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 압촌동 압촌마을 고용주(78) 할아버지
볼거리·즐길거리 넘쳐나는 농촌체험마을
콩센터서 만드는 메주, 간장 부수입 쏠쏠
대촌 들녘에 봉긋 솟은 제봉산(165m)에 올랐다. 제봉산의 이름은 당연 조선 중기 때 문인·의병장인 제봉 고경명 장군에서 연유한다. 제봉산 아래로는 장군 부자의 위패를 모신 포충사가 널찍이 자리를 잡고 있다.
걸어서 20여분 남짓이면 오르는 제봉산에서 압촌(鴨村)마을 뒷산인 송학산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잡풀이 우거져 채 100m도 나아갈 수 없었다. 결국 중도에 포기하고 광주 콩 종합센터쪽으로 발길을 잡는다.
송학산을 주산으로 좌로는 제봉산 우로는 봉황산이 감싸는 압촌마을은 얼 풍수가 봐도 대 고을이 자리 잡을 만한 명당 터다. 마을 초입엔 홍련이 가득 만개한 압촌제가 솟대를 높이 세우고 길손을 반긴다.
“예전에는 제봉산에서 송학산으로 건너다니고 했는디 길이 메워져서 지금은 못 다녀. 송학산 중간에 ‘절골’이라는디가 있었는디 박씨들이 그 너메에 살제.”
마을 토박이 고용주(78) 할아버지가 조금은 싱겁게 끝난 등산으로 허탈해하는 기자를 다독인다.
“마을 생김새가 오리를 닮았다고도 하고, 여그 압촌제에서 청둥오리들이 많이 살었다 해서 압촌이라고 불렀닥 허등만. 더 자세헌 것은 잘 모르고.”
고 할아버지 역시 고경명 장군의 13대 후손.
“그 분이 나기는 마을 안 큰집서 났고 자라기는 종택인 고원희 가옥에서 컸제. 음력 7월 9일에 종가에서 후손들이 모두 모여 제사를 지내.”
마을 앞으로 넓게 펼쳐진 논과 감나무 밭, 콩 밭이 주민들의 주요 삶터.
“제봉 할아버지 종토가 한 40자락(마지기) 정도 돼야. 거기서 나오는 곡식으로 제사도 지내고 그라제.”
“마을 안에 있는 전통메주공장에서 메주를 쒀갖고 콩센터에서 간장, 된장을 담그제. 농한기 부업으로 수입이 꽤 돼야.”
콩 센터 주변으로는 2500평 부지에 다양한 콩과 식물들을 재배하고 체험관을 운영해 매년 2월 참가자들과 함께 메주 만들기, 장 담그기 행사를 벌이고 있다.
마을을 처음 방문하는 이라면 멋들어진 전원 풍경에 처음 놀라고 조그만 마을에 구석구석 숨어있는 볼거리에 두 번 놀라게 된다. 2008년 초 문을 연 ‘영어 마을’도 그 중 하나.
“원래 마을에 장흥 고, 광산 정 이렇게 양성이 살았어. 광산 정은 제봉 할머니 손이라고 보믄 되제. 영어마을 자리에 정씨 종가가 있었는디 망해부렀어. 거그를 영어마을이 사갖고 지섰제.”
“맨날 북적이든 않고 어쩔 때만 아그들 소리가 나등만.” 조 할아버지는 이왕이면 잘 됐으면 싶다면서 그쪽으로 걱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고씨삼강문(高氏三綱門)도 들러볼 만한 곳. 광주광역시기념물 12호로 지정돼 있는 이곳은 고경명을 비롯해 아들, 딸, 조카며느리 등 일가 7명을 모신 정문(旌門)이다. 정문은 충신·효자·열녀 등을 표창하기 위해 그들이 살던 집 앞이나 마을 입구에 세우는 문으로, 조선시대 한때 잡역면제 부락인 복호촌(復戶村)으로 지정되는 구실이 되었다.
마을에는 이 외에도 압촌제와 지석제를 잇는 씽씽-하이킹로가 지나고 광주도예문화센터와 여기저기 고인돌 19기 등이 널려있어 아이들 체험공간으로, 하루 나들이 코스로도 그만이다. 가벼운 등산에다 마을 구석을 일 삼아 둘러보다 보니 어느덧 하루해가 훌쩍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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