 전혀 거슬리지가 않았다.   

매개공간 미나리의 ‘2010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 입주 작가(정식명칭은 아시아 국제문화예술인 레지던스)로 각 나라 9명의 예술인들과 대인시장을 찾았지만 체류기간인 1개월이 지나고도 남은 사람은 오직 타로씨 혼자뿐이다.

일본 오사카 출신 사진작가인 타로씨가 대인시장에서 머무는 이유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빛을 더할 어떤 영감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대인시장 골목을 누비다 현대의 일본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정(情)의 원형 비슷한 것을 발견했다. 일본엔 이미 사라지고 없는 한국의 전통시장에서는 급하지 않고 느릿느릿 흘러가는 여유로움이 있었다. 재일교포들이 모여 사는 오사카 시내 ‘이쿠노쿠’에 오래된 시장이 있긴 하지만 대인시장만큼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그가 주목한 것은 한국사람 특유의 끈끈한 가족애다.

“4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 가족의 친밀한 관계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어요. 물론 일본의 가족도 있지만 한국처럼은 아니거든요. 일본이 아이들 중심의 가족이라면 한국은 아직까지 부모 중심의 가족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 같아요.”

타로씨는 한·일 양국 20명씩의 예술가들이 모인 ‘어깨동무닷찌’의 회원으로 대인시장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반전(反戰) 전시회에 출품할 생각이다.

“따뜻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뭔가를 느낀다면 이 세상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입니다. 가족의 테두리를 파괴하는 더 이상의 전쟁은 없어야 합니다.”

그런 타로씨지만 아직까지 그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다.

“작업을 하려면 먼저 사람들과 친해져야 합니다. 제가 체류시한을 넘겨서까지 시장에 머무르는 이유는 사람들과의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제 작업이 성공적인가는 관계 맺기를 얼마나 잘했는지에서 판가름이 나지요.”

그는 대인시장에서 머무는 2개월 여 동안 시장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시간도 촉박하거니와 리듬이 흐트러지는 걸 꺼려해서다.

타로씨는 이제껏 친해놓은 시장 상인들과 단골손님들의 얼굴을 지금부터 부지런히 찍을 예정이다. 그는 17일 일본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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