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희 가옥, 콩 센터 등 볼거리 가득
고원희 가옥, 콩 센터 등 볼거리 가득
  • 김경대 기자
  • 승인 2010.09.15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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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구 압촌동 압촌마을 고용주(78) 할아버지

볼거리·즐길거리 넘쳐나는 농촌체험마을
콩센터서 만드는 메주, 간장 부수입 쏠쏠
 

▲ 고용주 할아버지.
대촌 들녘에 봉긋 솟은 제봉산(165m)에 올랐다. 제봉산의 이름은 당연 조선 중기 때 문인·의병장인 제봉 고경명 장군에서 연유한다. 제봉산 아래로는 장군 부자의 위패를 모신 포충사가 널찍이 자리를 잡고 있다. 

걸어서 20여분 남짓이면 오르는 제봉산에서 압촌(鴨村)마을 뒷산인 송학산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잡풀이 우거져 채 100m도 나아갈 수 없었다. 결국 중도에 포기하고 광주 콩 종합센터쪽으로 발길을 잡는다.

송학산을 주산으로 좌로는 제봉산 우로는 봉황산이 감싸는 압촌마을은 얼 풍수가 봐도 대 고을이 자리 잡을 만한 명당 터다. 마을 초입엔 홍련이 가득 만개한 압촌제가 솟대를 높이 세우고 길손을 반긴다.

“예전에는 제봉산에서 송학산으로 건너다니고 했는디 길이 메워져서 지금은 못 다녀. 송학산 중간에 ‘절골’이라는디가 있었는디 박씨들이 그 너메에 살제.”

마을 토박이 고용주(78) 할아버지가 조금은 싱겁게 끝난 등산으로 허탈해하는 기자를 다독인다.  

“마을 생김새가 오리를 닮았다고도 하고, 여그 압촌제에서 청둥오리들이 많이 살었다 해서 압촌이라고 불렀닥 허등만. 더 자세헌 것은 잘 모르고.”

▲ 청둥오리가 많이 살았다는 압촌제에는 청둥오리 대신 오리 모양의 솟대를 군데군데 높이 세웠다.
행정동인 대촌동주민센터 홈피에는 ‘산이 어울려 있는 골짜기마을 ’올미실‘에서 유래했다’고만 나와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장군이 자란 장흥 고씨 종택 고원희 가옥 즈음이 오리의 눈 부위에 해당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마을 지세가 오리가 동쪽 방향을 바라보고 날개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고 할아버지 역시 고경명 장군의 13대 후손.
“그 분이 나기는 마을 안 큰집서 났고 자라기는 종택인 고원희 가옥에서 컸제. 음력 7월 9일에 종가에서 후손들이 모두 모여 제사를 지내.”

마을 앞으로 넓게 펼쳐진 논과 감나무 밭, 콩 밭이 주민들의 주요 삶터.
“제봉 할아버지 종토가 한 40자락(마지기) 정도 돼야. 거기서 나오는 곡식으로 제사도 지내고 그라제.”

▲ 콩센터에는 300~400개는 족히 돼보이는 장항아리가 장독대 위에 가지런히 열서있다. 그 뒤로 보이는 수리 중인 집이 고경명 장군의 종가 고원희 가옥이다.
콩은 마을의 주요한 부수입원. 국비 6억원 등 7억2천만원을 들여 고원희 가옥 바로 옆 1300여평 부지에 지난 2007년 2월 광주 콩 종합센터가 문을 열었다. 압촌마을의 또 하나의 별칭이 ‘메주마을’이 된 까닭이다.

“마을 안에 있는 전통메주공장에서 메주를 쒀갖고 콩센터에서 간장, 된장을 담그제. 농한기 부업으로 수입이 꽤 돼야.”

콩 센터 주변으로는 2500평 부지에 다양한 콩과 식물들을 재배하고 체험관을 운영해 매년 2월 참가자들과 함께 메주 만들기, 장 담그기 행사를 벌이고 있다.

마을을 처음 방문하는 이라면 멋들어진 전원 풍경에 처음 놀라고 조그만 마을에 구석구석 숨어있는 볼거리에 두 번 놀라게 된다. 2008년 초 문을 연 ‘영어 마을’도 그 중 하나. 

“원래 마을에 장흥 고, 광산 정 이렇게 양성이 살았어. 광산 정은 제봉 할머니 손이라고 보믄 되제. 영어마을 자리에 정씨 종가가 있었는디 망해부렀어. 거그를 영어마을이 사갖고 지섰제.”

▲ 지난 2008년 초 문을 연 영어마을. 뉴욕, 캘리포니아 등 미국 각 지역의 특징을 본 따 숙박형 영어 체험시설로 지어졌다.
영어교육사업을 해온 한 업체가 40억원 가량을 들여 뉴욕, 캘리포니아 등 미국 각 지역의 특징을 본 따 숙박형 영어 체험시설로 지었다는 영어마을의 외관은 무척 화려하다. 그러나 생각만큼 잘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시장의 협소함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치적 쌓기 차원에서 유치를 희망했던 광주시, 교육청 등이 유치 후에 나 몰라라한 탓이 컸기 때문이라는 후문. 

“맨날 북적이든 않고 어쩔 때만 아그들 소리가 나등만.” 조 할아버지는 이왕이면 잘 됐으면 싶다면서 그쪽으로 걱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고씨삼강문(高氏三綱門)도 들러볼 만한 곳. 광주광역시기념물 12호로 지정돼 있는 이곳은 고경명을 비롯해 아들, 딸, 조카며느리 등 일가 7명을 모신 정문(旌門)이다. 정문은 충신·효자·열녀 등을 표창하기 위해 그들이 살던 집 앞이나 마을 입구에 세우는 문으로, 조선시대 한때  잡역면제 부락인 복호촌(復戶村)으로 지정되는 구실이 되었다.   

마을에는 이 외에도 압촌제와 지석제를 잇는 씽씽-하이킹로가 지나고 광주도예문화센터와 여기저기 고인돌 19기 등이 널려있어 아이들 체험공간으로, 하루 나들이 코스로도 그만이다. 가벼운 등산에다 마을 구석을 일 삼아 둘러보다 보니 어느덧 하루해가 훌쩍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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