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저수지 둑 높임 사업은 무리수(水)
외동저수지 둑 높임 사업은 무리수(水)
  • 박경희
  • 승인 2010.09.0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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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광주전남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얼마 전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저수지 둑 높임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담양군 창평면 외동마을을 찾게 되었다. 60이 넘으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작은 산골 마을. 40호 정도의 가구가 모여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정부가 마을 저수지 둑을 높이고 저수지를 더 크게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정말 필요한 일인지, 문제가 없는 것인지 마을 밖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는 부탁을 받고 마을 주민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어르신들을 뵙게 된 것이다.

전날 찾아온 태풍 ‘곤파스’로 인해 쓰러진 벼들을 묶느라 아침 내 논에서 허리 펼 시간 없이 일하시다가 바쁜 시간 쪼개어 마을 회관으로 오신 어르신들을 뵈니, 괜스레 죄송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 부족, 비 피해 없는데 둑은 왜 높이나

교육이 순조롭진 않았다. 물론 이 판단은 전적으로 강사인 내 관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강사인 나보다 이곳에서 살고 계신 분들이 더 많은 것을 알고 계셨고 이 사업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 가득한 발언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교육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정말 살아있는 교육이 된 것이다. 우리 공교육의 모범이 될 만한 사례로 널리 알려야하지 않을까 하는 허튼 생각도 잠깐 하면서 여하튼 교육 시간은 지나갔다.

이곳에서 할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의 어머니 때부터 수대를 거쳐 삶을 가꿔 오신 어르신들이 이번 저수지 둑 높임 사업의 부당함을 더 잘 알 수밖에. 모내기하면서 물 한번 부족해 본 적이 없고, 비 때문에 피해를 당해본 적도 한 번이 없다는 주민들은 왜 정부가 마을 저수지를 더 크게 만들려고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수지가 넓어지면 수몰되는 농토를 잃게 되고, 더 잦아지는 안개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쓸데없는 일에 돈을 쓰지 말고 열악한 노인복지정책 등에 예산을 쓰라는 말씀까지 하신다.

지금 전국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113개의 저수지에서 둑 높이기 사업이 진행되거나 진행될 예정에 처해 있다. 정말 물이 부족해서 농사를 짓는데 필요하다거나 제방이 오래되어 시급하게 보수가 필요하다면 지체 없이 사업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전혀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곳에서 둑 높이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니 곳곳에서 주민들과 마찰이 생기고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필요한 사업에 중복투자 중단돼야

농림수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저수지사업 대상지 113곳 가운데 최근 30년간 홍수나 가뭄 피해를 입은 저수지는 한 곳도 없었다. 더구나 이들 저수지 가운데 시설물 정밀안전진단을 받은 저수지는 98곳인데 이 저수지 중 개보수가 필요한 안전등급(E.D등급)을 받은 저수지는 8곳에 불과했다.

또 98곳 중 62곳은 이미 개보수가 완료된 저수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필요한 사업에 대한 중복투자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일이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사업 타당성이 전혀 없고, 예산을 낭비하는 불필요한 사업, 외동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4대강을 살리겠다는 데 누가 반대할 것인가? 문제는 어떻게 살리느냐의 문제일 것이고 그 문제는 한 사람의 또는 몇 사람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시대의 문제이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지혜가 모아져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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